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9.해날. 갬

조회 수 367 추천 수 0 2022.01.08 16:28:25


 

고래방의 두꺼운 매트를 본관으로 옮겼다.

매트라면 흔히 기숙사 이층침대에 쓰이는 지나치게 두껍지 않은 매트리스이다.

오래고 낡기도 한, 깊은 멧골의 교사(校舍)는 바람구멍이 많다.

겨울이면, 단창인 건물 밖으로 비닐을 다 치고,

안으로 보온재(에어캡)비닐을 창에 바른다.

복도나 창 아래 벽면에는 바로 이 매트를 세운다.

제법 도움이 된다.

아이들로서는 때로 숨을 곳을 하나 건지게도 되는.

매트가 창 아래 벽에 꼭 붙는 게 아니라 살짝 굽혀져 세워지는데,

그 사이로 숨어들고는 한다.

설거지 안한다고, 청소 안하겠다고, 씻지 않겠다고, 숨바꼭질로, 삐쳐서,

까닭은 많다.

우리에게 숨은 방 하나 주는 셈이라는.

아이들이란 정작 선물보다 그것을 포장한 상자에 더 관심을 주기도 하는 존재라

매트는, 몸을 뉘기 위한 물건에 불과한 그것은 놀잇감까지 된다.

뭔가 물꼬다운.

물건들이 귀한 쓰임을 갖는다는 의미에서,

또는 물건들을 무엇으로나 쓰임을 잘 만든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청소년계자에서 새끼일꾼들이 하거나 샘들이 들어와서 하는 일이나

안의 식구들이 옮겨둔다.

요새는 가능한 한 안에 있는 식구들이 들어오는 샘들 손을 더 덜어놓으려 한다.

오고가기도 멀고, 낡은 데 동선도 많고 긴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덜 고단하라고.

시대가 시대라 일에 익지 않은 세대라서도 살펴주는.

 

가끔 샘들이 쓰는 여러 종류의 글에 퇴고를 돕는다.

오늘은 물꼬의 품앗이샘이기도 한 아들이 쓴 글의 퇴고에 참여했다.

우리가 올 겨울에 같이 쓰게 될 책 작업도 이런 과정이 될 것이다.

그는 문장 연습 중이고,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고.

엄마랑 얘기를 나누니 정리가 되네...”

나는 또 그의 글을 통해 20대 남성들이 가지는 여성혐오가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지

좀 이해를 하게 된 측면도 있었다.

책 읽는, 글 쓰는 동료라는 게 좋다.

 

글은, 20대의 성 갈등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찾아보는 것이었다.

그들은 차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심에 군대가 크게 있었다.

그것은 20대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대남의 아버지들이 20대이던 시절, 아버지는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호주제'가 있던 이때 이들은 한 가족을 대표해 국방의 의무를 졌다.

내 아내를 위해 혹은 미래의 아내가 될 사람을,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그 아이들이 살아갈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갔다.
호주제가 폐지된 지 16년, 아버지들과 이대남은 다른 세상에 섰다.

대한민국의 가부장제는 이미 붕괴를 겪고 있고,

어떤 이유로든 비혼·비출산 열풍이다.
결혼을 할지도 모르고, 자식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왜 국방의 의무를 남자만 지냐는 생각들이 있다는 거다.

남성들이 의무를 지고 있을 때, 20대 여성은 유럽여행을 가고 다른 스펙을 쌓고 있다는.

원글에는 20대 남성들이 생각하는 사례들이 더 풍부해서 퍽 공감이 갔더라.

군대 문제 하나만으로도 이대남은 페미니즘에 그리고 진보 진영에 반감을 가지기 충분하다

이들은 진보 진영을 한쪽의 말만 듣고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로 본다

우리 사회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론화하고 정책을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96343

이대남은 왜 이준석에 열광하게 되었는가

[주장] 스물셋 청년이 생각하는 이대남 정체성의 핵심,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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