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2월 어른의 학교를 마치고 사람들이 남긴 갈무리 글.

늘처럼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기다(그게 아니라면 한글 프로그램이 잡아주었거나).

괄호 안에 ‘*’표시가 있다면 옮긴이가 주()를 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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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학년 이건호:

<학교이념편>

학교이념-스스로를 살려 섬기고 나누는 소박한 삶, 그리고 저 광활한 우주로 솟구쳐오르는 나!

이것은 자유학교 물꼬의 학교이념이다.

공동창작 시간 중 우연히 물꼬의 학교이념을 다시 보았다.

예젂에 볼 때는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었는데 조금 머리가 찬 뒤에 학교이념이 보이는 듯하다.

아직 배움이 덜해 그 깊은 뜻을 다 알지는 못할 듯싶지만 많은 것을 느꼈다. 첫 연에서는 내가 나의 살을 기투하는 하이데거의 철학과의 공통점이 느껴졌고, 섬긴다는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나를 섬긴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어떠한 절대자의 섬김의 의미도 느껴졌다. ‘경외라는 단어를 좋아하는데, 경외감이 주는 인생의 활력을 굉장히 중요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둘째 연에서는 나눔의 필요성이 나온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함께해야 한다.

대승불교에서의 부처가 됨은 내가 해탈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해탈을 도와야 비로소 부처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옥쌤의 전인은 나 혼자 선 사람이 아니라 내가 조금 덜 설지언정 다른 이들도 함께 서는 것이 전인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연의 의미는, 내세의 초인이 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초월적 존재가 되는 모습이 정말 초능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소박한 삶을 살고 평범하게 살지만 나를 세우고 남과 함께 서기를 하는 사람이 모인 것이다. 맹자의 호연지기를 가진 대장부의 모습이 연상된다.

나의 혼자된 견해라서 알아서 잘 걸러들으시길 바랍니다.

옥샘 예뻐요.(* 오래 전 건호가 초등 계자 구성원일 적 갈무리글을 못 쓰겠다고 비비적 댈 때면 할 말 없으면 그리라도 쓰랬더니 지금까지 쓰고 있는 문장-옥영경)

 

<가족편>

이번 계자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계자였다.

처음에는 나의 속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걱정이 많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나의 이야기를 못할 것 같았던 걱정을 넘어 엄마와 형이 아닌 그 너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홍인교샘은 내가 발견하지 못했었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멋있는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이해심 많고 생각이 멋졌고, 일도 잘하는 사람이었다. 윤호샘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소중히 들어줄 수 있는 멋진 사람이고, 사실 마음속의 따뜻함이 있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다른 공간에 와서야 매일보는 가족들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가족들이 함께해서 더욱 좋은 계자였다.

 

심지윤:

낯선 곳에 대한 긴장을 없애지는 못하겠더라. 그래 용기내서 가보자. 뭔가 감이 좋아~

어른학교의 시작은 생각보다 일찍 기차역 버스정류장부터였다. 이어서 찾아오는 적응, 적응... 그래 차근차근 하면 되지.

처음부터 어떻게 저들의 관계를 따라가겠어.

그래도 물꼬에 대한 상상과 현실이 다르지 않아 당황감은 크지 않았다. 아니 생각보다 더 자유롭고 편안한 곳이었다.

왜 물꼬에 오기 전부터 마음에 눈물이 고여 있었을까.

울음 나오는 이야기는 울면서 하고, 기분좋은 이야기는 활짝 웃으며 하고, 때로는 서로 그냥 재밌게 얘기하기. 그런데 평소의 겉도는 대화의 자리와 뭔가가 달랐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 이들은 열려있는 것 같다. 자신에게, 세상에게.

옥샘께는 뭔가 배울 생각을 했어도 함께하는 이들에게는 큰 기대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들의 마음이 그대로 나에게 채워진 것 같다.

예린이를 먼저 보내긴 했지만 내가 정말 와보고 싶었던 곳. 와 보서 좋고 좋은 인연을 이어가면 좋겠다.

그래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옥샘을, 물꼬를 피난처, 안식처, 기댈 수 있는 곳, 오면 힘내서 갈 수 있는 지원처로 삼고 싶다.

그리고 에린이 호수를 물꼬에서 함께 키우고 싶다.

우리가 함께 자랄 수 있는 곳을 만나서 기쁘다.

물꼬를 만난 인연이 감사하고, 옥샘을 비롯해 물꼬를 지속케하는 수많은 노고에 감사드린다.

 

최지인:

겨울계자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느낀 건 미래에 대한 불안이었다. 생각과 걱정이 많아지니까 또 생각나는 곳은 물꼬였다. 어쩜 그렇게 물꼬에서 지낼 땐 근심, 걱정, 불안 이런 모든 감정들이 사라질 수 있는 걸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번 어른계자를 보냈다. 그리고 깨닫게 된 건 내가 나에게 거는 기대가 물꼬에선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 그저 아침에 잘 일어나서 밥을 잘 먹고, 얘기를 잘하고 수행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공간이기 때문에 기대와 실망이 크지 않을 수 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뭔가를 꼭 잘하지 않아도 로 봐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정말 좋다. 밖에서 비관적으로 생각하던 내가 물꼬에 오면 희망을 보는 것 같다. 주기적으로 와서 희망을 충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3일이 정말 짧게 느껴졌고 아쉽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쉬워서 또 오고싶으니 좋다. 애들보다 말 안듣는 어른들과 함께하느라 고생하신 옥쌤께 정말 감사하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류옥하다:

많이 말랑해진 시간.

풍요롭고 여유로웠던 시간.

보고 듣고 느끼고 향기를 많이 맡은 시간.

무례하지 않게 솔직살 수 있었던 시간.

13년 인연, 710살 아이들이 든든한 형제가 된 시간.

치유받고 많이 내려놓은 시간.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 실타래에서 자신이 들려준 이야기를 정리한 내용이 이어졌는데, 천천히 옮겨두려는데...)

 

정재훈:

가장 와닿는 부분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느낀거는 어릴때부터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보는 게 참 중요하다는 걸 느낀 것 같습니다. 물꼬 어른계자는 많이 왔지만 항상 올때마다 느끼지만(식상하긴해도) 새로운 걸 경험하고 느끼고 들으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을 수 있는 참 좋고 뜻깊은 것 같아요. 여러 사람들과의 생각과 느낀 것들 고민들 등등 여러 가지 것들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게 물꼬만의 큰 장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물꼬를 계속 올수 있게 하는 게 아닐까 좋아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뜻깊은 시간이었고 담에 또 처음 뵌 분들과 몇 번 뵜던 분들도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홍인교:

아들의 사회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어 참 좋다.

아들들도 나의 사회생활을 엿보게 되어 뜻깊겠지!

나 개인적으로는 치유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어 더 좋았다.

몸도 마음도 말캉해지는 경험!

몸은 절을 통해 부드러워졌고

마음은 대화를 통해 말캉해졌다.

이건 오늘 여기에 참여한 모두가 이심전심이었을 꺼다!!

게시판 작업과 핏켓작업을 통해 서로를 잘 인식하고 함께 하는 방법을 배웠고

이러한 물꼬가 이 자리에 있어서 늘 감사하지만 어른계자에 참여한 오늘 특별히 감사하다!!

 

이윤호:

옛말에 한 책을 백번 읽어도 매번 다른 책들 읽는 것 같다고 했다. 이는 책 내용이 바뀌는게 아니라 읽을 때 마다 처한 상황, 생각이 바뀌어서 위와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물꼬의 계자 또한 어린이 일 때와 새끼일꾼, 품앗이 일꾼을 때 매번 다른 느낌이다. 어린이 일때는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새끼일꾼을 처음 해본 계자 때 선생님들이 너무 많이 준비한다고 생각했다. 하다 못해 아이들은 샘들이 준비한 연극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잠깐 계자 시스템에 대한 괴리감을 갖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프로그램에 참가자가 아닌 진행자로 참가한다는 차이를 간과한것 같다. 그 청소년 계자를 이후로 계절 자유 학교라는 프로그램에 참가자로 참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최근 제대로 된 품앗이 일꾼(자칭)을 한 이후로 일꾼일 때의 계자가 제일 좋다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득 참가자들에 부러워지기도 했다. 그런데 어른학교는 내가 참가자가 되어서 어린이 때의 기분을 만끽 할 수 있었다. 밥을 먹고 설거지 걱정, 누군가를 챙긴다는 생각보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난로가에 앉아 노닥노닥 떠드는 시간이 행복했다. 실타래시간은 역시나 좋았다. 물꼬 공동체 밖에서는 쉽사리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편하게 꺼낼 수 있어서 열린 사회가 이런 것 아닐까 싶었다.

이번 계자를 통해 옥샘과 하다 형 사이를 엿보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우리 집안과 비교해보며 "옥샘도 누군가에게는 어머니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저번 겨울 어린이 계자를 이어서 옥샘의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느꼈다. 특히 노래를 함께 부를때 언제나 창문이 울릴정도의 힘을 보여던 옥샘이 수술의 후유증으로 노래에 힘이 느껴지지 않을 때 가슴이 아려왔다. 처음으로 그녀에게 "옥샘"이라는 이름이 버거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노래에 힘이 안느껴져서 보다는 옥샘이 유한적이라고 느껴지니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다형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둘째 아들이라는 말이 참 잘 맞는것 같다.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옥샘이 앞으로 7년 정도 후에 계자를 그만두신다는 말씀을 듣고 가슴이 내려 앉는것 같았다. 다른 프로그램을 만드신다는 말씀에 한시름 놓았지만 여전히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계자가 얼마 남지 않았으면 눈삔 여자친구를 서둘러 만들어야하나 싶었다. 옥샘을 아끼지만 계자를 계속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참 모순으로 느껴졌다.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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