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6.나무날. 맑음

조회 수 361 추천 수 0 2022.01.12 02:54:14


 

겨울90일수행 53일째.

수행하고, 걸음을 잰다.

아침뜨락을 걷는 동선을 따라 낙엽이며 마른 풀들을 검었다.

아이들이 온다!

내일 윤호샘을 시작으로 모레 샘들이 들어오고 그 이튿날은 계자를 시작한다.

 

이즈음은 계자를 꾸리는 구조로 살림이 재편된다.

모둠방들에서 나온 물건들을 교무실이나 창고로 쌓는 일이야 샘들이 들어와서 하지만

그밖에 안에서 챙길 일들, 그러니까 밖으로 차를 움직일 일, 나갈 일들을 최대한 만들지 않는.

꼭 코로나19의 상황이 아니어도 오직 아이들을 섬기는 일에만 온 신경을 다 쓸 수 있도록.

진돗개 제습이와 가습이에게 다소 소홀할 수 있는 때라

질 좋은 먹이부터 잘 쟁여놓고,

난로를 풍족히 쓰기 위해 달골 햇발동 보일러실에서 기름을 채워 내리고,

이불은 모자라지 않으나 그래도 더 넉넉하면 좋으리라 하고 기숙사 이불을 내리고,

 

또한 이때는 안팎이 긴밀하게 연결된다.

밖에서는 휘령샘이 교감 일을 맡아 샘들과 통신이 오가고,

하다샘은 교무 일을 챙긴다.

여행자보험이나 글집은 늘 하는 거라 어려울 거야 아니지만

그게 숫자가 들어가는 일들이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모둠을 짜는 건, 형제와 친한 아이를 해체해 다른 관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구성한다든지,

또 특수교사가 있는 모둠에는 발달장애아가 들어간다든지,

이러저러 고려해야 한다. 겨우 서른(아이들 스물)에 두 모둠인데도.

글집이 인쇄가 들어가는 걸로 마무리.

글집은 흙날 오전 하얀샘이 들어오면서 찾아오기로.

희중샘이 10년을 고생한 일인데,

계자 전 날밤을 새며 안에서 엮던 글집을 최근에는 밖에 인쇄를 맡기고 있다.

병원이 인턴을 갈아서 돌아간다는 것처럼

물꼬는 샘들의 고생으로 살림살이를 아껴왔고,

때로 지나친 면이 있었다.

내가 힘이 좀 빠지니(나이에 장사 없어서) 샘들 고생이 더욱 눈에 들어왔더라.

샘들아, 애 많이 쓰셨오!

 

여행자보험 또한 번번이 걸림이 생기는.

안내를 놓치는 부분들이 꼭 있다.

명단이 오늘은 들어가야 하는데,

처음 계자 등록을 했는데, 신청서에 이름 세 자 말고 자료가 없는 이도 있다.

소개를 한 가정이 같이 등록을 하였으니 그걸로 되었다 싶을 수도 있겠고,

물꼬 누리집이 모바일에 적확하지 않은 시스템이라 PC 앞에 앉지 못했을 수도.

바쁘게 연락을 취하고 입력하고, 서류가 오가고,

보험증서가 오는 걸로 마무리.

 

교무실에서는

저녁 8시가 지나서야 빠진 사전 통화(계자 전 각 가정과 하는 통화)를 챙기고.

통화는 길다. 모았던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이라.

계자 안내가 가는 것도 있지만

목소리로 그간 물꼬를 향한 질문들을 쏟는.

서로 작정하고 앉아 전화기를 오래 붙드는 시간.

문서로 안내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특히 이런 일이란 게(아이들이 들어와서 활동하는)

더욱 오갈 이 많을.

 

계자 준비위라는 이름으로 샘들이 두셋 여러 날 일찍 들어와 계자를 준비한다.

올해는 없이 돌아간다 싶더니

내일이라도 먼저 들어와 움직이겠다 윤호샘이 연락을 해왔다.

내리 너무 많은 통화들을 해 내 말을 하기 싫으네...

긴긴 문자를 주고받으며 내일 상황 그림그리기.

여기 식구들도 PCR검사를 받아야 하고, 장도 보러 나가야 하고.

그대이니 오라고 하네:) 거의 희중샘급이네. 휘령샘, 기표샘, 윤지샘, 연규샘이라도 그럴.’

사실 오는 이들 바라지로 손을 빼자면 전체 일이 더 더딜 수가 있겠기에,

또 겨울이라 난방이며 잠자리가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어

온다 해도 쉬 오십사 못하기도.

윤호샘은 초등 2학년부터 이곳 구조에 익은 이다.

계자 끝내고 아이들 다 내보내고도 남아 낡은 사택에서 바깥의 재래식 화장실을 쓰며 지내본.

그가 온다하고 그를 오라 하자

, 내가 얼마나 그를 든든하게 여기는가를 깨달았네.

희중샘 기표샘 정도가 아니면 뒤란 아궁이 불을 맡기기 어려운 걸,

이제 하루쯤은 그대가 불을 때라 할 수도 있겠는 그라.

하루 밥 한 끼에서 내 손을 빼주어 일을 돕는 것도 먼저 오는 이들의 할 일이라.’

희중샘과 윤지샘과 연규샘이 일주일씩 일찍 들어와 그리 계자를 도왔고,

심지어 자신들의 식단 재료를 준비까지 해서 들어와 하루 한끼의 부엌에서 내 몸을 빼주었다.

내일 저녁은 그대가 준비해보겠냐 하니, 해보겠다고 했다.

고맙다, 그대여!

선배들이 보여준 바가 컸으리.

물꼬의 아이들이었고 새끼일꾼을 지나 품앗이일꾼이 되었던 윤지샘 연규샘 들처럼

윤호샘 역시 본 대로 그리 한다.

고맙다, 그대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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