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오늘도 흐림. 가끔 부슬비 혹은 가랑비가 다녀가기도.

가을로 가는 길목 장마다.

그 사이 해가 없던 것도 아니지만

지난 13일 계자가 끝난 이후 보름을 넘어 되게 이런 날씨다.

 

, 저게 뭐지?

느티나무동그라미 가운데는 작은 항아리뚜껑 수반에 워터코인이 자라고 있었다.

동그라미 가장자리, 사이집 쪽 목책 앞에의 4각 물화분 넷 가운데 하나에도

역시 워터코인이 풍성하게 있었다.

아침에 나가다보니 그 주위로 흙이 온통 흩어져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가가니 워터코인은 없고, 그 뿌리였던 흙들이 물 밖을 나와 깔려있었던 것.

...

고라니 짓이다.

물화분 수련을 다 뜯어먹고나자(고작 이틀 전에 다녀갔는 걸)

다음으로 워터코인이 보였던 거다.

그걸 수반에서 꺼내 뿌리 쪽까지 죄 먹어치운 거다.

기가 막혔다.

고라니가 토착종으로 서식하는 나라는 오직 한반도와 중국, 두 지역 뿐이란다.

멸종 위기종이지만 우리나라에는 흔한.

로드킬 수만도 엄청날 게다.

심지어 우리에겐 유해야생동물이기도.

서식지가 주니 산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존권만큼이나 농사꾼의 피해도 만만찮은.

사실 한국에 많다고 하지만 얼마나 많은지,

개체수를 조절한다면 어느 수위가 적정한지조차 연구결과가 없다지.

명상정원 아침뜨락에서는 가운데 달못 연잎을 따먹더니(물가를 좋아하고 수영도 잘한다는 그네다)

느티나무 동그라미 가장자리, 그러니까 지느러미길 시작점에 양쪽에 놓인

커다란 물화분 안 수련 잎을 따먹기 시작했더랬다.

수련을 다 먹었으니 안 오겠지 했지만 수련이 자라면 또 왔고,

좀 컸다 싶으면 어느새 똑, 또 컸다 싶으면 똑,

나중에는 아주 어린 데도 똑 따먹었다.

엊그제도 그리 다녀갔더라니.

이제 한참 안 오겠네 싶더니, 웬걸, 이젠 워터코인 잎이 눈에 들었던 게다.

더는 방치할 일이 아니겠다. 수련도 워터코인도 계속 키울라니까.

크레졸(멧돼지만이 아니라 고라니한테도 효과가 있다니까)도 가까이 매달아보고

바스락거리게 비닐이라도 매달아놔야겠다.

 

도라지 밭 울타리 철쭉 너머로 칡과 환삼덩굴과 콩과류 넝쿨들이 키 큰 풀들과 뒤엉켜

저러다 철쭉이 잡아먹히고 말겠다 싶었다.

오늘은 낫으로 그 너머를 베냈다.

철쭉 울타리를 다 끝내자 사이집 편백 울타리가 이어졌고,

그 너머로 철쭉 울타리 이어져 있었고,

역시 덩굴풀들이 같은 기세로 뻗어있었다.

낫질은 계속되었으니.

 

사람이 작은 일로 처지기도 하지만 그런 작은 일로 또한 힘이 되기도 한다.

오늘 이태 만에 그리워하던 이와 연락이 닿았다.

코로나의 시간 동안 통 소식 없던 이였다.

그립다고 연락을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품앗이샘의 언니로 물꼬랑 연을 맺어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계자를 오고,

그렇게 물꼬 학부모가 된 그에게 소식을 물었더랬다.

계자가 가까우면 혹 계자에 올 상황이 아닌데 계자에 오라는 말로 읽힐까 조심스러움이 있다.

그러다보면 또 소식 물을 때를 놓치고.

간밤에 마침 그네 꿈을 꾸었다.

많이 그리워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꿈이었다.

문자를 넣었다.

소식이 간다고 또 소식이 오는 것도 아니다.

시골 공립 중학교로 근무처를 옮기고 적응기를 보내고 있었다.

서로 부디 강건키로 한다, 좋은 날을 기다리기로 한다.

몹시 그리운 사람들이다...

그래도 물꼬는 여기 있고, 잊히지 않으면 만날.

오늘은 그의 소식이 힘이었네.

 

대기오염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 EPIC)를 보았다.

전세계인들이 매일 WHO 기준보다 세 배 이상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흡입하고 있고,

인류의 평균수명은 대기오염으로 74세에서 72세로 2년 가량 낮아졌다고.

직접 흡연, 음주 및 마약, 에이즈, 전쟁의 여파보다 대기오염이 수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대기오염이 심한 인도의 경우 최대 9년까지도 기대수명이 줄 수 있다고.

대기오염의 주원인이라면 역시 기후변화와 화석 연료 배출.

결국 기후변화에 미치는 원인으로 요약된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개인행동은

내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의견을 형성하는 데 도움.

하지만 개인이 고기 덜 먹고 집안 온도를 낮춘다고 과연 세상에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행동에 나서는 이가 많을수록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것이 정부와 기업을 움직이게 할 것.

결국 우리가 더 행동할수록 우리가 겪을 기후 변화는 더 적지 않겠는지.

그래서 오늘도 플라스틱 덜 쓰기(재활용 혹은 끝까지 쓰기?), 비건 실천, 전자제품 코드 뽑기, 전기 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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