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조회 수 166 추천 수 0 2024.02.13 02:26:21


밤새 눈이 내렸다. 꽤 두터웠다.

간밤에도 계곡에 차를 두고 달골에 올랐다.

88시간씩 병원에서 일하던 아들이 들어와 휴가를 보내는 한 주.

오늘은 같이 두멧길 눈을 뚫고 마을로 내려왔다.

 

학교 대문 안쪽 패인 곳에 연탄재를 깨고,

설에도 나무를 쓸 일 있어

농기구창고에 있는 나무들 잘라 뒤란 보일러실로 보내고.

면 소재지로 나가다.

개사료도 들여야 했다.

면 부녀회 월례회가 있기도 한 날.

하다샘이 동행했다.

어른들 틈에서 같이 낮밥을 먹는데,

면장님이 같은 고교 출신이라고 하다샘이랑 마주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고 계셨네.

면소재지 한 찻집에도 들다.

농협과 면사무소와 우체국 아니고는 면소재지 대부분의 장소는 지나치는 곳.

그 안을 잘 모르는.

어제 의대 증원 2천 명 발표가 나고,

그것에 대해 두 곳의 신문사에서 원고청탁을 받았던 하다샘,

간밤에 글을 쓰고 오늘 그 건을 같이 들여다보며 얘기 잇다.

 

정부는 15천 명~27천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증원을 발표,

의료계와 조율도 없었다.

그 배경들은 이러했다.

대구에서 용인에서 삼척에서 구급차를 전전하다 사망한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있었다.

'소아과 오픈런'도 있었다. 소아과 진료를 위해 몇 시간씩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더랬다.

지방 의료원들이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도 의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도 한몫했다.

대학병원의 어려운 예약, 긴 대기, 그러나 겨우 3분 진료도 의사 부족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정말?

응급실 뺑뺑이는 의료 시스템의 복합적인 문제라.

응급실에 '응급'하지 않은 경증 환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며

이들 때문에 정말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의 자리가 없다네.

더하여 응급실을 백업할 인프라(응급실 간호사, 방사선사, 수술방 간호사, ...)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소아과 오픈런 사태 역시 저출산과 코로나의 복합적 문제라는데,

출산율이 0.7명을 찍으며 서울 한복판의 초등학교와 국공립 어린이집도 문을 닫는 판.

독감이라든지가 유행하는 철의 아침저녁이 아니면 파리 날리는 소아과들도 많다고.

그럼 지방 의사 부족 사태는?

언론의 왜곡은 이것에도 비껴가지 않는다.

한국의 도-농 의료 격차는 이미 OECD 최저 수준.

지역의료원 회피에는

갑질 원장과의 갈등, 관료주의 공무원들로부터의 부당한 대우, 임금 체불,

혹은 24시간 근무가 일상이거나,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지도록 하는 독소조항이 있는 게 큰 이유였다.

대기 시간이 긴 것과 진료시간이 짧은 문제는?

한국의 의료환경 때문이라고.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주치의를 만나려면 수 주가 필요하고,

전문의를 만나기 위해서는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데 반해

한국은 아무 병원이나 제한 없이 방문해 언제든 그 분야의 최고 전문의를 만날 수 있다.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는 것.

진료 시간이 짧은 것은 현실적으로 국민들의 진료 횟수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병원을 자주 방문하기 때문.

중증 환자들은 반드시 병원에 방문하도록 하여야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의사만 늘리면 경증 환자들이 과잉의료를 받으며 국민 의료비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그만큼 자유롭게, 많이 의사를 볼 수 있음에도 한국의 건강보험료율은 낮은 것은

의사 수를 제한하고, 많은 진료 횟수, 전공의의 활용, 실손보험의 보조 등으로 의료비 상승을 억눌러왔기 때문이라네.

 

이런데 의사 수를 늘리면?

증원된 의사만큼 의료비는 급증할 거라고.

자유롭고 빠른 진료, 낮은 진료비, 많은 의사 수 세 가지는 동시에 달성될 수 없는 불가능의 삼각형이란다.

이번 의대 증원에서 의사단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수련과 교육.

수년 전 폐교한 서남대 사태에서 보듯 부실한 의대는 부실한 의료 인력 양성으로 이어질 거라고,

의료는 도제식 교육이라 단번에 1.7배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당장 부족한 기초 교수는 어떻게 보충할 것이며 임상 실습은 병원에서 수용이 가능할지.

이공계 학생의 의대 쏠림, 재수생 양산도 우려된다.

Sky 이공계 절반만큼 의대가 갑자기 증원되는.

25만 출생아 중 5천명 의사가 되는 것이다.

간호사,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을 포함하면 곧 이과반 1/3이 의료종사자가 될 것이라는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실력 있는 의사, 나를 살려줄 의사를 원하지만 그들이 돈을 버는 것은 배 아프다 이거지.

구석구석 산마을에도 의사가 차있길 바라지만

본인이나 가족이 아프면 KTX를 타고 서울로 향해.

3분 진료는 너무 짧지만, 건강보험료를 두 배로 부담하기는 싫다...’

 

결국 이 근시안적인 의대 증원의 미래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1) 의료의 질은 낮아지고,

2) 필수의료의 붕괴와 의료진 이탈은 가속화되고,

3) 의료비는 감당할 수 없이 증가할 것이며,

4) 보험사와 대형병원이 바라는 대로 의료 영리화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국민 건강과 국가 재정의 관점에서 의사가 정말 부족한지 진지하고 현명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사의 마지막 문단은 그러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00764&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 송고를 하고 며칠 뒤에 올라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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