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27.물날. 맑음

조회 수 308 추천 수 0 2022.06.09 16:02:40


바람이 많았다. 낙엽들도 바람 따라 많았다. 날리는 쓰레기도 솔찮았다.

행정 일을 좀 챙기다.

면소재지에 보낼 것, 군청에 낼 것.

그리고 부모 하나가 보내온 메일을 여러 날 머금고 있다가

오늘 답을 했다.

아이들 일로 만나 이제는 어른들의 삶에 대해 말을 보태는 날이 적잖다.

 

더덕을 몇 캤다.

검지손가락보다 조금 굵은, 아니면 가늘거나.

흙 묻은 더덕을 처음 만났던 시간을 생각했다.

껍질을 칼로 깎았더라지, 칼집 넣고 찢듯이 벗긴 게 아니라.

요즘 그러듯 이것도 요리 책대로? 그러자.

그저 자연스레 부엌에서 해왔던 일이지 굳이 배울 일은 없었던 요리였다.

껍질을 벗기고 소금물에 절여 유연하게 만들고,

편 썰어서 밀대로 밀었다.

길이도 책에서 말하는 대로 따라해 본다. 적당히 말고 cm대로 말이다.

거기 고추장 양념 발라 석쇠로 구웠다, 가 아니라

그러자면 석쇠 꺼내, 달궈서 기름칠해, 괜히 번잡한 듯해

그냥 프라이팬에 구웠다.

마지막에 남은 양념을 한 번 더 칠해 훈김 쐬듯 살짝 기름에 구워내다.

 

옆 장에 탕평채도 사진도 보인다.

정작 청포묵이 없는데?

그럼 뭐 있는 것만.

미나리도 있고, 달걀지단에, 숙주 없으니 거두절미한 콩나물,

소고기야 물꼬 밥상에 오르기 드문 일이고,

채소들 다 썰어 데치고 소금 참기름으로 밑간하고,

대파와 마늘 다지고 간장 설탕 식초로 초간장 만들어 모두 섞은 뒤

버무린 재료만 건져서 넓은 접시에 담고

김을 찢어 고명으로 올리고 그 위에 황백 달걀지단을 올렸더라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36 2024. 4. 7.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23 124
6635 2024. 4. 6.흙날. 맑음 옥영경 2024-04-23 132
6634 2024. 4. 4.나무날. 잔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24-04-23 135
6633 2024. 4. 8.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23 135
6632 2024. 3.11.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138
6631 2024. 4. 9.불날. 맑음 옥영경 2024-04-23 138
6630 2024. 4.10.물날. 맑음 / 곡성 동악산(735m) 옥영경 2024-04-23 139
6629 2024. 4. 5.쇠날. 맑음 옥영경 2024-04-23 141
6628 2024. 3.17.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147
6627 2024. 3.18.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4-09 149
6626 2024. 4.13.흙날. 맑음 옥영경 2024-04-23 149
6625 2024. 3.10.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150
6624 2024. 4. 2.불날. 흐리다 밤 비 / 옳다면, 가시라! 옥영경 2024-04-21 150
6623 2024. 3.19.불날. 진눈깨비 날린 이른 아침 옥영경 2024-04-09 152
6622 2024. 4. 1.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21 152
6621 2024. 3.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10 153
6620 2024. 3.22.쇠날. 흐림 / 오늘도 그대들로 또 산다 옥영경 2024-04-10 154
6619 2024. 4.11.나무날. 맑음 / 화전놀이 옥영경 2024-04-23 154
6618 2024. 3. 8.쇠날. 오후 구름 걷히다 옥영경 2024-03-28 156
6617 2024. 3.23.흙날. 살짝 비 옥영경 2024-04-10 15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