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자 일주일을 앞두고 물꼬에 들어와 있던 네 사람이 움직이다.

계자준비위가 움직이는 셈이다.

사실 계자 준비란 게 일 년 내내 하는 일.

그래도 더 당기는 활시위처럼 놓을 일은 좀 놓고 당장 계자에서 쓰일 일에 집중하기.

하지만 때로 마음이 걸려 자꾸 돌아봐져서 계자에 집중키 어렵다면

그땐 또 그 일을 하고 가지.

 

어제부터 고치던 고추장집 보일러.

연탄보일러와 기름보일러가 겸용이었던 것을

연탄보일러로만 쓰다가 두어 해 비웠더니 문제 생기다.

마침 이웃 도시에서 기름보일러가 생겨 가져왔고,

오늘은 방안 온도조절기와 연결하다.

그런데 자꾸 에러가.

전문가에게 물었다.

결국 그가 부품을 들고 왔다.

점화플러그(라고 해야 하나? 아님 분사기?)가 문제였네.

금세 방이 따듯해지고.

계자 며칠 전부터는 달골을 닫고 학교에서만 움직인다.

당장 낼 모레 며칠 먼저 들어오는 샘들이 쓸 것이라.

된장집에 낮게 답답하게 있는 메주도 이제 고추장집 시렁으로 옮겨야겠네.

사택 간장집이 눈에 걸렸네.

어제부터 들여다 본 공간.

이번 계자에 쓰이진 않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돌아다니면 눈에 걸려 불편할 수 있을.

드나드는 부엌 문짝부터 떨어져 있으니.

이불이 말려진 채 그러고 있는 줄 몰랐다.

바르셀로나에서 돌아와서도 지난 일 년을 들여다보지 않았던.

어제부터 하나씩 끌어내고 빨기.

오늘은 물건들을 좀 빼기로.

간장집은 십 수 년을 물꼬의 중심 잠자리였던 곳,

그곳을 중심으로 폐교된 학교를 고쳐나가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교장 사택으로 쓰며 우리 집 아이의 어린 날을 같이 보냈다.

달골 기숙사에 방 하나로 들어가서도

계자를 하는 동안 역시 이곳에서 보냈다.

구들이 무너져 불을 때면 연기를 새기 시작하면서 최근 수년 집을 비웠으나

짐은 아직 다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벽장에는 포장지가 그대로인 선물들이 쌓여있기도.

일단 이불을 다 끌어냈고,

문갑을 비워냈다.

걷어낼 짐들 내니 학용품에서부터 학교의 각 구역으로 갈 짐들이 가려지고,

쌓여있던 얼마쯤의 옷에 대해선

수년을 입지 않았으니 돌아볼 것도 없이 잘 입을 수 있는 이들에게로 보내기로.

도시의 재활용박스에 넣으려고 오늘 나가는 이의 차에 실렸네.

물꼬의 한 시절이 또 그리 갔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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