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매미가 먼저 알리는 더위입니다.

그제야 교무실에서 눈을 좀 붙였다 아침을 엽니다.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부모님들로부터 얻기도 하지만

비로소 아이들이 들어서야 그게 귀에 들리니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지요.

생일을 맞는 아이도 하나 있군요.

어제 움직임을, 그리고 남은 날들의 움직임도 잘 짚어봅니다.

그토록 숱한 계자를 했지만, 1994년부터 백예순세 차례를 한 계자였으니,

2년이나 쉬었다고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놓친 구멍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우리에게 제법 긴 날이 있으니, 그리고 전면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니.

이번 계자에는 시설아동들이 없습니다.

경증 장애아가 있기는 하나

이런 자유로운 환경에서는 그리 드러나지 않는 정도입니다.

아이들 수는 적은데 교사 수는 예년 같으니

놓칠래야 놓칠 수 없겠는 계자인데,

더구나 샘들이 어느 한 사람 빠지는 면이 없다지요.

어디서 이런 젊은이들이 모였더란 말인가요.

그게 물꼬입니다, 그들이 물꼬의 품앗이샘들입니다.


꼭두새벽 일어난 아이들이었습니다.

이것들은(^^) 잠도 없습니다.

그토록 뙤약볕을 뛰어다니고 물에 텀벙거리고 밤에는 또 고래방을 그리 달렸는데도

이 새벽부터, 원...

화목샘이 전하길, 가마솥방에도 불을 켜자마다 대여섯이 우르르 들어왔더라지요.

‘둘째 형님 채성이가 “물꼬는 이상하게 생각해야 돼.”라며 동생들에게 말을 건넸다.

동생들은 채성이에게 “때건지기가 뭐야?”라고 질문을 하며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귀로만 담았다.

식사시간이라는 말 대신 때건지기라는 말로 바꿨을 뿐인데

질문이 만들어지고 대화가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정말 사소한 차이가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화목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해건지기’.

이른 아침 샘들부터 고래방에 모여 아침수행을 합니다.

아이들을 만나자면 그 정도는 해야지요.

몸을 풀며 깨운 뒤 온몸을 땅바닥에 엎드리는 대배 백배를 합니다.

명상을 한 뒤 오늘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이제 아이들을 불러들이지요.

첫째마당으로 몸을 풀고,

둘째마당으로 요가를 하고,

셋째마당으로 운동장을 걷습니다.

풀의 생기가 그들에게 이르기를,

하늘빛이 아이들 몸으로 흐르기를,

산의 듬직함이 아이들에게도 옮아가기를.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손풀기’.

“손풀기 하는 법 안내하겠습니다.

 첫째,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립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려울 게 없지. 왜요? 네,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면 되니까요.

 둘째, 크게 그립니다! 자신 있게 말이지요.

 셋째, 말없이 그립니다! 명상에 다름 아니니까요.

 다 그렸다, 그런 것도 없습니다. 왜? 보면 또 보이는 게 있으니까요.”

손은 모든 장기에 연결되어도 있지요.

손을 푸는 일은 몸속을 푸는 일이기도 하고

그 감각을 깨우는 일이 두뇌에도 도움을 주는 줄 압니다.

한편 아이들의 그림은 그들을 읽게 하는 기재이기도 하지요.

연필 하나로 아이들이 스케치북을 채워갑니다.

더 잘 보겠다고 다가가서 보고 오기도 하네요.

거기 빛이 어떻게 닿고 그것이 어떤 그림자를 내는지도 들여다 봅니다.

‘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았는데

각자 물건을 보는 시선이나 느낌이 다른지 그림이 모두 달랐다’(도은 형님)

‘아이들의 집중하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이다.

말없이 눈에서 빛이 났다.’ (휘령샘)

조용한 수근거림 속에서 샘들이 뒤에서 눈을 꿈뻑꿈뻑 졸음을 밀고 있었더랍니다.

시간이 되자 각자 벽이 되어 제 그림을 앞에 전시합니다.

이제 지우개가루며 내려놓은 상을 걷어야지요.

누구라도 마음을 내서 같이 치우자 하면 너도나도 손을 번쩍번쩍 듭니다.

관심 없이 캐리어만 굴리며 놀던 준영이도

같이 하자 하니 거듭니다.


‘열린교실’.

교실이 열리고 아이들이 신청을 하고 제 교실들로 들어갑니다.

만들자: 수범 현준 하준 형원 봄, 그리고 세인샘과 여원이 형님

몰려다니며 좀 시끄러운 녀석들이 다 모였네요, 하하.

일곱 살 수범이도 제 하고 싶은 걸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첨엔 이것저것하다 시들해지더니 세인샘 제안에 고민이 풀렸는 양 신나게.

만만찮은 형들 현준과 형원에도 절대 밀리지 않는 수범입니다.

현준 형원 하준이는 셋이 노는 데 깊이 빠져있다가도

정리하자 하니 같이 또 손을 보탭니다.주로 물꼬에 많은 단추를 재료로 하였는데,

단추 든 바구니에는 작은 구슬도 모여 있었더란 말이지요.

그게 방을 굴러다녀 여원이 형님이 치우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그리자: 지율 정인 채성 현규 지, 그리고 휘령샘과 지윤샘

책방이 더 좋은 지용이도 불려와 같이 합니다.

바깥으로부터 조금씩 안으로 발을 들이미는 지용이지요.

고래방을 다 차지한 아이들의 그림을 들여다 봅니다.

지율이는 물꼬서 좋아하는 이들과 자신의 고양이를 담았고,

정인이를 물꼬의 사과와 만화를,

채성이는 하다 하마를 탄 옥샘이 날치 휘령샘을 낚아서 가마솥방 샘들한테 갖다 주는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림을 못 그린다 지레 생각하는 아이들,

맏형 현규형이 종이 앞에 머뭇거리고 있다가

샘들이 단순하게 그려보자고 하는 응원을 업고 크레파스를 잡았습니다.

지용은 지용답게 자유롭게 펼쳐내고 있군요.


뚝딱거리자-뚝딱뚝딱: 준영 도윤 현승 형욱, 그리고 하다샘 지현샘과 도은 형님

특성상 남자아이들이 주로 오리라, 아니나 다를까,

에너지 넘치는 이이들은 우르르 들어왔습니다.

자기들끼리 목공 도구들을 가지고 장난도 치는데

가만 보니 조심 조심 휘두르고, 그런 속에도 제 작품에 매진합니다.

아이들은 위험을 아다마다요.

준영이는 벌써 체력이 달리는지 피곤해하면서도 혼자 방패를 만들어내고,

도윤이는 완성한 상자를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다 부풉니다.

현승이도 방패를 만들었던가요, 디테일이 좋다는 칭찬을 듣고,

형욱이는 재미난 비행기를 내놨네요.


꿰매자-한땀두땀: 서윤 하랑 유주 루오 인서, 그리고 혜윤샘 휘향샘 근영샘

동그랗게 둘러앉아 천과 실과 바늘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논합니다.

인형과 베개를 만들자고들 하지요.

밑그림을 그리면 샘들이 재단을 해줍니다.

서윤이는 사인펜으로 색칠까지 했네요.

일곱 살 루오와 유주도 어려운데도 그걸 하고 있습디다.

루오는 꼼꼼해서 조금만 바늘땀이 듬성해지기라도 할라 치면

샘들에게 도움을 청하며 다시 꿰맸지요.

하랑이와 서윤이는 가족들을 위해 바느질을 했습니다.

휘향샘의 노련한 진행이 돋보였다는 후문이었네요.

시간이 다 끝나고도 루오와 서윤이는

쉬는 시간 오래도록 바느질을 하였습니다.


다 좋자-다 좋다: 세영 승연 지윤 승원 세준, 그리고 현성샘과 태희샘

다른 교실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모든 걸 다하고픈 아이들이 꼭 있습니다.

점심 카레에 들어갈 감자 껍질을 깎고, 썰고, 마늘도 깠다지요.

“오늘 점심은 우리 없으면 못 만들어!”

태희샘이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그래도 뭔가 더 재미난 걸 할 것 같았는데 다소의 툴툴거림도 나오자

우리의 지윤 선수,

“이걸 샘들이 다 한다고 생각해 봐, 얼마나 힘들겠어.”

그리 응원도 해주었다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지!”

하고 덧붙이며 말이지요.

‘이 밥이 우리 앞에 놓이기까지 거쳐 온 수많은 사람들의 손발을 생각하며

밥 노래 부르겠습니다...(* 물꼬에서 때건지기를 시작하며 밥 노래 부르기 전 하는 게송)

감자와 마늘이 카레와 알리오올리오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본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었길 바라본다.’(정환샘)


‘펼쳐보이기’.

열린교실이 끝나고 모두 모여 서로가 보낸 시간을 이야기하고 오고 간 마음을 꺼내고,

그리고 결과물을 들고 자랑을 합니다.

작품 설명이 함께하지요.

네 살 윤진이도 교실을 열었군요; 오리자.

윤실샘이랑 오린 종이들을 들고 나와 뽐도 내는군요.


일정과 일정 사이 무수한 놀이들이 만들어집니다.

그게 놀이지요.

놀이조차 가르치는 이 시대에

이곳에서 아이들은 놀이 개발자가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원래 그런 존재 아니던지요.

뙤약볕이 무심하게 아이들은 또 마당에도 쏟아집니다.

현성샘은 오늘도 아이들과 같이 뛰고 있습니다.

현규 형도 같이 있지요.

도윤 하준 수범 봄 세준 현승 형욱이가 달려가고 있네요.

앗, 세준이 발에 가시가 박혔습니다.

하다샘이 달려가 빼내 줍니다.

준영이는 캐리어를 끄는 놀이의 주축이군요.

그러다 화분을 쓰러뜨려 흙이 다 쏟아지기도 합니다.

“네가 안 깨져서 다행이야!”

하지만 우리가 우리집 방에서 그러지 않듯

여기도 방인데 이제 고만하자 하니 또 고만합니다.

현승 준영 하준이가 ‘싸움놀이’를 하다가 현승이가 그예 울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싸우면서 크는 아이들.

같이 놀려면 또 별수 없어서라도 화해하고.

마피아놀이도 한창이군요.

서로 사회자가 되겠다 다투기도 하고

루오가 내일은 첫 번째 사회자가 되기로 했는데...


놀만큼 논 아이들이 저녁 준비를 겸한 ‘보글보글’을 이어갑니다.

열린교실처럼 모둠방 안에 방이 붙자 

복도에 한 줄로 늘어서 있다 정원이 넘칠까 수강신청을 하러 뛰어 들어갑니다.

밀가루가 오늘의 주제이군요.

떡볶이: 세준 수범 봄 유주, 그리고 지윤샘과 태희샘

쌀떡이지만 밀떡이라 칩니다.

양파 파 어묵을 아이들이 손질하고 자릅니다.

서로 하고 싶어 했지만 차례를 정해서 해나갑니다.

살짝 다툼이 일면 어느새 또 양보하며 질서를 만들고.

아직 이 방은 요리 중인데 다른 방의 요리가 배달되어 오자

같은 양으로 한 명씩 맛보자 하니 잘 기다리기도 하였지요.

안 맵게 하려 샘들이 애썼지만 세준에겐 맵고 말았습니다.

그러며 또 아이들의 특징을 알아가는 샘들.


핏자: 형욱 도윤 지용 형원 하준, 그리고 하다샘과 도은 형님

겉돌던 지용이가 드디어 안으로 들어와 교실 신청도 하고

툴툴대면서도 할 건 다하는 강자입니다.

교실 정원에 한 사람이 넘치자 아이들이 택한 방식은 가위바위보,

져서 다른 곳으로 가야했던 하준이가 끝내 울음 터뜨리자

구성원들이 그의 마음을 헤아려 들이기로 합니다.

딱 이름만 봐도 조용하지 않을 것 같은 방.

그예 다툼이 이는데 우리 현준이가 또 교통정리를 해주고 있군요.

형욱이는 도우 만드는 일등공신이었다 합니다.


비빔국수: 승원 승연 채성 지윤, 그리고 지현샘과 휘향샘

필요한 것 가져오기, 정리하기, 일을 나누니 척척 제자리들을 잡습니다.

양념장은 채성 승연이 주축이군요.

“매실효소, 냄새가 좀 이상해요.”

하여 찍어 맛들을 봅니다.

“맛있네!”

양념장이 좀 되직해서 떡 같다고들 우스개도 하고.

지윤이와 승원이의 오이 자르기는 아슬아슬합니다.

그래도 해내지요. 안하면 못합니다.

승원이는 칼이 있어도 장난을 치고 뛰어도 다니고,

하하, 이 천지모르는 녀석 같으니라고,

그건 아이의 자신감과 당당함과 겹쳐 있었습니다.

의젓한 승연이는 자꾸만 초등 3년이라는 그의 나이를 잊게 합니다.

그런데, 면을 좀 많이 삶아버렸군요.

얼른 밥바라지 1호기 정환샘이 짠하고 나서서 간장국수를 비벼 내주었습니다.


김치부침개: 현승 세영 정인 그리고 세인샘과 근영샘

적은 수지만 열정이 넘쳤습니다.칼도 써보고 부침개 뒤집어도 보고 배달도 하고.

정인이가 김치를 썰고 싶어 하자

언니 오빠가 자신이 하고픈 마음을 밀고 하게 합니다.

어느새 동생 정인이도 칼질에 뒤집기까지 금세 해냈습니다.

쭈볏쭈볏하는 듯했던 현승이,

재료 구하러 가는 일에서부터 서서히 살아나더니 치우는 끝 과정까지 알차게 했지요.

세영이도 말입니다.

다른 방에 배달을 가는 것도 차례를 정해서들 다녀옵니다.


수제비: 준영 지율 하랑 루오, 그리고 혜윤샘과 현성샘

이 더운 날 커다란 솥단지에서 물이 끓고 있습니다.

샘들도 처음 해본다는 수제비,

밥바라지 1호기 정환샘과 2호기 화목샘이 돕지요.

양이 많으니 물이 끓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립니다.

그 사이 기웃기웃 다른 방도 곁눈질하고,

그러다 밀가루 반죽을 투척하는 아이들.

준영이가 눈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좀 쉬었지요.

아이들은 틈틈이 그렇게 체력을 비축하며 활동을 해나갑니다.


스파게티: 서윤 인서 현규, 그리고 휘령샘과 여원이 형님

마늘의 반은 서윤이가 다졌다지요.

그 야무진 손끝과 의욕은 보는 이들을 신명나게 했습니다.

인서는 만드는 것보다는 배달이 더 좋아하지요.

저마다 제 좋아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현규는 순순하게 형답게 차분하게 자리를 지켜주었군요.

그래서 휘령샘은 여원이와 함께 새끼일꾼 하나를 더 더해 하는 활동 같았더라고.

이 계자는 큰 형아 현규와 채성에게 진 빚이 큽니다.


보글보글에서는 방방이 음식을 돌리고 하니 그릇이 무지하게 나오지요.

다른 끼니라면 모둠마다 돌아가며 할 설거지,

보글보글에서는 샘들이 나서서 합니다.

너들은 요리를 하거라, 우리는 설거지를 하마, 그런 거지요.

밥바라지 3호기 윤실샘을 시작으로

세인샘과 도은 형님이며 샘들이 이어달리기로 붙고 있습니다.


계자마다 그 계자를 대표하는 풍경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계자는 오늘 우리들의 저녁 풍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확 트인 하늘을 이고 우거진 나무들 속에서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 긴 의자를 둘러놓고 거기 앉아 한데모임을 하였습니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노래가 날리고,

줄지어 날아가는 새들 마냥 아이들이 하늘거렸습니다.

총총총 걷는 걸음마냥 노래가 노래를 불러오고...

목청껏 부를 만큼 부른 뒤

함께 지낸 시간을 돌아보며 마음을 꺼내고

서로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나 의논도 하였지요.

그런데, 지율이가 울었습니다, 엄마 보고 싶다고.

태희샘이 안고 가서 달래주었지요.

뭔가 섭섭하거나 속상한 다른 일이 매개가 됐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픈 것만 해도

통증일 수 있지만 그것은 속상함이거나 화남이거나 서운함이거나 친구와 틀어졌거나.

잘 살펴 다독이고 돌아왔지요.

하준이는 잃어버린 열쇠고리를 종일 찾아도 보이지 않자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보는 사람이 ‘주인을 찾습니다’에 두기로 했고,

결국 찾아진 열쇠고리.

한데모임의 힘이겠습니다.


‘대동놀이’.

밤이면 고래방에서 건물이 날아갈 만치 뛰며

토끼도 잡고, 여우도 잡고, 기차가 되어 달려가기도 합니다.

이리 잘 노는 아이들인데, 이토록 즐거움이 넘치는 아이들인데,

무슨 걱정이 여기 있을 수 있겠는지.


현성샘이 한 아이가 지린 똥이 묻은 팬티를 빱니다.

언젠가 한 여자 아이의 뒤를 닦아주며 기어이 울음을 터뜨린 서현샘이 있었지요,

우리가 어디 가서 이런 경험을 하겠냐며.

물꼬에서의 교사란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저 앞에서 가르치기만 하는 이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아이들 뒤치다꺼리도 하는,

교육과 보육 그리고 노동을 함께하는 이들입니다.

근영샘은 걸레를 놓지 않습니다.

아이들 뒷간 변기에 행여 오줌이며가 묻었을까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지요.

깔끔한 지윤샘과 혜윤샘, 이 불편하고 너절한 곳에서 잘 지내려 샘들이 먼저 힘을 냅니다.

“우리 더럽자, 하이파이브!” 하면서 말이지요.

근영샘이 또 뛰어가네요, 화장지를 들고.

아이들 뒷간에 화장지가 떨어진 사이 누군가 필요한 아이가 있을 세라.

새끼일꾼 족보에 의하면 새끼일꾼의 첫째는 빗자루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입니다.

여원이 형님과 도은이 형님은 수시로 책방의 소파를 정리하고 복도를 쓸고.

하다샘도 때때마다 뒤에서 큰 설거지를 해준다든지 하며 몸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밥바라지 샘들, 세상에! 오늘은 버섯탕수까지 냈지 뭔가요.

손이 가는 음식도 챙길 수 있는 규모더란 말이지요.

(앞으로의 계자 규모를 제시한 계자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정성스런 마음으로 차린 밥이 어떻게 맛이 없고

왜 살과 피가 되지 않겠는지요.

출장을 다녀온 희중샘,

가마솥방과 뒤란에서 고생한다고 밥바라지샘들과 학교아저씨에게 냉수건도 사다주고

샘들을 위해 피로회복제며 바리바리 또 싸들고 들어왔습니다.

바닥이 나려는 묵은지를 준한샘이 공수해서 채워주고.

샘들의 움직임은 저마다 또 얼마나 훌륭한지! 자랑스럽다마다요.

이런 사람들과 함께여서 고맙습니다.

좋습니다, 이 멧골 물꼬에서의 삶이.

왜 아니겠는지요.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이 아이들과 하는 작업이 무에 안 좋을 게 있을까요.


샘들이 읽어주는 동화를 듣다가 아이들이 잠들자

이 밤도 샘들은 가마솥방에 모여 ‘하루재기’를 합니다.

누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가,

얘기를 모으다 보면 종일 아이들이 지낸 시간을 촘촘히 챙겨볼 수 있지요.

그러면 그 아이들의 내일은 또 어찌 준비해야할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현성샘의 날적이 가운데서였지요.

‘평소 같았으면 핸드폰을 보면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을 텐데

이곳에서 핸드폰 없이 사람과 사람끼리 마주하고 소통하면서

일상의 활력도 생기고 더욱 생기 있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여기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있습니다!

“옥샘, 거친 말이나 비속어를 쓰는 아이들을 어째야 할지...”

사회가 그런데 어디 그들이 문제겠는지요.

우린 사회의 한 축소판 안에 지금 있습니다.

“먼저 친절하게 말하기,

 거친 말과 감정을 어떤 낱말로 대체할 수 있는지 제안하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는 이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덜 쓰기, 더 고운 결로 눈과 눈을 보며 사람 관계를 건너기,

쏟아지는 여러 매체로부터 벗어나 자연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기,

지금에 있기, ...


마지막으로 오늘의 5분 특강은

억화심정의 사회, 피로사회, 분노사회라고 진단하는 거친 세상에서

그래도 그것을 순순하게 만드는 건 또 사람이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교사로서 우리가 정말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게 있다면

그 첫째가 순순한 마음을 나누는 것 아닐지,

그러다보면 순한 좋은 세상에 우리가 있지 않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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