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28.쇠날. 맑음

조회 수 242 추천 수 0 2023.08.05 02:33:21


멀리 천둥 두어 차례 울긴 하더라만 소나기는 없었다.

늦은 아침이었다. 어제 처음 차린 제상이 만만찮았던가 보다.

햇발동 창고동 볕들이고 바람 들이고,

소리 연습을 하다.

명창 성우향 선생님 살아생전엔 여름이면 산공부도 따라가기도 했는데,

대신 일하며 소리를 하였더라.

 

4시에야 학교로 내려가다.

수행이 늦어지니 달골 일도 더뎠던.

가마솥방 먼지를 털고,

화분들을 돌보고,

행주와 앞치마를 삶아 빨고.

 

저녁 6시 마을의 젊은 부부와 밥 먹다.

젯밥을 나눠 먹는.

그들이 늦어진다 하여 구절판도 냈네.

우리는 우리 삶을 내보일 것도 없는데

사람들은 끊임없이 물꼬를 말하고 있었더라.

상촌에 소문 다 났어! 학교 이제 안한다고,

그래서 집도 사고 땅도 사고, 저 위에 집도 짓고...”

여러 사람이 찔러보던 삼거리집을 결국 물꼬가 들이게 되었고,

그 앞의 밭도 물꼬가 샀다고(정보도 틀린 채) 내가 말한 적 없으나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저 위에 집이란 구두목골 작업실을 말함인데

멀리서 보면 제법 커다란 집 같이 보이는 거라.

그냥 각자 삶이나 열심히들 삽시다, !”

교육청에서 지자체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고, 리모델링을 한다 하며,

그래도 물꼬는 학교를 계속 쓰게 되었다 전하였네.

 

긴 시간 건너 벗과 통화하다.

그때 물꼬의 밥바라지를 했던 그와 사이가 멀어졌더랬다.

틀어졌다, 라는 말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그때도 그런 줄 알았지만, 아마도 우리 그때 너무 힘들었고,

사람이 힘드니 서로를 살피기 어려웠을.

사람이 미워질 만큼 힘들게 일하지 말자,

물꼬 일 하면서 자주 하는 말이다.

그때 함께한 그 일이 오달지게 힘이 들어 우리가 헤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고

지난해야 연결이 되었다.

그 사이에도 물꼬의 근황을 더러 더러 알고 있었더란다.

가끔 검색하고 누리집 보고 했다고.

세상이 그리 좋다. sns까지 하는 삶이면 으악...

문자만 오갔고, 통화가 멀었더니 오늘에야.

늦은 시간 모임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라 했다.

그는 늘 그랬다. 내가 늘 그렇듯. 사람 참 안 변한다.

지금 일하는 분야 때문에 대학원을 갈까 한다는데,

왜 그렇게들 공부를 하나?

뭘 하다 보니 관심이 생기고 그걸 하자니 학위가 필요한.

그는 공부는 조금도 관심 없다고 했다.

하기야... 지방 국립대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을 가고 미국 유학을 가고,

그런데 다녀와 상담을 하기 위해 학부를 다시 간 물꼬 인연이 있다.

또 한 인연은 서울대 학부를 나와 석사를 마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제 뭔가를 하자니 학위가 필요해

학부를 다시 갔고, 곧 관련 면허 시험을 친다.

, 공부는 계속, 자기 관심 분야 따라서.

필요하면 학교 가라, 학위가 필요하면.

뭐 그리 정리가 되었을세.

공부를 꼭 학교 가서 한다는 생각 같은 건 말기로.

허영으로 가는 학교, 그런 것도 말기로.

이제 영동에서 거물급이 됐겠다!”

영동만 유달리 날 모르네, 하하.”

벗과 나눈 마지막 대화는 이러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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