밤새 내린 비는 아침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무슨 장맛비야...”

 

베를린에서 온 소식을 들었다;

도이체보넨 몰수(Deutsche Wohnen & Co enteignen)’ 운동.

오는 926일 독일 연방의회 총선과 함께

베를린 부동산 기업을 국유화하는 시민투표를 예정하고 있다고.

베를린 유권자의 4분의 1이상이 찬성하면 정말 이게 가능하단다.

그렇게 되면 베를린의 거대 부동산 기업이 소유한 주택 20만 채가 모두 공영주택으로 전환.

법적 근거는 독일 기본법 15조라고.

토지, 천연자원 및 생산수단은 사회화를 목적으로 보상의 종류와 정도를 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공유재산 또는 공동관리 경제의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몰수, 국영화라고 하지만 보상을 해주고 공공재산화 하는 것.

보상은 국유화 이후 나오는 임대료로 수십 년간 지불할 것이므로

시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을 거라고.

이런 투표가 가능한 전제는 베를린의 특수성에서 물론 출발한다.

근대 역사로는 거기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있었고,

가까운 역사로는 도심의 공항 부지에 고급 부동산 단지가 들어서는 것도 시민투표로 막았다.

베를린은 임대주택 세입자가 80% 이상이라고.

주거권을 위협받아왔고, 시민들은 그렇게 대안을 마련해냈다.

우리는?

자가주택비율이 그만큼 낮지는 않지만

이 정권이 해낸 많은 업적이 묻힐 만큼 부동산 정책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남한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한 가난한 나라도 주거권만큼은 100% 국가가 보장한다던데.

토지가 그렇듯 집 또한 공공재다!

베를린 시민들의 혁명을 지지하며, 그것이 우리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길.

 

이번 주말의 멧골책방은 아침뜨락 일부 잔디심기 프로젝트로 바뀌었다.

작은 출판기념회를 하신다던 어른 네 분이 다른 날을 기약하게 되면서

손 보태러 온다던 물꼬 식구들만 오게 된.

독일에서 입학과정을 마치고 들어온 세인샘, 곧 학기 맞춰 다시 갈 것이라

그에 맞춰 몇 품앗이샘이 모였네; 세인샘에 더해 희중샘 세빈샘 하다샘.

진주샘과 재훈샘도 동행키로 했으나 갑자기 일정이 바뀌어

다음 주 멧골책방에 오기로.

점심께 준한샘이 잔디를 실어왔고,

마침 비가 주춤한 덕에 기락샘과 하다샘이 아침뜨락으로 같이 내렸다.

 

잔뜩 장을 봐서들 들어왔다.

요새는 물꼬 안에서 굳이 장을 보러 나가지 않아도 될 만치

샘들이 그렇게 당신들 먹을거리를 챙겨온다.

밥벌이도 하고 저들이 살림도 살아보면서 물꼬 살림을 더욱 헤아려주는.

여름날이면 물꼬에서 자주 먹는 월남쌈으로 저녁밥상을 정했더라.

곡주만 해도 저들 먹고도 여기 남은 이들이 일하면서 한참 먹을 양을 들여왔다.

오늘 오후 잔디를 심고 내일 쉬느냐,

오늘 잘 쉬고 내일 이른 아침부터 바짝 하느냐를 엿보는데,

때맞춰 창대비 더 세차졌다.

차를 달였다.

 

명색이 멧골책방’, 밥을 준비하는 동안만이라도 책방으로 가시라 했네.

책보다 사람을 읽었으리.

저녁밥상을 물리고 가마솥방에서 둘째마당으로 곡주가,

그리고 셋째마당은 달골로 가자 하는데,

부르다는 배에도 혹시나 하고 물었다.

골뱅이 소면?”

모두 좋다하기 국수를 삶고 골뱅이를 무쳐 달골 오르다.

그런 가운데도 류옥하다 선수, 찐 고구마만 먹었다.

같이 오래 살았는데, 먹는 걸 참는 것을 처음 보았네.

세 자릿수라던 몸무게에 놀랐던 모양.

그러고 두 자리 수로 내려갔다지.

 

내일 이른 아침부터 들에 나서기로.

그러자면 자정에는 불을 끄자하였네.

참 괜찮은 청년들의 우정을 보는 즐거움이 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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