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9.흙날. 맑음

조회 수 155 추천 수 0 2022.05.05 00:22:03


우리 중 한 사람이 태어났을 때 바람이 우리에게 들어와서 일생동안 우리를 들이마신다

우리의 첫울음과 말들을 통해서, 우리가 걷고 요리하며 나무를 심는 동안 내내 우리를 

들이마신다. 죽을 때 그것은 떠난다. 나머지 공기와 바람의 일원으로 돌아간다.

 

치카소 부족으로 소설가이며 시인인 린다 호건의 글이다.

내게 명상을 물어오면 호흡이 다라고 말한다. 사는 일도 그게 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린다의 글은 명상을 정의해준 말이 아닌가 싶다.

대해리를 떠나서도 대해리를 돌아와서도 나는 계속 살고,

그리고 명상한다. 호흡한다. 산다.

 

사이집 대왕참나무에서부터 아침뜨락의 은행나무, 튤립들 물부터 주었다.

마른 날들이다.

사이집 언덕 위의 긴 개나리 울타리를 따라 풀을 검었다.

아침뜨락 밥못으로 이어진 물관도 연결하였네. 겨우내 풀어두었던. 봄 왔다.

사이집에 작은 종도 하나 매달다. 초인종인. 오랫동안 벼르던.

들에 나가 달래를 캐다. 설악산으로 보낼.

거기서는, 달래를 장에 나가 사 먹더라고.

여긴 벌써 한철 지나고 있어 보내자고 보니 그것도 시원찮네.

얼마쯤은 당장 먹을 수 있도록, 그리고 모종으로 보내려 어린 것들도 캐다.

달골 대문께 울타리 놓을 곳 치수를 재다.

작은 H빔 기둥은 밖에서 작업을 해서 들어올 것이라.

기락샘이 오랜만에 습이들 산책을 시켜주다.

산책 시켜주는 주인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을 제습이와 가습이였으려나.

 

해마다 아이가 써서 붙이던 입춘첩이었다.

아이 자라 대처 나가고 나니 오래 전 것이 바랜 채 학교 중앙 현관문에 그대로 붙은.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을 풀어쓴.

봄을 맞아 크게 길하라

새해 왔으니 좋은 일 많으리라

한 시인이 좋아한다는 입춘첩을 들었다; 수여산부여해(壽如山富如海)

산처럼 건강하고 바다처럼 넉넉하라’,

그것도 퍽 좋을세. 아이들과 즐겨 부르는 '은자동아 금자동아' 끝 소절도 닮았으니; "산처럼 높거라, 바다처럼 깊거라."

아들이 오면 그리 써달라 해야겠다.

더디고 더딘 대해리에도 이제 봄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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