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보태는 손발 아니어도 계자에 닿는,

같이 우리 새끼들을 건사해주는 마음들이 얼마나 많은지.

오늘은 또 귤이 두 상자나 들어왔군요.

수범네에서 왔습니다.

, 원규샘이 아보카도도 보냈습니다.

너무 많은 물을 먹어 땅을 황폐화시킨다는 보고를 들은 후로

그 좋아하는 아보카도를 사 먹지 않겠노라 선언했지만

이렇게 생기면 또 맛나게 먹습니다.

언젠가 충남대 식구들이 물꼬 들어올 적 뭐 사 갈까냐 해서 들먹였던 아보카도를

온 시내를 뒤져 사왔듯 또 어딘가에서 사서 저렇게 꾸러미로 우체국에서 보내왔습니다.

아이들에게 샐러드로 내야지 하지요.

 

썰매 날을 부탁해 두었더니 오늘 네 쌍이 왔습니다.

나무 썰매에 날을 대고 피스 두 개씩만 박으면 되는데,

저수지로 가서 씽씽 달릴 터인데,

올 겨울은 물 건너 가버렸습니다.

뭐 썩는 물건은 아니니까...

그거 타러 내년에는 꼭 모이자 해야겠습니다.

 

샘들 미리 해건지기’.

잡념이 가득 찬 백배였다.

많이 용서하고 정화해야 함을 느끼는 아침이었다.’(휘령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그래요, 대배가 꼭 계자를 위한 기도만이겠고 아이들을 위한 준비이기만 하겠는지요.

첫째가 제 마음 살피는 일.

제 마음 돌보아야 아이들도 보일 것.

오늘 해건지기는 대배하는 것이 마지막일거라는 생각에

어제처럼 잡생각을 안하려고 노력하고, 자세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하였다. (...)

평소보다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대배가 끝나는 --때는 아쉽기도 하였다.’(도은 형님)

제가 그동안 몸을 안 쓰긴 했나 봅니다! 백배를 며칠 하니까 배며 다리며 후들후들거려서

안 빼먹고 하는 데에 애를 먹었다. 옥샘의 단단한 마음과 몸은 정말 백배의 덕분인 듯싶다.’(수연샘)

 

오늘 아이들 해건지기는 달골 명상정원 아침뜨락을 걷는 것입니다.

달골은 학교로부터 마을 건너 1km 떨어진 곳으로

물꼬 기숙사 햇발동과 강당인 창고동, 집중명상센터 사이집이 있는 곳.

그 안쪽으로 물고기 모양의 땅 천여 평에 아침뜨락이 있습니다.

아침뜨락 들머리의 펄럭이는 룽따가 마을에서 보이는.

걷기수행이면서 내일 산오름을 가기 위한 몸풀기이고

멧골 이 좋은 하늘과 들과 바람과 물을 안고 가라는 바램입니다.

여느 해는 마른 풀까지는 그냥 두었던 겨울의 뜨락이었지만

이번에는 섣달에도, 요 며칠 전에도 풀을 깎거나 측백나무를 다듬거나 했던.

이만큼 걷는 일도 드물다는 아이들,

샘들도 평소 여간해서 산책하는 짬이 쉽지 않다지요.

그렇다면 다들 무엇으로 하루를 채워가며 살고 있는 걸까요...

업어줄까?”

비탈길을 올라가며 힘들다는 아이들,

그래도 괜찮다며 끝까지 제 힘으로들 걷고 있습니다.

안에만 있던 관계들이 그 걸음 속도에 따라 재편되며

새로이들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이쁘게 단장된 달골과 아침뜨락을 처음 가보았다.

청계 때 돌을 나르던 그 거친 곳이 참으로 예쁜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다.’(해찬샘)

물고기 모양의 지느러미 부분에서 걸음을 시작하여 정동으로 난 들머리 계단을 오르고,

옴자를 따라 벽돌 길을 걸어 오메가 꽃자리를 지나 작은 수로를 지나면 아고라.

말씀의 자리인 넓적 바위에 앉으니 아이들이 맞은 편 돌계단에 앉아

이 골짝의 아침을 채운 소리와 공기에 귀 기울였다가

달못을 돌고 아가미길 앞에서 돌더미 의자에 앉아 마을을 한 번 내려다보고,

다시 걸어서는 펼쳐진 미궁 앞에 이르러

중앙에 느티나무를 향해 길을 타고 들어갔다 나왔지요.

장승을 지나 밥못을 돌고 계단을 타고 내려와

꽃그늘길을 지나 룽따 아래로 걸어 나오면 다시 지느러미에 이르는군요.

아침뜨락과 사이집으로 갈라지는 곳의 느티나무와 장승 앞에

모두가 크게 동그라미를 그리고 서서 잠시 명상했습니다.

내가 고요하기를, 내가 평화롭기를, 내가 고통이 없기를,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그러하듯 남이 고요하기를, 내가 그러하듯 남이 평화롭기를,

내가 그러하듯 남이 고통이 없기를, 내가 그러하듯 모두가 행복하기를!

새해가 순조롭기를 바란 염원도 컸겠지요.

 

내려올 때 배고프다던 민준이와 민혁이,

물꼬 가면 밥 엄청 맛있는 거 준비되어있다는 도은 형님 말에 샘을 끌며 소리치네요,

, 뛰어요!”

춥지만 좋은 공기를 마시며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하는 것이 참 좋았다.

옥샘께서 열심히 가꾸어 놓으신 곳곳을 살펴보며 정성을 느낄 수 있었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옥샘과 대화를 나누며 왔는데 그 시간이 짧지만 참 좋았다.

그 순간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소중했다.

물꼬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이면서도 어른들을 위한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옥샘!’(휘향샘)

이심전심, 염화미소였지요.

옥샘께서 많은 공을 들이신 아침뜨락에 가지 못해서 저알 아쉬웠지만,

물꼬에 남아 부엌일을 도우면서 물꼬 시설에 더욱 익숙해지고 알아가는 것이 많아진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다.’(태희샘)

우리 삶의 모든 뒤에 그렇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밥노동이 대표적이겠지요.

 

야채샐러드와 드레싱 세 가지와 딸기쨈과 우유를 꺼내놓았고

모과차와 꿀도 내놓았지요.

휘령샘 태희샘 현진 형님이며 식빵을 구울 거지요.

, 반죽까지 해서 직접 굽는 건 아니고

사온 식빵을 팬에 버터나 기름으로 굽거나 토스터로.

교감 역을 맡은 휘령샘이 일이 많습니다.

잘 못하는 음식(?)(굽기 정도의 조리 과정이지만)을 하면서 또 작은 좌절을 맛봤지만,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구워냈다.’(휘령샘)

얼른 부엌으로 들어가니 더 먹겠다고 오는 아이들이 줄을 섰습니다.

좇아 들어가 빵을 굽고, 우리한테 달걀도 많지,

역전에서 파는 토스트, , 그것도 좋겠네 싶었지요.

얼른 당근과 양파를 채 썰어 달걀 물에 넣어 부쳐내기 시작,

달걀을 더 깨야겠는데, 마침 현진 형님이 부엌으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현진 선수가 너무나 잘 받쳐주었습니다.

그 빠른 속도를 말입니다(가끔 샘들이 제 일손 흐름을 따르느라 숨가빠할 때가 있거든요).

늦게 준비한 거라 미처 달걀 속을 받지 못한,

모둠방에서 밥을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배달도 갔군요.

, 아이들이 모과차를 선호하는 것도 뜻밖이었네요.

학교 사택 하나인 간장집 울타리에서 딴 모과랍니다.

 

손풀기마지막 날입니다.

예술가가 있지만 예술이 특정인들만 향유하는 일이 아니지요.

우리 모두 아름다움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마다요.

명상만 해도 꼭 앉아서 눈을 감고 하는 것만이 명상이 아니겠습니다.

오늘은 더 복잡한 선을 가진 정물이 나옵니다.

그래도 걱정 없지요, 눈에 보이는 대로 크게 그리기로 했으므로.

고작 사흘에도 그림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그 자세에 따라

얼마든지 눈에 띄게 실력이 달라지는 기적을 만난다니까요.

 

보글보글 2’; 만두가 주제이군요.

방들 이름에도 물꼬를 상징하는 혹은 지향하는 낱말들이 담깁니다; 자유로운, 착한, 사이좋은, 신나는!

그림 동화를 하나 같이 읽고 시작하지요.

손이 큰 할머니가 숲속 동물들과 만두를 빚는 이야기.

만두가 빚어지는 과정을 결국 안내하는.

 

자유로운 만두’: 수범 하준 서윤 석현 소현 인서 그리고 현진샘 휘령샘

이름대로 자유로움 가득한 만두였군요.

때로 진행자의 방향과 달라 샘들에게 작은 좌절을 줄 때가 있었을지라도

아이들의 만족도는 높았다는.

소현 서윤 인서는 현진샘과 함께 만두피를 위한 반죽을 했습니다.

애살 많은 인서가 의욕에 불탔지요.

서윤이과 소현이가 그 마음을 잘 헤아려주었구요.

밀대가 하나인데 소현이가 밀가루놀이를 더 좋아한 것도 다행이었다 할까요.

가끔 어쩔 줄 몰라 할 때 휘령샘이 나타나 구원투수 되었다는 현진샘.

하준 석현 수범은 재료 다지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많이 자르고픈 하준이었지만

모두 공평하게 돌아가며 기회를 가지니 제 기회를 잘 챙겨 최선을 다했다는.

자기가 한 거라는 자랑스러움을 묻혀서 말이지요.

석현이는 김치며 파며 재료를 어찌나 잘게 잘 다지던지요.

해봤거나 재능이 있거나.

저 진지한 얼굴이라니.

수범은 끊임없이 물었지요, “여기서 누가 제일 잘했어요?”

휘령샘은 늘 재치가 넘치시는군요.

수범이가 제일 잘했는데, 형아들 자존심도 있으니까 형아들 잘했다고 해줄까?”
아이들은 더 지혜롭지요; “그럼 다 잘했다고 해주세요,” 수범이의 말이었습니다.

모양도 예쁘고, 만두입도 잘 여며졌고, 맛도 좋고, 양까지 적당하였네요.

오늘 보글보글이 역대급 맛있다!”

하준이었습니다.

끝날 무렵 쯤 눈이 따갑고 아팠다. 애들이 재밌었다고 제일 재밌는 보글보글이였다고 하니

힘나고 기쁘고 좋고 행복했다.’(현진 형님)

선생은 그런 보람으로 살지요.

 

사이좋은 만두’: 작은도윤 우석 정인 승연 지율, 그리고 건호샘 수연샘

이름에 걸맞기 위해 노력한 안 사이좋은 만두쯤 되었다 할까요.

사범대에서 교사를 꿈꾸는 수연샘한테 도전의 시간이었고,

건호 형님에겐 형님으로서의 능력을 요구받는 시간이었을.

가장 어린 일곱 살 도윤과 가장 나이 많은 8학년 우석이 함께 모인.

제 하고 싶은 게 많은 떼쟁이가 되기도 했던 도윤이에다

샘들의 말마다 꼬리를 달며 아이의 시간을 누린 우석이,

모두 역할을 배분하는 것부터 애를 먹었다는 방이었습니다.

만두가 다 구워졌을 때 같이 먹으려는 마음도, 샘들을 챙기는 마음도 없었다는데,

게다 어느 틈에 만두를 빚는 데 흥미가 떨어진 아이들이

부엌에서 낸 만둣국을 먹겠다고 일어섰는데

그 정리며 마지막 갈무리는 어찌 했을까요?

하나쯤의 방은 읽는 이의 상상에 맡겨두기로.

그래도 우석에게 부탁해서 수습이 좀 되기도 한 모양이었습니다.

 

착한 만두: 하영 하은 세준 민준 종호 현종 채성, 그리고 도은샘 휘향샘

도대체 착한 만두는 어떤 만두인 걸까요?

아이들이 정의했네요; 맛있고, 깨끗하고, 값이 싼 만두

그래서 위생에 더 신경을 쓰고

행복하게 즐겁게 모양도 여러 가지 자유롭게 만들며 좋아라들 하였네요.

하영과 하음이가 도은샘과 반죽을, 완성될 때까지.

세준이는 당면을 자르며 칼에 자꾸 붙으니 어렵다 했고

한편 여러 재료들 살펴보며 맛을 보았구요,

민준이는 김치 소금을 계속 집어먹으며 맛있어 하였네요.

종호와 현종이는 두부를 으깨고 김치와 당면을 썰고,

현종이는 반죽에까지 손을 뻗었습니다,

만두피와 반죽을 떼어먹는 것도 재밌어 하고.

두부를 같이 으깨던 채성이는 새끼일꾼처럼 계속 할 일을 찾고.

재료에 모짜렐라 치즈도 넉넉히 있었는데,

만두소에 치즈를 넣어 만들고 굉장히 맛있어들 하였다는.

많이 만들고 많이 맛있었고 많이 먹고 많이 배부르고!

현종 종호 채성 큰 형아들이 동생들을 잘 챙겨주었더랍니다.

 

신나는 만두’: 하은 세영 승원 큰도윤 현준 원율 민혁, 그리고 해찬샘 한미샘 현택샘

만두의 이름을 살려 신나게 하려 했다고.

하고 싶은 대로 자르라 했고, 만들고 싶은 대로 만두를 빚었다고.

아이들이 정말 즐겼더라지요.

한미샘이 재료의 질감과 식감, 음식에서의 역할도 설명해 주고.

민혁이는 만두소를 끝까지 책임졌지요,

다른 아이들이 어느새 흥미를 잃고 떠나갈 때도

선생님, 저 파 썰을래요!” 하고 말이지요.

원율이가 슬쩍 말꼬리가 높임말에서 예삿말로 자꾸 가자

한미샘이 바로 잡아주니 당장 바꾸며 !” 했지요.

한미샘을 누나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정말 댓 살 차이 누나인 줄 알았는 모양.

(한미샘이 키가 작은 까닭은 요정이라 그렇대요,하하)

그런데, 건호 형님한테도 말을 놓길래 한미샘이 바로 짚어주니

, 50!”

하며 토끼뜀을 제 스스로 했다는군요.

반말을 쓸 때마다 벌칙을 그리 정했다나요.

어찌나 귀엽던지요.

혹 아이들이 비제도적이거나 심지어 비윤리적인 모습까지 보일지라도

대개 그건 몰라서 그럴 뿐입니다.

우린 알려주면 되는 것이지요.

 

지난 보글보글에서는 부엌에서 하다샘이 모두밥으로 김치볶음밥을 냈는데

양이 좀 모자랐다 싶었던.

해서 오늘은 희중샘이 만둣국을 풍성하게 끓여냈네요.

도윤이와 정인네서 온 물만두가 남아있었더랬거든요.

 

구들더께’.

구들더께가 주로 게으른이나 노인네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긍정으로 바꾸어 쓰는 말이라지요.

구들을 지고 뒹굴거리며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기도 하는 쉬어가는 때.

하지만 방에 있는 아이는 몇 없습니다.

누워서 쉬거나 자거나 한쪽에서 공기놀이를 하거나 뭔가 만들고 있거나.

책방에서 책을 읽거나 체스를 하거나 바둑을 두거나 오목에 장기에,

그리고 마당에서 역시 축구, 축구,

오늘은 서영 형님도 아이들과 공을 차고 있군요.

샘들도 눈 좀 붙일 수 있는 시간인데...

때건지기 설거지는 아이들과 하지만 보글보글 설거지는 샘들이 하는.

두 차례의 보글보글에 태희샘이 내리 중심 설거지를 맡아 고생이 많았고,

휘령샘이 희중샘과 함께 전체 재료들을 대느라 또한 애를 썼으며,

태희샘을 중심으로 부엌 정리들을 하느라 오늘 샘들의 구들더께는 그만 날아가 버린.

그래도 기쁜 샘들이라.

밥 먹는데 아이들의 입모양이 얼마나 바쁘고 귀엽던지 그 모습을 보느라 내내 웃었다.’(휘령샘)

하다샘이 가고 생각보다 그 빈자리가 컸는데

현택이 왔다고 마음도 편해지고 온 것만으로도 고맙고 그랬다.’(수연샘)

 

저녁 때건지기’.

오늘에서야 밥상머리공연이 있습니다.

다른 계자라면 벌써 여러 차례 있었을 일인데.

우리 지율이가 무대에 섰지요.

첫날부터 열심히 피아노를 연습해오고 있었습니다.

집에서부터도 그랬더라는.

(지율이는 지난여름 계자를 다녀간 뒤 샘들을 그리기도 하고,

그것을 선물처럼 이번에 들고 왔더랍니다!

샘들도 그리 지율이를 그리워 했다마다요.)

준비가 되면 알려줘?”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사흘이 가고 드디어...

밥을 먹으며 하면 어수선할까 하여 배식을 시작하기 전 공연을 하였지요.

작고 소박하고 따뜻한 밥상머리무대,

그것이야말로 물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어떤 큰 무대도, 또 어떤 근사한 레스토랑도 부럽지 않은 곳에서

어떤 훌륭한 연주자 못지않은 지율이었군요.

이런 기회가 이 아이에게, 또 그것을 본 아이들에게 던질 무언가에 설레입니다.

흩날리는 낙엽 하나를 따라간 아이가

위대한 시인이, 뛰어난 과학자가 되기도 하니까요.

우리 지율이가 165 계자의 격을 올렸더랍니다.

 

가마솥방에서 모두가 앉아 먹질 못하니

앉은뱅이 상이 있는 남자방에서도 밥을 먹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큰도윤 현준 원율들이 덤으로 열린교실에서 만들었던 미니카 경기장을 만들고 있더라나요.

물꼬는 시간과 시간 사이, 즉 전이시간을 충분히 놓습니다.

샘들이 가르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아이들 저들끼리 배우는 것도,

또 앞 시간에 배운 것이 아이들에게 붙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기 때문.

무엇보다 스스로 익히는 것이 최고의 배움이라 보기 때문이기도.

그러자면 아이들에게 시간이 있어야지요!

때건지기의 틈이라고 어디 다를까요.

사이사이 끊임없이 놀이를, 배움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이랍니다.

그렇게 더 많은 것을 배우는. 가르쳐서가 아니라.

 

한데모임’.

일곱 살들이며 어린 친구들이 가사를 놓칠까 봐

오늘은 작은 아이들에 맞춰서 가사를 또박또박 여러 차례 읽어줍니다.

특히 강강술래 할 때.

그러니 정말 목소리가 더 커졌지요. 자신 있으니까요.

우리 민준이, 우리 도윤이, 우리 수범이,

우리도 저 빛나는 일곱 살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요.

수범이가 한데모임 때 노래 부르는데 혼자 씩씩하게 부르는 것 보고 저절로 웃음이 났다.

아이들은 정말 웃음을 주는 존재인 것 같다.’(현진 형님)

노래를 크게 불러서 한데모임을 이어가느라 목이 다 쉬었지만,

왜 목이 쉬었을까?’를 생각해봤을 때 기분이 참 좋았다.

내가 이번 계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보일 수 있는 결과물이라고 생각이 든다.’(태희샘)

안에서 한데모임을 하고 있을 때도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이가 있고,

부엌에서는 이번 계자 밥바라지 2호기 희중샘이 휘향샘과 건호 형님과

야채들을 썰고 있었습니다.

전체 일정에서 떨어져 바라보는, 한편 쉬는 시간도 필요하지요.

당근, 양파, 감자를 손질하며 머리, 마음이 가볍게 일하고 쉴 수 있어 좋았다.’(휘향샘)

희중샘이 없을 땐 해찬샘이 배식 10분 전에 와서 배식대에 그릇이며를 준비해주고,

무거운 밥과 국솥단지도 가스렌지에서 배식대로 옮겨주고.

여느 때 밥바라지를 할라치면 오늘쯤엔 손목에 파스를 붙였을 걸,

이번엔 잠시 손목보호대를 했던 때가 있긴 하나 멀쩡한.

배식 때는 태희샘과 휘령샘과 도은 형님이 달려오고

점차 공간과 일이 익은 한미샘도 도울 일 없냐 들어오고.

이렇게 기꺼운 손발들이 하는 밥이, 이른아침부터 수행하고 하는 밥이,

어찌 살로 가지 않겠는지.

해건지기와 우리가락 정도를 빼고는 샘들이 일정 전체를 진행하고

이렇게 밥바라지만을 온전히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지요.(저요!)

 

오늘은 모둠방에서 하는 작은 대동놀이’.

고래방까지 가서 넓게 달리지 않아도 자그맣게 놀 거리들도 많지요.

현택샘이 수연샘과 진행을 합니다.

광란의 대동놀이였다던가요.

돼지씨름을 오뚝오뚝오뚝이로 부르며.

아이들이 전투적으로 참여했다는.

샘들은 다 넘어지고 아이들은 소리 소리 외치며 놀이를 하는데,

이게 물꼬 기운이지 싶더라는 수연샘.

두 번째 놀이로는 끼리끼리 모이는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한데모임 때보다 더 큰 노랫소리와 춤판이 벌어졌지요.

샘들이 더 행복하게, 순수하게 즐겼다는.

다른 놀이로 넘어갈 때 물꼬에서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다른 놀이 하자, 하나 둘 셋!”

그때 민혁이, 계속 이 놀이 하자 하나 둘 셋이라 외쳤지요.

마지막 꼭지는 두 샘의 초청을 받아 제가 들어가 토끼와 거북이 경주놀이를 했습니다.

현택샘의 긍정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람 하나로 물꼬의 분위기가 바뀐 것을 느꼈다.

보급형 옥샘이랄까. 대동놀이 때 그 시간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대단했고 무척이나 즐거웠다.’(해찬샘)

 

더러 아이들이 아픕니다.

그럴 때 첫 과정은 문진(問診).

대개의 경우 아프다는 현상은 마음의 불편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가 보고파서, 언짢은 일이 있어서, 친구 때문에 속상해서, 하고픈 걸 신청 못해서, ...

(불편한 뒷간 때문에 배변을 못해서 그럴 때도 있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게 첫째이지요.

마음이 풀리면 몸도 풀러 팔랑거리며 다시 뛰어나갑니다.

다음은 정말 아픈 경우요,

그때는 얼마쯤을 몸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먼저 기다려봅니다.

배가 아프면 배를 쓸어주고, 열이 나면 두부밀가루를 붙여준다든지 하면서.

따순 방에서 따뜻한 물주머니를 안고 한숨 자게도 하지요.

다음은 걸맞은 음식으로 치료를 해보지요.

꿀물이나 우유나 매실차든지를 주기도 하고,

증세에 따라 여기서 만든 효소를 먹이기도 하고.

그래도 해결이 안날 땐 대중적인 약을 먹입니다.

심할 땐 병원까지 가는. 여기서 침을 맞는 때도 있구요.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대체의학공부들을 해온 물꼬랍니다.

머리에 열이 나던 서윤이가 시럽 감기약을 먹고 열이 내렸고,

수현이와 형원이도 오늘은 좀 가벼워졌습니다.

다른 경우들은 그저 마음을 살피는 선에서 해결이 된.

 

모둠 하루재기를 끝내고 아이들이 씻고 잠자리로 가자

각 방에 샘 하나씩 들어가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줍니다.

거의 잠들었을 무렵 가마솥방에선 샘들 하루재기가 이어졌지요.

점점 보는 눈을 키워보려고 노력 중이라는 한미샘.

먼저 일손이 필요하냐 물어보고, 눈치껏 움직이고.

처음으로 빨래도 개면서

빨래가 어디메서 나와서 주인의 손으로 들어가는 과정까지 볼 수 있었다.’(한미샘)

새끼일꾼이 처음인 서영 형님 또한 점점 움직임이 잽니다.

물꼬가 가진 받아들이는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느꼈다는 현택샘은

이전 계자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성장한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고.

얼마 전 군 제대를 하고 온 그이니 두어 해가 훌쩍 넘었군요.

물꼬를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오늘 딱 느꼈는데,

항상 이 맘 때쯤 느끼는 아쉬움 때문에 물꼬를 계속 오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번 계자에서 아쉬움을 느꼈으면, ‘다음 계자 때 가서 더 완벽하게 해내고 와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물꼬에 오는 것 같다.

항상 물꼬에 올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우는 내 모습을 보면 물꼬에게 참 고맙다.’(태희샘)

기분이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마음의 평화에 특효약인 것 같다.

물꼬는 언제나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옥샘에게 올 때마다 구박받고 까이지만(* “... 애정이지, 애정!”-옥영경)

그래도 옥샘 존경합니다.’(수연샘)

여러 해 만에 온 해찬샘,

정신없이 살다가 그간 잊고 살았던 것들(소중한, 중요한)을 생각하게 되더라나요.

성찰이란 게 그런 걸 겝니다. 멈춰 서서 둘러보는.

아이들 뿐 아니라 우리 어른들 역시 이 계자를 보내며 더 깊어진 자신과 만나겠지요.

하하, 휘향샘은 측백 광고도 하였군요.

때때마다 물꼬 누리집을 들여다보지는 못해 모르고 있었는데

칠판에 적힌 측백이 뭐냐 오늘 물었노라고(물꼬 30주년 기념 아침뜨락 측백나무 이름걸기),

오늘 아침뜨락에서 그 측백을 눈으로 보고 와서는

조경사업하는 준한샘이 아침뜨락 측백이면 2~30만원 느끈히 한다 했단 말까지 전하며

자신도 한 그루 분양할 생각이니 같이들 하자고 말이지요.

 

한밤, 산오름 준비가 늦게까지 있습니다.

샘들부터 옷을 단단히 챙기고,

옷방에서 이번 애들에게 맞을 만한 여벌의 옷과 양말이며들을 꺼내고,

샘들이 멜 가방에 번호를 붙이고 내용물을 적고,

샘들이 입을 형광조끼가 나오고,

누가 보면 전문 산악등반대의 원정 준비 같은.

휘령샘과 함께 산행 짐을 쌌는데 여름 계자 때보단 덜 우왕좌왕 했던 것 같고

가방이 하나씩 채워질수록 더욱 내일 산행이 기대되었다.

모두 안전하게 잘 다녀왔으면 좋겠다.’(태희샘)

한편 부엌에서는 내일 쓰일 음식재료들을 썰고

당장 내일 아침 김밥을 쌀 김치를 다져 잔멸치와 야채랑 볶고.

밤참을 먹어가며 부산했습니다, 흥겹고 즐거웠습니다,

마을에서 열 잔치를 앞두고 온 마을 사람들이 나와 준비하는 것 마냥.

 

세상이 좋습니다.

밖에서 여기 일을 하는 하다샘,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여기 소식을 받아

거기서 네이버 카페 자유학교 물꼬 저장소(https://cafe.naver.com/freeschoolmulggo)사진을 올리고 있답니다.

(물꼬 누리집은 사진 용량에 제한이 많거든요.)

이번 계자는 또 이렇게 해보는 거지요...


아침밥: 빵과 식빵, 딸기쨈달걀야채부침, 샐러드, 우유와 모과차와 꿀차

낮밥: 보글보글 음식, 만둣국과 김치, 그리고 사과

저녁밥: 잡곡밥, 고등어조림, 김치부침개, 미역줄기볶음, 고기장조림, 김치, 그리고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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