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멧골에서 사람을 맞는 일의 벅참에 대해 또 생각하노니.

한 사람이 저 대문을 들어서고 있다는 것은

한 시인의 표현처럼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오는 것.

어린 아이들이 자라 청소년이 되고,

공부로 그 바쁘다는 그들이 이 멧골로 모인다.

 

물꼬 한 바퀴’.

물꼬의 교육 안에 담긴(일과 예술과 명상을 통한 교육) 가치관을 나누고,

그것을 구현하는 일상의 움직임을 나누고(‘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구를 덜 해치려는 삶을 나누다.

 

낮밥은 간단한 비빔국수라지만 배식대 위에 놓은 것이 또 그렇지도 않았다.

고명으로만 오이 배 양배추 토마토 달걀 양파, , 일곱이었는데 하나는 뭐였더라...

열무김치와 깍두기가 나왔고,

후식이라기엔 좀 무거운 옥수수와 튀긴 소보로 빵이 있었다.

낮밥 전에도 그랬지만 밥상을 물리고 서리태도 가렸다.

수확을 해서 아직 고르지 못했던 콩.

손도 잘 놀리지 않는 물꼬라.

사람 모이니 손 많고, 둘러앉아 말은 해도 손은 노니

그럴 때 내놓는 지저깨비와 깎지 섞인 콩, 껍질 벗길 마늘, ...

금세 두어 되를 골라놓았더라.

 

일수행

청계에서 계자 준비를 하기도 하니 어른 몇도 같이 모였다.

여름이면 특히 동쪽개울 수영장을 치는 일도 계자 전 큰 일거리라.

코로나 때부터 계곡으로 가지 못한 대신

동쪽개울이 아쉬운 대로 우리들의 수영장이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대 가장 훌륭한 수영장 만들기였나니.

늘어진 나무들을 죄 정리한!

누구는 뒤란 나뭇가지들을 베어내거나 쳐내고,

아이들 걸음 따라 낙엽과 나뭇가지와 쓰레기를 긁거나 줍고,

돌로 댐을 쌓고,

쌓인 모래를 삽으로 퍼내고,

개울을 거슬러 오르며 떠내려 온 비닐이며 쓰레기며 나뭇가지들을 줍고.

엄두가 안 나다가 시작하고 해나가니, 된 일이 다음 일이 또 되도록 하는.

그런 이야기쯤을 나누었다.

왜 해야 하는가, 그런 생각은 일을 하기 전이나 다 한 뒤에 하자,

뭔가를 할 땐 일단 매진하자 그런.

일을 오래해도 배우는 게 또 있다.

바위며 돌에 걸린, 흘러온 나뭇가지며 비닐들을 치우는데,

아차, 거슬러 오르며 할 일이라기보다 내려오면서부터 할 일이 맞았구나 했고,

일이란 하다 보면 자꾸 늘어나는데, 어느 지점까지 범주를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들.

일을 통해 또 우리는 사람이 좀 되어가고 있었더라.

개울물에 복수박을 띄워놓고 한숨 쉴 때 쪼갰다네.

35도까지 오른다던 더위에, , 개울에서 노는 즐거움도 있었다.

세 시간이 어찌 흘렀나 모르게 가고 이제 접자 할 녘,

가마솥방에 모여 갈무리를 하는데, 후두둑 거세게 내려치는 소나기.

정말 날씨 부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물꼬라.

그야말로 좌악 좍 내리는 창대비였다!

보시라, 저 날씨를!”

미처 손이 못 갔는데, 현철샘이 씻으러 들어갔다 나오기 전

욕실을 한바탕 청소하고 나왔다.

청소는 이렇게 하는 거다, 그런 모범이었다.

(두멧길 밤마실을 다녀와 급히 발을 닦으러 들어갔다가 너무 환해서 깜짝 놀랐더라니까!)

 

밤마실

저녁밥상에는 요새 한창 넘치는 토마토와 오이와 가지 반찬들이 오르고

고명이 화려하게 얹힌 나물이며 생선찜과 떡볶이며들도 올랐고

(엊그제 젯밥에서 남은 부침개와 꼬치산적도 오르고)

국으로는 찬 냉국과 뜨거운 소고기무국을 나왔다.

밥은 밤과 대추와 은행이 들어간 영양밥.

 

밥상을 물리고 두멧길 어둠 속으로 걸어갔네.

별이 없네 하고 올려다보니 구름 사이 별들 초롱거리기 시작했고,

붉은 상현달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가는 길에는 구름으로 묻혔으나 그 밖으로 빛을 놓치지 않고 보여주었다.

계자에서 아이들과 걸을 밤마실 길을 미리 걸어보는 시간이었다.

자연스레 지난 한 학기를 보낸 생활보고들이 이어지고.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열심히 사는 생이라.

 

실타래 1.’

책이란 그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있을 테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면 그것이 던지는 주제가 주로 중심이겠지만

어떤 문장이 어떤 장면이 뜻밖에 우리를 붙들기도.

생태적 일상을 제안하는 책을 들었다가

그들이 처음 그 세계로 들어갈 때 가졌던 마음을 기록한 부분에서 우리의 공감이 깊었네.

사람들은 대개 남과 다르게 행동하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는,

세상을 바꾸려면 다수와 다르게 살아야 하는데, 그런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대목.

비건인 사람이 초대받은 곳에서 나온 스테이크를 안 먹겠다고 말할 때도 용기가 필요하고,

같은 옷을 계속 입을 때도,

최신 손전화 앞에서 오래된 자신의 낡든 전화기를 꺼내드는 것도 그렇고, ...

, 이 훌륭한 저자들도 그런 마음이 있구나, 그런 마음은 퍽 자연스러운 거구나,

우리도 그런 마음이 들 때 그것이 자연스럽다는 걸 알면 한결 편할 수 있겠네.

그리고 용기가 필요한 거 맞구나 그런.

문제는 내가 못 가진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그 물건이 정말 내게 필요한지 그렇지 않은지 따지는 태도가 중요하겠다,

우리 정신 차리자(올해 내내 물꼬의 주제다) 하였네.

 

실타래·2’실타래·3’은 달골에서.

드디어 명상돔을 썼다. 아직 신발장도 안 만들었고,

거기 들어갈 소품도 결정을 못했지만, 썼다.

더웠던 날이라 한밤에도 열기 식지 않았을 텐데

소나기 내린 덕에 선선했다.

걸레들을 들고 가 몇 겹으로 닦고 둘러앉았다.

자기가 안고 있는 문제 바라보기, 그리고 머리 맞대기.

진로들이 늘 고민이지.

제 길을 잘 찾아 주욱 가는 것도 좋겠지만

생각이 닿는 걸 먼저 해나가면서 찾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실타래·3’세상의 모든 질문이라는 주제대로

맥락 없이도 마음에 이는 무엇이나 꺼내며 마음결 고르기를 했다.

 

야삼경 하루 갈무리를 하고 잠자리로.

방마다 선풍기를 들여 주었다.

하하, 없던 일이다. 두어 해 전에 헤어드라이어를 갖춰놓았듯 그런 타협점이었다 할까.

그렇게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지점을 다시 또 따져보고는 하며

물꼬도 작은 변화들을 하며 살아가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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