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2.물날. 맑음

조회 수 426 추천 수 0 2022.01.08 16:34:38


 

저는 집에 있으면 늦게 일어나고 게을러지고 술만 마시게 되고...”

지난 가을 방문한 60대 초반의 남성은 집에서 자꾸 생활리듬이 깨지고 게을러지고 무기력해지는데 

옥샘은 출근이라든지 강제가 되어있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움직임을 가질 수 있냐 물었다.

나 역시 게으름이 일어나는데, 그걸 이길 수 있는 게 어쩌면 루틴routine.

패턴 습관 정도로 번역되는 루틴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차례와 방법.

체육에서라면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운동수행능력을 내기 위해 습관적 반복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

뭘 하기 전 선행적 행동?

물꼬의 해건지기도 그런 것이겠다.

교육일정이 계속 진행되고 있지 않을 때

해건지기(몸풀기-대배-명상)-아침뜨락 걷기-차마시기

기본 흐름을 하면 자연스레 힘이 붙는다.

행동적루틴만으로 안될 때가 있다. 게으름은 힘이 엄청 센 존재이니까.

그럴 땐 의식적(인지적)루틴을 작동한다.

일을 제때 수행하지 못했을 때 그것이 밀리며 얼마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결국 자책이 오고 괴로워하고 살기 싫고...

그런데 나는 계속 살 거니까 살기 위해선 그리 해야 된다, 그런 생각들.

영차!

그렇게 나아간다.

해건지기부터 했다는 말이다.

 

한동안 퍽 게을렀던가 보다. 바쁘다. 무지 걸음을 재는 중.

읽어야 할 책도 쌓였고, 보내야 할 글도 밀리고.

다른 걸 다 하고 남는 시간에 보려면 결코 읽을 수 없다.

오늘은 볕을 놓치지 않기로 한다.

출근해서(방을 나가지 않아도 책상에 앉았다는) 누리집부터 챙기고

볕 잘드는 마루에서 밥을 잊을 만치 책 좀.

대처의 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주말에 다녀가는 식구들 편에 돌려보내야 하니.

이럴 땐 일생을 얼마나 허비했는가 싶은 마음이 밀려들기도.

김훈은 한국일보 기자시절 문학기행을 하며 붙인,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이

자신에게 쓸 시간을 마련해주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깨달음은 늘 더뎌서 나는 늙었고, 더욱 바쁘다.

 

3시면 해가 꼴딱 넘어가는, 오늘은 동지라.

1인용 소파가 하나 들어와 닦아서 어른책방에 들이다.

샘들이 잠시 앉아 눈이라도 좀 붙이라고.

낡고 불편한 곳에서 아이들을 살피는 것에 집중하다보니

어른들에 대해서는 소홀한 면이 많았다. 미안하다.

요새는 품앗이샘들의 복지까지는 아니어도 편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함.

특히 여자샘들이 속옷을 편히 말릴 수 있도록 따로 건조대를 마련도 했다.

빨래방에만 있었는데, 어른책방에도.

거기가 샘들 쉼터이기도 하니.

 

지난 달 아침뜨락 미궁의 장승 가운데 여장군이 엎어져있었다.

땅과 닿는 발이 썩어 대장군도 그랬던 적 있는데, 뒤에 쇠파이프를 대고 세워주었다.

오늘 같은 방식으로 세웠다.

겨울이나 지나야 다시 깎든지.

느티나무삼거리나 달골 대문 앞 장승은 철각재로 말을 만들어주어 아래가 쉬 썩을 일 없는.

미궁에 다시 세울 땐 아래를 그을려주거나 시멘트를 넣고 살짝 솟게 해 물흐름이 좋게 하거나.

그나저나 물꼬의 장승을 깎아왔던 목연샘한테 또 연락할 일 생겼네.

 

나뭇잎들이 다 떨어졌으니 아고라 바닥 낙엽을 마저 긁어내야 할 때.

청계에, 또 계자 때 쓸 공간이기도 하니.

준한샘이 뽕나무 한 그루 전지하다.

아고라 돌의자들을 둘러친 측백나무를 뽕나무 잎들이 자꾸 덮고는 했다.

 

50대 남성, 보수적 지역에서 그 역시 보수적인 사고를 가진.

그런데 우리가 정보를 접할 일이 없어 그 생각이 고착화되는 경우도 많지.

예컨대 KBS 9시 뉴스에만 의존하는 산골 나이드신 분을 생각해보자.

그의 논조는 어느새 그 뉴스의 논조가 되잖겠는가.

그 남성은 성매매에 관해서도 어쩔 수 없다, 필요하다로 일관하고 있다.

일종의 정당화라고 할 수 있을.

그런데 성매매 피해 당사자가 내 누이이고 아내이고 딸이라면 생각은 달라지지.

때로 생각은 서로 멀어 합일점이 없지만, 감정은 그렇지가 않지 않나.

그 말을 하고나자 그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에게 기사 하나 보내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1369.html

존엄의 벼랑 끝에서 소리 내어 울 수 없었다

난무하는 폭력과 세상의 방관 속 성매매 현장에서 지낸 20년, 누구도 착취당하지 않는 삶을 위해 여성 지원 확대하고 성매매 수요 차단해야

저녁밥상을 물리고 다시 책을 잡고,

저녁 9시에야 다시 책상에 앉아 지금 새벽 2시에 이르고 있다.

학부모와 샘들에게 진즉 보내지 못한 글월들도 챙기는 이즈음.

때는 바야흐로 계자를 준비하는 시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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