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봄날! 바람은 좀 있었으나.
바다에 있었다.
간밤 01시께 잠자리에 들었으나 03:40 깨버렸네.
05시 오색발 속초 대포항으로 길을 잡기로 했는데.
마을 사람과 낚시꾼들을 따라가기로 하다.
낚시도구까지 준비가 돼 있어 간식거리만 챙기면 되었다.
06시를 막 지나 출항.
동해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바다로 나가다.
앗, 배멀미! 어제 읍내에서 붙이는 멀미약을 사서 미리 붙였지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디에 앉아도 어떤 자세로도 몸을 둘 수가 없었다.
그예 토할 뻔하기도.
마을 형님이 내 몫의 낚싯대까지 들여다보느라 바쁘셨네.
세 시간을 넘게 고생하고서야 가라앉다.
열기와 대구며 이면수들이 줄줄이 낚시바늘에 걸렸다.
선장의 신호에 따라 봉돌을 내리거나 올리고,
배가 이동할 때 드리운 줄을 거두었다.
멀리 설악산 대청봉과 화채봉이 당당했다.
낮 2시 다시 20여 분 달려 육지에 오르다.
선장이 말을 넣어둔 식당에서 낮밥을 먹었다.
요리에 일가견 있으신 구십 노모가 차려준 집밥을 어제 먹었던 터라
어찌나 견주게 되던지.
집으로 돌아와 그 결로 생선을 손질하다.
싱싱하니 비린내도 덜 났다.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네.
일흔 이웃 할머니와 묵는 곳의 아흔 할머니와 셋이서 달라붙어
한 사람은 가위로 지느러미를 자르고,
또 한 사람은 내장을 제거하기 좋게 아가미에서 배까지 따고,
나머지 사람이 도마에 칼질로 내장을 빼고.
소금 쳐서 당장 절였다.
“우리 장사 나가도 되겠어. 나 잘 팔아.
저기가 낚시해오고, 이렇게 손질하고.
우리 어디 생선가게 일하러 갈까?”
동네 아주머니의 농.
설악산 아래로 지난해 6월부터 세 차례 걸음했다. 동네 사람이 다 되었다.
그렇게 설악산에 깃든.
오늘도 저녁밥상에 초대를 받았다, 일하고 왔다고.
이미 이르게 먹은 저녁밥이었는데, 그래도 가서 한 젓가락 보태다.
물꼬를 물어들 오셨네.
삶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답이었겠다.
성공이란 것의 끝이 다 돈으로 귀결되는 세상에서
좀 다른 길인 것같다고들 하셨네.
일어서는 손에 천혜향을 얻었다.
고단함이 밀려드는데, 곤해서 더 잠들기 어려울 지도.
방에 절절 끓다.
객이 들었다고 주인장 인심이 후한.
그렇다고 이 맘 때 반팔로 지내서야!
기름을 아끼시라 전하였네, 추우면 말씀드리겠다고.
학교에서는 밭을 돌보고 있다는 전언.
내일은 책방과 교무실 난로를 철거하겠다고.
대해리에도 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