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마을 길을 걸었다. 쉬어가는 하루.

자정께 누웠는데 03:30 깨다.

어제부터 온몸이 가렵다. 몸이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

그냥 일어나 글쓰기 좀, 책읽기 좀.

낮에는 마을 뒤란 끝 산기슭의 생강꽃과 진달래를 꺾어왔다.

봄을 마당으로 들였다. 묵고 있는 댁의 야외테이블에 꽂다.

 

어제 바다에 나가 잡은 고기를 다듬었더랬다.

마을 형님이 몇 마리씩 비닐팩을 넣어 갈무리한 상자를 올려주었다.

어제 잡은 고기의 절반은 되겠다.

냉동실에 넣어주기까지.

에구, 뭐 그렇게까지...

사실 거개 당신이 잡으셨는데.

갈 때 바로 가실 거면 실어 가고, 아니면 택배로 보내 드리께.”


양양 읍내 오일장 서는 날(4일, 9일).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리라며 집을 지키겠노라 다녀들 오십사 하였는데,

제법 장이 크니 구경 가자는 어르신들.

따라나서다.

발가락에 티눈이 생겨 고생도 하는 터라 약국도 들리고.

맛난 메일면을 사주셨네.

멧골 식구들이 바람 쐬고 온.

그런데 여기서는 달래를 사서 먹어 놀랬다.

하기야 복숭아가 많아도 내 밭 아니면 사 먹는 대해리이지.

없으면 사야지.

어쨌든 달래가 이 골짝에는 없다는 말이다. 대해리서 그 흔한 게.

돌아가면 캐서 부쳐야겠다.

 

오늘도 저녁을 같이 먹자는 어르신들.

혼자 무슨 맛에 먹겠냐며, 어제 낚시해온 열기를 굽겠다고.

혼자도 잘 먹어서 일찌감치 벌써 뚝딱 먹었는 걸.

어제도 그랬는데, 오늘도 저녁밥을 두 번 먹겠을세.

마을 형님이 마가목술을 보태셨네.

정말 설악산에 깃들어 살고 있다.

 

저녁 9시 마을 식당가 한 댁에 청년들(여느 시골이 그렇듯 여기도 5,60대가 청년)이 모였다.

40대 젊은 한 부부는 20대 도시에서 만나 고향마을로 들어온.

“10년이면 물난리 날 거예요!”“

남편 분이 읍내며 이웃 도시에 들어서는 아파트들을 보며 한 생각이라고.

생활에서 느끼는 기후위기였다. 계곡이 말라가고 있다는.

눈이 내리고 얼고 녹고 그 물이 흘러내리는 것일 텐데,

지금 산이 머금은 물이 없다는.

태풍 루사 때의 기억도 듣다.

다리가 다 끊기는데 그나마 식당들이라 식재료들이 있어

당시 객들 2천 명이 있었다는 이곳이었지만 먹을 걱정은 없었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자 각자 살기 바빠 서로 데면데면하다가

코로나라는 위기가 외려 관계를 개선해준 측면이 있다고도.

한 형님은 마을신문을 만들고 싶다 하였다.

역시 도시에서 살다 어머니 계신 고향으로 들어와 농사 짓고 펜션을 하는.

설악산 드나들며 그런 일에 같이 손 보태도 재밌겠다.

 

설악산 아래 깃들어서도 민주지산 아래를 생각한다.

몸은 여기 있고 일은 그곳의 것을 하기도.

물꼬 학교터에 변수가 생겼다.

오늘 관련 메일 문건을 만들어 보내다.

한 어른께 메일을 드리겠다고 주소를 여쭈고 여러 날이 흘렀다. 망설인 시간이겠다.

어떤 일이 결론 나기 전 그냥 마지막 순간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생각이 닿는 모든 것을 해보려는 노력, 그런 거였다.

지난 쇠날에는 우편물을 보냈다.

메일에 앞서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동봉해서 펴냈던 책들과 함께 보내다.

물꼬의 역사, 그리고 물꼬가 영동에서 보낸 세월,

학교 터를 놓아야 하는가, 그래서 달골로 이사를 하는가, ...

딱히 무엇을 어떻게 해달라는 글월은 아니었다.

슬슬 움직이며 생각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크다.

물을 흔들고 거기 가라앉아있던 흙들이 섞이고

그러다 가라앉게 되는 시간을 버는 행동들이랄까.

학교가 학교로 쓰인다면 그 쓰임에 가장 충실한 것 아니겠는가,

세상을 사는 지혜로나 힘으로나 어르신이 낫지 않겠냐,

깊은 멧골에 들어와 산 지 오래, 세상일에 퍽 서툴고,

쓰고 보니 무모한 글월이었다.

무모한 사람들이 있다.

30년 전 물꼬 같은 학교를 만들겠다 했을 때 아무도 가능하지 않다고 했으나

그 뒤 대안학교(alternative)라는 번역어가 생기며 줄줄이 그런 학교들이 만들어졌다.

물꼬가 여기까지 올 줄 몰랐고, 어디로 갈 줄 또한 모른다.

오직 아이들을 섬기며 다만 지극히 정성스럽게 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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