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일정 준비의 큰 세 가지는

잠자리, 먹을거리, 그리고 수행자 또는 안내자로서의 흐름을 잡는 것.

학교와 달골 햇발동 청소,

아침뜨락 미리 걸으며 걸리는 것들을 치우기.

풀을 매는 일이야 늘 당연한.

아침뜨락 오르는 들머리 계단부터 옴자까지 풀을 맸다.

그리고 부엌을 살피고 준비할 끼니를 가늠하다.

 

저녁답에 이웃 형님들의 들에 들리다.

박하와 송엽국을 얻었다.

거기는 흰 게 없데...?”

아침뜨락 밥못 가 분홍 꽃잔디를 보고 가셨던 분은

그렇게 하얀 지면패랭이를 뽑아주시며

많지도 않은 미니 해바라기들에서 두어 뿌리도 챙겨주셨네.

한 댁은 지난 번 저녁밥상에 대한 답례로

김치와 깻잎과 곰취와 막장과 북어껍질튀김을 나눠주셨다.

저녁에 모두들 막걸리 한 잔 걸치다.

아직 낮 기운 남았으니 다들 들에 더 머무를 거라.

같이 손을 좀 거들다 이웃 댁에서 밥을 다 얻어먹었네.

이 마을 산 게 벌써 몇 해인데, 거의 없던 경험이라.

아름다운 하루였다.

도시가 먼 골짝에서 마을을 벗어날 일 없이 이렇게 살고 싶었다.

 

가물다.

밭의 푸성귀들이 꼬들꼬들하다. 잎도 잎이지만 열매들이 크지를 못하고 있다.

학교 울 너머 밭에도 물,

달골에서는 나무들에 물을 주다.

오늘은 햇발동 앞 주목에도 물을 주었다.

물이 많아 문제이던 곳이 이제 가물어 잎이 말라간다.

아침뜨락의 큰 광나무들과 산딸나무도 야위었다.

사이집 앞에 있는 대왕참나무와 사과나무 세 그루와 대추나무는

자주 준 물 덕에 그나마 생기가 남은.

저녁마다 세 시간여 들이는 물주기인데,

이제 이른 아침에도 주어야겠다.

나무가 목이 마르니 나도 말랐다.기후위기도 그런 문제. 그것은 나의 위기이려니.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까닭이었다.


교육청의 상반기 폐교점검이 있던 날.

하지만 다른 협의 하나가 중요하게 걸려있어

오늘 그 일 때문에도 서로 얼굴을 꼭 봐야 했던.

아침 10시 담당부서의 과장에서부터 줄줄이들 오셨더랬네.

차를 달여서 앉았다.

"교장샘이 사세요!"

도교육청에서는 매각으로 기울고,

물꼬로서는 그럴 여력이 없고.

절차나 이런 걸 앞서 방향이 중요하겠지.

현재의 학교 터에서 책마을도 함께 꾸리고는 싶어하는데.

6월 연어의 날에 모인 이들과 하는 숙의가 결정의 기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오래 담아 놓고 있다. 어디로든 흐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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