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3시와 4시 사이 눈이 제법 내렸다.

그러고도 아침까지 흩날렸다.

계속 흐렸다면 추위가 보통 아니었을 걸,

어제보다 7도나 내려갔다는 날씨에도 햇살 있으니...

 

샘들 해건지기.

아침 7시 샘들을 깨운다, 학교 가자고 깨우는 어미같이.

고단을 가르고 어둠을 가르고 부스스 일어난다.

게으름을 깨치고 일어나 움직이는 희열이 있다.

누가 때려죽인다고 될 일이런가. 고맙고 고맙다.

눈이 곱게 내려앉은 아침, 추운 온도가 몸을 웅크리게 만들었지만,

백배로 몸을 따뜻하게 하자고 다짐하며 열심히 절을 해냈다.

추운 날씨에 지지말고, 더 움직여서 나를 더 써보자고 생각한 시간이었다.’(휘령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세미가 악몽을 꾸고 일어나 울었다.

지윤이가 안고 달래주었다지.

집안에서는 두 언니 아래 막내지만, 여기서는 맏언니로.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아이들이 그리 자란다.

 

해건지기.

선물이 있습니다!”

맛있는 거, 좋은 물건, 아이들이 처음 한 생각은 그런 것이었다.

눈이 내렸다 전하다.

몇의 아이들이 절대 눈 안온다고, 일기예보 보고 왔다고 큰소리칠 때,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 장담하냐, 지내보자, 물꼬의 절묘한 날씨를 기대해보자 했는데,

정말 눈이 왔다!

수행을 끝낸 아이들이 마당으로 나가 눈을 뭉쳤다.

태양이가 준형에게 말했다.

너 장갑 없어? 내꺼 써!”

현준이가 눈뭉치 오리틀을 가져왔다. 앙증맞기도 하여라.

그런데, 이런, 이런!

저런 게 저리 만들어지니 만든 것은 미끈해지나 손 감각은 줄었다.

예전에 아이들이 손으로 다 빚었던 거 아닌가.

나는 약국에서 파는 에디슨 젓가락을 자주 의심한다.

그게 젓가락질을 쉬 익히게 할지는 모르지만 정말 손힘을 길러주는가 싶은.

이불을 개던 여자방,

지윤이 생일이라고 다 같이 노래를 불러주고

축하 팡파레를 나이만큼 열세 번 반복해주었다고.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작도(작은 도윤이)가 야채죽을 안 먹는다는 소문 있길래 불러다 한 숟가락 주다.

결국 먹지 않았지만 그런 시도가 먹는 날도 가져오리. 오늘은 안면만 익힌 걸로.

여기선 안 먹는 것도 먹는 날이 오더라. 활동량이 많으니까, 뭐나 맛있으니까.

정후와 동우가 시비가 붙었다. 바보라는 소리에 정후는 소리 지르며 울었다.

그렇다고 주먹질을 하거나 거친 말은 하지 않는 정후.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지만 동우 역시 정후 편에서 사과도 필요하다고 함.

놀거나 안 놀거나.

어느새 놀았고, 하지만 정후는 마음에 맺힌 바가 있다.

아마도 한데모임에서 거론하지 않을지.

한데모임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서 모두의 지혜 혹은 힘을 빌리는 시간이기도 하니.

준형이는 곁에서 계속 콧물 흘린다. 그런 데도 내복바람이라. 옷을 입는 건 답답해하고.

예린이가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어 지인샘이 먹고 읽자 하니 바로 알았다고 책을 접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빠져있는 중.

엄마가 보고 싶다고 글썽이다가도 책을 읽으면 바로 집중한다고.

예린이 안에는 할머니도 같이 산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쓰고 있는 책이 있다는데, 출판도 한다는데, 무슨 책일까...

지윤의 생일을 부엌에서도 전해 듣고,

물꼬에서 부르는 생일노래를 모두가 부르다.

미역국은, 오늘 이미 세 끼 메뉴가 정해졌으니 내일 먹는 걸로.

지윤은 특별한 생일이었다고, 여기서 생일이어서 더 좋다고 했다지.

 

밥상을 물린 모둠방을 청소하러 가는 희지샘을 아이들이 돕는다.

지윤이가 앞장섰네. 현준 준형 정후 정윤이도 따라나서다.

현준이? , 현준이. 절대 마음을 내지 않던 그도 형이 되었다고.

아이들은 그리 자란다.

휘령샘은 잠시 세미호텔 직원들한테 호객행위를 당해 호텔 이용객이 되었다.

여자 아이들이 어린 세미를 아끼며 놀아주는 놀이라 할까.

체크인하는 세미, 직원들끼리 회의도 하고 직원교육도 하더라나;

소윤 채원 은서 지율 예린 정인 정윤 지윤

3분 뒤 깨워달라는 손님의 요구도 잊지 않고.

설거지대장 수범이가 오늘도 자신의 기록을 깨겠다는 걸 샘들이 말리다.

모과차를 마시느라 설거지를 그만해 아쉬워하는 수범.

 

손풀기’.

도전이다. 이번 계자 아이들은 그래도 되겠는 분위기이길래.

복잡한 사물을 가져다 놓는다; 유리병에 담긴 늘어진 아이비

아무리 복잡한 게 앞에 놓여도 우리는 걱정 없어! ?”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면 되니까!”

그렇다.

그 어려운 걸 아이들이 한다. 어렵다 하면서 한다. 못 하겠다 안 하고 한다.

그림놀이이고 명상이다.

 

들불’.

들에 불을 피운다, 눈이 내렸지만.

요새는 마을의 빈 논까지 진출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겐 운동장이 있는 걸.

바람이 조금 불었다. 하다샘과 윤호샘이 마당에 불을 피우기 전 평상을 바람막이로 세우고 들불을 피웠다.

하다샘은 여기서 일을 하며 자랐기에(10학년에야 학교를 갔다)

누구보다 이곳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낫다.

그 불에 고구마를 굽고, 은행을 굽고.

은행은 상대적으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덜했는데,

큰도가 가마솥방에까지 가져와 늦도록 먹다. 정인이도.

, 그대는 맛의 깊이를 아는 거야. 생의 깊이를 아는 게지.

내 그대 갈 때 싸주겠네.”

이 수선스러움에 챙겨질지 모르겠다만.

 

가마솥방 안에서는 달고나를 만들고 가래떡을 구웠다.

설탕이 맛이 있지. 아이들이 집어먹었다. 여기 움직임이란 게 공간도 넓고 불편하니

아이들도 당 떨어졌다 할 만. 놀기는 또 얼마나 놀던가.

홍주샘이 한 역할해서 희지샘과 민교샘이 좀 수월하였다는데,

홍주샘 뒤에는 조수 지율이와 정인이가 있었네.

지율이가 이게 제 흐름을 찾았나 보다. 얼굴이 환해졌다.

전을 접을 적 고생했다는 지율이의 말에 울컥했다는 홍주샘. 힘들었던 게다.

은서가 희지샘과 민교샘한테 못 만든다고 구박하며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나.

서윤이는 달고나가 되기 전 가만히 서서 기다리기 싫다고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작도(작은 도윤이)가 이 가게가 맛있다고 바람잡이 혹은 응원꾼을 하고,

어디서 박스를 또 주워 와서는 거기 정말 맛있어요.”하고 광고겸 응원글을 써서 책상에 올려주다.

밖에서 고생하는 샘들 바빠 못 챙겨먹는다고 하다샘과 윤호샘한테 가래떡도 받아 먹여도 주는 작도.

쟁반에 있는 달고나 부스러기까지 떼어먹는 세미의 야문 모습도 보았다.

 

가래떡은 처음엔 호일을 깔고 난로 위에다 구웠단다.

속도가 안나 석쇠로 직접구이로 전환하기도.

이 역시 더뎠는데도 동우 수범, 그 바쁜 맘들이 잘도 기다리고,

수범이는 호객행위도 해주었다고.

채원 지윤 작도도 참을성 있게 불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라지.

지윤은 밖에서 불피우느라 고생하는 하다샘 윤호샘한테 줄 가래떡을 노래 부르다.

홍주샘은 가래떡과 군고구마 경험을 못해 살짝 아쉬워했다.

, 내년 겨울계자에 오시면 되지.

 

낮밥 때건지기.

세미가 음식을 입에 넣고 오래 씹는다. 그러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그런데도 끝까지 싹싹 야물게 먹는 세미. 너무 작아서 인형 같은 아이.

그래도 왔던 곳이라고 또 와서 씩씩하게 다닌다.

여자방 큰 유리창문이 깨졌다고 소문이 전해져왔다.

네가 안 깨져서 다행이야!”

그런데 무슨 일인가,

하다샘과 윤호샘이 튀어가다.

다행히 유리가 떨어져내린 건 아니고 덧댄 보온용비닐을 붙인 채 창에 금이 간.

수습했네.

고마워라,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구들더께’.

병든 노인이나 게으른 사람을 일컫는 낱말이지만 물꼬에서는 긍정으로 쓴다.

뒹굴거리는 시간.

세미 은서 채원은 지인샘과 공기놀이 중이네.

세미가 꺾기 연습을 무려 30분이나 한 자리에 고대로 앉아서 했다.

이 작은 아이가 야물게.

성공할 때마다 커다란 해가 왔다갔다.

은서는 잘 못한다 말하면서도 못하지 않는 실력에 승부욕까지 장착하다.

세미는 또 채원 안소윤 정윤이와 근영샘이랑 공기를 하다.

세미가 같은 편 언니들의 실수도 바로바로 잡아내는 공정함을 보였다는 근영샘의 전언.

작도와 정후도 공기를 한다.

전혀 할 줄 모르던 작도도 연습량이 늘더니 4단계까지 성공했다지.

 

책방에서 정후가 준형이가 다투었네. 체스는 널부러지고.

정후에게 준형이가 원치 않는 훈수를 둔 게 사달.

홍주샘이 나섰다.

준형이가 같이 하자고 말할 용기가 없어서 훈수만 둔.

말을 해야 알지. 제 뜻을 전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본 시간들이었다.

준형이는 곧 책방에 있는 두엇 샘한테 시체놀이하자며 뒹굴대기도.

동우랑 수범이가 오목 경기도 펼치다.

계속 지는 희지샘을 수범이가 놀리자 샘의 명예를 걸고 휘령샘이 세 판을 이겨주었다는.

 

모둠방에는 창쪽 거텐을 내리고 어둑한 데서 한 가운데들 누워있었다.

목하 낮잠 중.

예린 정인 지윤 태양 희지샘 윤호샘이었다.

윤호샘이 졸고 있자 지율이와 정인이가 아예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더라고.

여자방에서는 작도 지윤 채원 정윤이 골판지로 만들기 중.

작도는 근영샘한테 이미 바친 반지가 4개 머리띠 2개 팔찌 2.

아이들이 만든 머리띠며 패물을 샘들이 하고 다녔다.

작도, 비질하며 채원 정윤에게 청소를 시키기도,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을 외치며.

어제 한데모임에서 뒷정리가 안 되더란 말을 기억하고서.

 

특수교사인 휘령샘과 같이 준형이를 더 들여다본 시간이기도.

가마솥방에 와서 질문을 던져대는 준형.

약간의 발달장애를 가진 준형이가 어찌나 자연스레 지내고 있는지.

나 또한 그를 특별히 대하기보다 다른 아이들 대하듯.

다만 정말 전달하고픈 어떤 말은 천천히 또박또박 정확하게 알려주다.

휘령샘과 준형은

학교의 궁금한 곳들, 제습이와 가습이 집이라든지 어른해우소, 목공실, 아이들 뒷간이며를

돌아다니기도 하였네.

 

하다샘이 손놀이 전수도 하다.

공공칠빵, 바니바니, 딸기가 좋아, ABC, 후라이팬놀이, 베스킨라빈스, 손가락 뒤집기, 공기, ...

안소(), 지윤 채원 은서 지율 현준 큰도가 거기 있었다.

지율이가 서윤에게 물었네, “너도 할래?”

지윤, 요새는 다들 핸드폰으로만 놀아서 이런 거 잘 몰랐다 하더라지.

 

구들더께라고 방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작도랑 근영샘이랑 하던 숨바꼭질이 넓혀져

동우 큰도(큰 도윤) 수범 윤수 현준 정후 서윤이 경찰과 도둑을 하고 있었음.

단순한 경찰과 도둑이 보물찾기와 경찰과 도둑의 결합으로 확대되다.

무려 두 시간을 밖에서, 이 낮은 기온에 멧골에서 말이다.

5학년 현준이와 큰도의 적절한 희생과 배려로 더욱 재미가 있었단다.

작도가 근영샘이 혼자 힘들어 보인다고 홍주샘을 밖으로 불러내기도 했네.

한편에선 눈도 좋은 놀잇감이다.

큰도가 오리 만드는 법을 홍주샘한테 전수해주기도.

그것도 방법이 있더라고. 눈을 넣고 마구 흔들기.

 

저녁 때건지기.

물꼬에서 부대찌개라니! 왔던 모두가 놀랐다.

여간해서 고기 보기 어려운 물꼬이다.

마침 들어온 재료도 있었고, 장 볼 때도 염두에 두었던,

고기 한 끼 대신 준비한 것이었다.

거의 해먹을 일 없으니 잘 모르기도 하여서 샘들한테 물었다.

각자가 먹어본 부대찌개에 무엇이 들었더냐고.

참고한 데다

동우가 라면을 먹고 싶다고 주문했던 바도 있어서 라면사리까지.

그게 뭐라고 그토록 열광하다니.

다른 끼니의 곱을 준비했다. 국물까지 싹싹 긁은 아이들.

당연 여기니까 더 맛있었다.

 

홍주샘 곁에서 밥을 먹던 작도가 먼저 일어난 자리에

은서 지윤 지율 안소(안소윤) 서윤이 샘의 턱밑에 앉았다.

아이들은 알아본다, 좋은 선생을.

좋아하는 음식, 맛있게 먹는 방식 등 번갈아가며 재잘재잘.

아이들은 늘 말이 고프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

 

밥상을 막 물리고 지윤의 생일상이 나왔다.

기지떡을 쪄서 가운데 두고 스콘을 둘러치고 촛불을 켠.

큰도 지율 채원이 앞치마를 하고 부엌으로 내려섰다.

이제 차례를 안 정해도 저들 알아서 설거지가 돌아가고.

작도 준형은 근영샘과 탐정놀이 중이었네.

준형이가 샘을 구해주기 위해 달려가 주었다.

여자방에서는 정인 서윤 지윤 정윤 소윤 은서 지율 예린 채원 태양 들이 윤호샘과

눈치게임, 바니바니 게임.

태양 서윤 예린 정인 들은 게임이 재미없었는지 한쪽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 그러다 태양과 서윤이가 머리채를 잡고 싸우다.

집안싸움은 집에 가서 하는 걸로!”

 

한데모임.

노래부터 넘친다.

동우는 여행을 떠나요를 계속 부르고 싶어 하지만 아이들은 이제 지겹다고 자름.

그런 동우, 세미 옆에 앉아 세미가 은자동아 금자동아노래를 잘 부르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더라,

동우가 동생을 챙긴다. 우리가 아는 그 동우랑 같은 인물 맞다.

정후가 울먹이며 제 말을 시작했다. 자주 우는 정후다.

아침부터 속이 상한 문제가 있었다.

밖에서 술래잡기하며 수범과 벌어진 일을 토로한다.

우는 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아무도 네 마음을 몰라. 말해야 해.

말의 목적은 다른 사람이 들으라고 하는 거야.

알아듣게 해야지.”

바로 알아듣고 뚝 그치며, 하지만 또 설움이 복받치면서도 또박또박 말한다.

우는 정후의 등을 쓰다듬어주는 준형.

지루할지도 모를 수범과 정후의 갈등.

아이들에게 물었다,

저들끼리 해결하게 할까 우리 모두 같이 머리를 맞댈까,

다른 문제를 먼저 다루고 이 문제로 갈까 하고.

! 아이들이 바로 이 문제를 논의하자 한다,

정후가 너무 속상해하니 풀고 가자고.

몸이 노곤해지는 시간, 지루할 수도 있겠건만.

아이들은 이렇다!

이 지루할지 모르는 수범 정후의 사건을 끝까지 함께 해결하고 열심히 듣는 아이들이,

그리고 물꼬가 여전히 여기에 있다는 게 감사했다.’(휘령샘)

우리도 저런 어린 날이 있었다!

우리 어른들도 따뜻하게 타인의 슬픔과 아픔을 공감하고 같이 해결에 나서던 그런 날이.

술래잡기에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생각한 정후,

그건 따돌리려 한 게 아니라...”

오해가 있었던 거구나...”

마음이 풀어진 정후.

수범은 숙제를 받았다. 화가 날 때 주먹을 쓰거나 소리치는 대신 

다른 좋은 방법으로 마음을 표현하면 자랑해 달라는.

"그게 무슨 자랑이에요?"

누가 말했다.

"아니야. 사람이 변하기 얼마나 어려운데! 자랑할 만해. 꼭 자랑해주셔요!"

자기 실천을 동네방네 자랑해 달라 부탁했네.

 

대동놀이.

오늘은 다시 고래방으로.

방에서 조그맣게 하지 뭘 또 그 추운 데까지...

가는 아이들이야 신명으로 간다지만 샘들도 대단타. 가준다.

하다샘과 지인샘의 진행으로

저들이 어릴 때 물꼬에서 첫날이면 꼭 하던 놀이를 하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여우야 여우야’, 그리고 이어달리기 한 판.정윤이가 머리가 지끈거린다 한다. 감기기운이 그에게도 닿았나 보다.

(밤에 하다샘이 키트로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혹시나 하고. 이상무)

지윤이는 배가 아프단다.

만져보니 화장실을 가야겠더라.

매실꿀차를 멕이고 배를 바닥에 붙이고 잠 누우라고.

그리고 아이들이 좀 빈 시간, 뒷간을 잘 써보라 권하다.

 

모둠 하루재기.

황토방 뜯긴 곳을 홍주샘과 민교형님이 보수 중이었다.

중앙에서 하라고 떨어진 일도 아닌데

물꼬에 첫걸음한(민교형님이야 어릴 때 계자 식구였지만) 샘들이 일을 찾아 한다.

이번 계자가 원활한 건 이런 움직임이 또한 있어서 그럴.

밥바라지를 하면서 바쁘면 맨손으로 찬물을 휘저으니 손이 까칠까칠.

아이들 손도 그러하다. 찬바람 맞으니. 핸드크림들을 발라주다.

입술이 튼 수범에게는 바셀린을 바르고, 정후는 정강이에.

지인샘이 아이들 손발톱을 깎아주고, 하다샘이 립밤 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주고.

물꼬 계자는 이벤트식 일정이라기보다 일상의 연장 같은.

여기 역시 무슨 수련관이 아니라 삶터.

준형과 큰도의 아재개그도 이 밤에 이어진다; “서울이 추우면?” “서울시립대!”

준형이 작은 화상을 입어

교무실 양호실(이라야 탁자에 약품이 놓인)로 도윤 현준 동우 같이 가준다.

준형이, 자기 씻는 것을 돕는 하다샘을 자기 집에 초대해 주기도 했네.

 

잠자리.

아이들 잠자리 머리맡에서 책 읽어주는 샘들,

재밌는 동화는 아이들을 더 말짱하게 해 어려운 책을 들고 가 읽기도 하는.

오늘은 하다샘이 옛날 마흔넷씩 세 차례 계자를 하던 시절을 들려주다.

그런 때가 있었구나, 그 전엔 오십 명이, 그보다 더 전엔 백 명씩 계자를 했네.

이제는 이런 자유로운 곳에 아이들을 잘 보내지 않는다.

공부가 더 중하니, 그런 관련성이 높은 곳으로 모이는.

그런데, 뇌도 쉬어야 더 잘 돌아가지.

학기 중에 열심히 공부했으니 방학은 그야말로 쉬어가야지.

아이들도 쉬어야지. 쉬어야 또 공부를 할 게 아닌가.

 

욕실이 정리가 되어 있어 놀랐다.

빨래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수챗구멍은 머리카락 잔뜩,

대야며 바가지는 물이 가득한 채 널부러지고, 세제들은 던져져 있고,

신발들은 흩어지기 일쑤.

여느 계자에서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풍경, 그래서 꼭 한 번 짚고 가야 제대로 돌아가는.

, 그런데, 엊저녁도 오늘밤도 마지막에 누군가 정리를 해두었다. 지인샘이었다.

그러자 모두 그가 하던 대로 한다.

홍주샘도 한 정리한다. 깔끔한 계자가 되고 있다.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니까.

 

밤마다 정후의 교정 장치를 봐주고 있는 휘령샘.

혹시 잘못 돼 아이 목 안을 찌를까 긴장하면서 온 신경을 써서.

아이가 하루라도 걸러 문제가 생길까 하여

모든 샘들이 방법을 숙지하기도 했다.

이런 것까지 챙기기 쉽지 않은 손인데...

샘들이 고마웠다.

 

샘들 하루재기.

"국수나 떡볶이라도 좀 먹으려나?"

힘이 들 때가 됐으니까.

그 밤에 야참을 또 먹겠다는 샘들.

삼시 세 때 서른 명 밥을 해먹고, 다시 한밤에 부엌에서 불에 냄비를 올렸네

좋아하는 사람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게 즐겁지.

샘들이 잘들 먹었고나.

아구, 무슨 샘들 하루재기가 자정을 넘어서 진행된다니.

먹고 하루재기를 하기로 하였으니.

따뜻한 마음이 불길만큼이나 따뜻했던 날이라고 하다샘이 말했다.

아이들이 지낸 하루를 서로 나누고 아이들의 저마다 사정도 공유하다.

, 동우가 팬티가 다 떨어졌다네.

물꼬 걸 써야지. 팍팍 삶아 잘 말려놓았다.

하다샘은 현준과 큰 도윤이로 물꼬체인(물꼬의 역사, )’이 다시 가동되는 느낌이라고.

(물꼬 계자가 2017학년도와 2018학년도를 쉬었다.

앞의 해는 물꼬 안식년이었고,

이듬해는 내가 바르셀로나에서 꼬박 한 해를 보내는 여정이 있었던 탓에.

새끼일꾼의 나이대에 큰 빈 공간이 생긴 게 그 연유도 없진 않을.)

샘들이 큰 소윤이를 눈여겨본다.

아직 (일정 속으로 혹은 물꼬 안으로)확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괜찮다, 우리에겐 아직도 날이 남았으니.

"오늘은 몇 시에들 불을 끄시려나?"

"220분에는 잘게요."

그래야 교무실도 이후 불을 끄는.

 

계자를 밖에서도 같이 꾸려주는 이들이 있다.

계자 중에도 먹을 것들이 닿는다.

오늘은 윤호샘의 아버지 용샘이 보낸 귤 두 상자가 도착했다.

아이들 어릴 때 그네 엄마는 밥바라지로 여러 차례 손을 보태기도.

밥바라지 최고봉 역대 3인 가운데 한 명인 인교샘이 그 엄마인.

고맙습니다!”

 

스물여섯(?) 살 아들이 같이 계자를 꾸리고 있다.

이 멧골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고 일하며 자란 덕에

다른 건 몰라도 곧잘 여기저기 잔손을 잘 보는 걸로 계자에 큰힘을 보탠다.

이제 의사 국시를 준비하니 더는 계자 합류가 쉽지 않을 거다. 인턴, 레지던트로 바로 이어질 게고.

엄마가 하는 일(돈이 되는 것도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닌)을 지지하고

실제 그 일을 돕기까지 하는 자식은 부모를 어깨 펴게 한다.

다른 사람이 인정을 하건 말건 그리 관심 있을 주제가 아니지만

세상에서 가족으로부터의 지지와 인정이 최고이지 않은지.

그게 자식이라면 더욱 고맙고 뿌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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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1 2022. 1. 1.흙날. 맑음 옥영경 2022-01-12 361
5850 2021.12.31.쇠날. 맑음 옥영경 2022-01-11 356
5849 2021.12.30.나무날. 눈과 바람 옥영경 2022-01-11 360
5848 2021.12.29.물날. 눈 내린 아침, 뿌연 하늘 옥영경 2022-01-11 365
5847 2021.12.28.불날. 흐림 옥영경 2022-01-11 348
5846 2021.12.27.달날. 맑음 옥영경 2022-01-11 371
5845 2021학년도 겨울 청계(12.25~26) 갈무리글 옥영경 2022-01-08 361
5844 청계 닫는 날, 2021.12.26.해날. 맑음 옥영경 2022-01-08 367
5843 청계 여는 날, 2021.12.25.흙날. 맑음 옥영경 2022-01-08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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