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1.해날. 맑음

조회 수 386 추천 수 0 2022.06.09 16:28:46


딱, 오월이 앞에 섰다.

다시 오월을 본다. 눈부시지 않을 수 없다.

철쭉과 영산홍이 색이 고이듯 짙다.

개나리 지자 조팝꽃이 언덕을 뒤덮었다.

메타세콰이어며 배롱나무며 늦은 새순들이 바쁘다.

금낭화는 화려하고 돌단풍은 한껏 키를 키웠다.

샤스타데이지들이 망울을 달았다.

늦은 수선화가 지고 있고 사과꽃이 떨어진다...

 

05:30 물과 삶은 달걀과 깎은 사과를 챙겨 넣는다.

늦지 않게 마을 형님이 달골 마당으로 들어섰다.

달골 위쪽 산판 자리를 훑기로 했다.

고사리와 취가 한창일 것.

마침 어제 마을 아저씨 하나가 거기서 더덕을 3kg 팠더란다.

취가 많더라고!”

소식 듣고 들어가기로 바삐 잡은 날.

사람들이 멀리서도 와서 산에 들어도 우리는 들에서 바빠 멀거나 쳐다만 보다가

마침 물꼬가 따로 교육일정이 있는 주말이 아니어.

 

두릅은 벌써 거칠어졌으나 이맘때도 따서 부치거나 튀겨 먹는다.

한아름 따서 챙겨 넣고.

정말 취가 많네. 양지쪽은 이미 질겨졌으나 그늘진 곳들은 부드러웠다.

마을 형님이 감 따는 앞치마를 챙겨 와서 그걸 두르고 하니 얼마나 수월턴지.

그찮아도 보자기를 챙겨가긴 하였으나 그에 견줄 게 아니었네.

뒤로는 배낭을 메고.

가파른 언덕을 기어오른다.

! 더덕향.

더덕이 보이기 시작했다. 꼬챙이로 파기 시작했네.

더덕까지 캘 생각을 한 건 아니었는데.

냉이도 그렇지만(하기야 무엇이나 그렇지) 보기 시작하면 보인다. 심지어 많다.

더덕이 줄을 지었다.

땅이 보드라워 파기가 수월했다.

날등에 올라서자 아침 8시가 다 되었네.

다리쉼을 하며 싸온 아침거리를 나누고.

 

고추나무순도 좋은 데 벌써 꽃을 달고 있었다.

다래순 역시 철이 지났으나 부드러운 나무 하나 있어 따 넣고.

무덤가에 고사리가 많았네. 벌써 누가 한바탕 훑고 간 흔적이 있었으나

그래도 남은 것들이 있었다. 산이 그렇다. 다 내주지 않고 그리 나누어준다.

취나물 역시 꺾어간 흔적들이 이어졌으나

산의 취나물을 어찌 다 가져간단 말인가.

우리 배낭도 두툼해졌다.

아침절 잠깐 들기로 했기에 서둘러 내려온다.

아침뜨락 감나무 아래 바위에 앉아 마을 이야기 잠깐 나누고.

그러는 사이에도 내 손은 맹종죽 아래 풀을 뽑고 있었네.

 

내친김에 학교로 내려가 바로 다듬다.

데치고 널고, 데치고 무치고, 껍질 벗기고 담그고, ...

순한 두릅은 멸장에 무치고, 취나물은 된장에 무쳐 찬거리로 장만해두고,

거친 두릅은 밀가루 묻혀 튀길 준비를 해두고.

그제야 아침수행을 하고 들에 들다.

어린 더덕은 반그늘에 심어주고.

 

달골 묵정밭에 쌓아둔 벽돌이며를 밭가로 옮기는 작업.

철쭉 한 무데기 아래 풀을 뽑아주고,

어제 옮긴 모종에 물을 주고.

저녁답에는 어디서 생긴 철제 울타리와 대문이 들어왔다.

창고동 뒤란에다 일단 정리해 두었다.

열흘만 일찍 이걸 철거했어도...”

하얀샘이 말했다.

지난번에 달골 대문께 한 울타리 대신 이걸 쓸 수 있었을 거라는 말이었다.

그건 그것대로 좋다. 다 쓰임이 있는 게지.

더구나 다른 이들의 물건이 어찌 우리 사정에 맞춰 움직여지겠는지.

이건 지느러미 남쪽 끝 울타리며에 또 잘 쓰일.

 

저녁에는 이웃 형님댁에 모종 얻으러 들리다.

남은 낮 기운이 아까워 아직 들에들 계시는.

요새는 7시가 훌쩍 넘어야 들일들을 걷는다.

막걸리 한잔 걸치고 움직이시라 두릅튀김을 해가다.

근대와 쑥갓과 단호박과 호박 모종 몇 얻어오다.

고추모는 있어?... 기다려 봐!”

고추모를 들일 때 얼마쯤 얻어 물꼬 몫으로 나눠주신다는.

학교에서는, 옥수수밭에 풀을 맸다는 학교아저씨.

 

5월이라 하순께 있을 큰 산오름을 위해 대원들의 몸만들기.

문자 오가다.

- 5월이 되었다. 내게 가장 많은 것은 풀이다.

 슬슬 몸을 만듭시다.

 아침마다 몸풀기 최소 15, 저녁에는 최소 2km걷기,

 되는 대로 계단 오르기가 최고! 계단 오르고 내려올 땐 엘리베이터.

 대해리는 다 좋은데 그 계단이 없네.

- 너는 풀 부자, 나는 계단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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