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24.쇠날. 흐림

조회 수 356 추천 수 0 2022.01.08 16:36:31


 

, 밥을 안 먹었네...”

수행은 잊지 않았으나 밥을 잊었다.

꽉 차게 돌아가는 하루였다.

당연하겠지, 내일 아이들이 들어오니까.

수저며 컵이며 쇠그릇들을 뜨거운 물로 부셨다.

행주와 앞치마도 팍팍 삶지.

 

달골 대문 앞 벚나무 가지도 잘랐다.

가지가 전주로 뻗고 있었다.

곁의 큰형님 호두나무도 이웃 농막 지붕 위를 치고 말지 싶게 위태로이 뎅강거리고 있었다.

언젠가는 태풍이 지나며 가지가 떨어져 그네 지붕을 친 적도 있었다.

높기도 하고 일이 많을 듯도 하여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일단 살피고 또 살피며 작업 계획만 세워두었다.

 

4시에는 농기계 관련 면담이 있었다.

이장님댁. 이장이 바뀌고 댁도 처음 가보고, 사모님도 처음 보게 되다.

멧골 작은 마을에 살아도 교류가 없는 집도 있는.

코로나19로 더욱.

그간 마을 대소사를 다 듣고, 앞으로 마을에서 하고픈 일도 전하였네.

곶감을 나눠주셨다.

손 하나 보태지 않고 농사지은 걸 얻어먹는 마음이 참...

내년은 그 댁도 밭일을 거들어야지 한다.

과수 농사를 짓는 한 댁이 늘 과일을 나누어주어

해마다 두어 차례는 일을 거들었는데,

작년엔 아줌마가, 올해 아저씨가 세상을 떠나버렸네.

이제 또 이렇게 물꼬 논밭이 늘어났더라.

우리 손이 닿아 먹을거리를 얻으면 그게 우리 땅인 게지.

 

출판사에 더 늦기 전에 메일을 보내야지.

다음 주쯤 연락할 참인데 기회를 앗겼다, 먼저 연락을 받았네.

지금 몇 자 쓰지 않으면 사나흘이 또 훌러덩 지날 거라 몇 자 얼른.

언제 한 해가 다 가버렸나,

일과 함께 나눈 우정에도 깊이 고마움을 먼저 전함.

 

저희는 합숙훈련하듯 자주 같이 책 읽고 걷고 뛰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한단은 문장연습 중입니다. 인터넷매체에 글도 쓰고, 그게 결국 책 작업으로 확장될.

저는... 사는 일로 글을 쓰고 있는 셈.

2월 말까지 원고를 마무리 하여 3월 초에 넘긴다고 의기투합하고 있습니다.

한단도 계자(계절자유학교, 초등)에 합류하여 함께 보낼 것이니

1월 마지막 두 주가 책을 읽어가며 마지막 방향을 잡아야만 할 때이구요.

2월은 쓰는 데 집중하겠지요.

어떤 일을 하는 데 객관적인 필요시간이야 있겠지만

한단도 저도 정작 쓰는 시간은 그리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일만 하는 게 아니라도 한 달이면 되지... 않을까요?

쟁쟁한 독서가들이 넘치는데 어줍잖게 책을 안내한다거나 서평을 쓸 게 아니잖은가,

한단의 고민이었어요. 저도 동감.

그리하여,

50대와 20, 여성과 남성, 엄마와 아들,

그런 간극에서 같은 책을 어떻게 해석하고 서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가(세대 갈등 통합?),

그런 방향이면 어떨까 하고 있구요.

처음 주셨던 기획서를 자꾸 쳐다보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 재작년 10월 계약서에 도장 찍던 날 출판사 분들과 만나 나누며 적바림해둔 글귀도 읽어보면서 말이지요.

지난 3월에 보내드렸던 원고가 퍽 거칠기는 하나

다시 읽으며 폐기보다 살리자는 의견들인데...(아들도 저도)

한 꼭지씩 나눠 쓰고, 전체 톤은 마지막에 조율, 그런 구성쯤을 생각해 보았구요.

(오래 된 문학기행 하나 읽었는데, 김훈과 박래부가 그리 엮고 있더군요.)

다시 연락하지요.

12월 마지막 주인 다음 주와 1월 초 며칠이 또 소통하기 좋아요.

15일부터 16일까지는 세상없어도 메일 한 줄 못 드릴 듯요.

 

그리고 덧붙였네,

, 아들과 둘이 서로를 매우 사랑함을, 우리가 얼마나 좋은 동지인지를

확인하는 좋은 날들을 주셔서 감사, 감사, 감사하다고.

우리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또 다른 엄마와 아들, 20대와 50대들에게 가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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