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5.쇠날. 흐림

조회 수 427 추천 수 0 2021.02.06 23:51:44


 

이제 화살은 떠났다.

167계자를 진행하기로 한다.

우리 모두 그리 되리란 걸 혹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코로나19 3차 확산세에 물꼬가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였다.

- 옥샘을 누가 말려!

- 걱정되지만 그래도 지지합니다!

그런 말들을 했지만

그 안에는 계자에 함께하는 서로의 충분한 검토와 조심과 신뢰, 그리고 각오가 있었다.

 

이장님부터 만나기로 했다.

사람이 모이는 일에 마을 어르신들의 경계심이 적지 않을 것.

그렇다고 물꼬로 직접 질문들을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마침 새 이장 임기가 시작되었고,

하여 인사 겸 계자 상황에 대한 안내와,

만난 김에 달골 기숙사 들머리에 입은 지난 수해 관련 공사 요청,

그리고 이제 마을에서 개발위원(마을 대의원?)을 해보련다는 뜻도 전하다.

부녀회장과 반장을 하며 마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았던 게 여기 사는 일에 도움이었듯

개발위원일도 그렇지 않겠는가 하고.

마침 이번 해에 농협 대의원 일도 하게 된 참에.

아군 하나 얻은 마음이었다.

 

계자 매뉴얼을 보고 과정을 확인하다.

미리 해야 할 준비라면

큰일에 사사로이 마음이 쓰이지 않도록 개인 책상부터 정리하는 일이 첫째이리.

다음은 시간을 들여서 해야 할 청소들을 해나간다.

예컨대 부엌곳간, 부엌청소, 그리고 교무실청소 같은,

계자 준비위가 따로 가동되지 않은 이번 계자인 만큼

(여느 계자라면 며칠 일찍들 들어오는 샘들,

혹은 계자에 동행하지 않아도 준비를 도와주고 돌아가는 샘들이 있지만

코로나19 상황때문에도,

그래서 계자 개최여부가 불투명했기도 해서 오려는 샘들의 발을 막았다.)

혼자(밖은 학교아저씨가) 감당해야 할 일이 어느 때보다 많을 테지.

또 아이들이 적은 만큼 샘들 수도 적으니

샘들이 할 노동량도 줄여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요새 대체로 거의 모든 일정에서 하는 생각이기도.

품앗이 샘들이 자신의 삶 안에서도 당면할 일이 얼마나 많을까,

이곳에 와서는 덜 고생했으면 하는 바램인.

 

여행자보험서류를 챙기고,

글집을 주문하고.

이건 밖에서 하다샘이 챙기다.

이번에는 모둠을 짜야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그저 한 덩어리에 불과한.

지난여름에는 인근 도시의 대학가에서 했던 인쇄였는데,

문을 닫았다. 다른 두어 곳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여파를 그렇게 또 본다.

시청 앞은 아직 살아있었다.

찾아오는 건 준한샘이 도와주기로 하다.

 

전화가 들어왔다.

부천에서 약국을 하는, 새끼일꾼 여원의 엄마이기도 한 미자샘이다.

이번에는 무슨 약을 챙길까 물어온.

수년을 한결같이 당신이 준비해준 약품 상자였다.

말씀은, 사용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라고 하지만

보내온 것들은 늘 그렇지 않았다.

뭔가를 챙기고 보내는 것이 적은 노동이 아님을 (나는)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는 것 받는 것 대신 차라리 사는 쪽을 택하고는 하잖던가.

더러 부모님들이 계자 등록비를 넣으며 물꼬 후원회비를 더해주기도 하시는데,

당신은 올해도, 청계에도 계자 새끼일꾼 등록비도 더 보태오셨더랬다.

넉넉하다고 다른 이를 돕는 게 아니더라.

누군가 애써 한 밥벌이를 떼어 이곳에 보탠다고 생각하면

널부러졌던 몸을 곧추 세우게 될 밖에.

새끼일꾼 건호의 엄마이자 밥바라지 인교샘의 꾸러미도 닿았다.

요리유며 밀가루며 요리에 필요한 갖가지 재료들이 들어있었다.

장을 보러 나갈 것을 염두에 두고 물건들이 겹치지 않게 하려는 배려로

미리 닿게 보냈을 테다.

수범이의 엄마이자 논두렁인 수진샘이 보낸 유기농 과자 상자도 들어왔다.

어제는 귤이 두 상자 들어왔더랬네.

그리고, 4.16 연대에서 기억밴드와 배지며 스티커들이 왔다.

계자는, 그저 물꼬에서 하는 한 계절의 행사를 넘는 일이다!

곳곳에서 마음을 낸 이들이 보태 꾸려지는 계자,

계자 아이들이 어찌 마음 좋지 않을 수 있겠는지.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 같은.

 

저녁에는 계자 장을 보았다.

대체로 미리모임이 있는 날 하는 일이었지만

지난여름부터 하루 일찍 그러기로,

그간은 아이들에게 하루라도 더 신선한 재료를 멕이겠다는 뜻도 있었고,

그리고 발을 빼서 밖으로 나가기 쉽잖은 까닭도 없잖았던.

하지만 미리모임 날 전체 주관자가 내부에 있어야 일이 원활함은 물론이었다.

아무리 익은 곳일지라도 샘들은 밖에서 제 삶을 살다 들어오는 것이니

아무래도 더 익숙한 이가 있어야.

또 전체진행자로서 계자 전날 밖으로 나가지 않고 안에 있는 것이 스스로도 안정감이 더 있는.

여행자보험과 글집 넘겼고, 잠자리와 먹을거리 준비완료,

그럼 일단 계자 준비 기본은 다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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