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이 이틀이나 지났어도 보름달 같은.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각, 긴 하루였더랬네.

새벽부터 계곡에서 달골 대문까지 예취기가 돌아가다.

거기 작은 송풍기를 바꿔 끼워 친 풀들 치우는 것까지.

그게 시간이 좀 많이 걸리더라.

아침이 자꾸 더뎌져 몇 차례나 내다보았더랬네.

훤해진, 환해진, 기쁜 마음 같은 달골 길.

학교 마당도 예취기 돌아간. 아침저녁 잠깐씩 닷새에 걸쳐 하는.

 

계자 준비주간 나흘째.

인쇄소의 휴가일정이 쇠날부터라고 뒤늦게 알아

이른 아침부터 휘령샘과 글집 수정.

모둠을 짜는 게 제일 일인.

형제자매니까, 서로 친하니까,

샘들까지 서로 교차시켜보며 최종안이 나왔고(형제자매를 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인쇄소 넘기고 오늘 우체국택배로 들어올 거라는. 하나 완료.

여행자보험은, 담당자가 휴가로 내일 복귀한다고.

명단 보내고 대기 상태.

 

달못 가에 또 대나무 수로를 타고 골풀이 많다.

짜서 돗자리와 다다미 만드는 그 풀.

이게 한자로는 등심초라, 골풀 줄기 껍질을 벗긴 속심을 등불 심지로 썼다고.

심은 적 없으나 꽃처럼 자리 잡은,

달못 가의 그들이 어수선하여 얼마쯤 낫을 들고 벨 참인데,

, 한낮이라 벌레며들을 그리 경계치 앉았던 거라,

벌 날다. 모자의 챙 밑으로 들어오다. 얼굴을 쏘다. 몇 방이나.

(동시에 모기들도 우르르 달겨든 건 나중에야 알았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데, 찌르르르 얼얼얼 얼굴이 터지려했다.

손으로 걷어내고 얼른 자리를 피하는데, 따라온다. 말벌이다!

얼굴이 찢어질 듯한 통증이라도 다른 때라면 이 멧골에서 어찌어찌 방법을 찾았을 테지.

지금은 계자를 앞두고 있는! 응급실행.

새벽에 들어와 예취기 돌리고 일 두어 가지 손 보탠 뒤 나가려던 현철샘,

운전병으로 동행.

4시간이 그리 흘러가버렸네. 아이고, 지금이 어느 때인디.

그래도 판단 옳았다.

낼모레 미리모임 전에 붓기가 빠져야.

샘들이 걱정들 할까 봐, 그건 아이들에게도 흘러가니.

더구나 밥바라지라, 밥 하는 이 얼굴이 그러면 먹는 아이들이 불편할 수도.

오늘이기 망정이지!

그런데,

갈 때는 통증으로 끙끙거리며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지만

돌아오는 차에서야 한 생각,

골풀로 돗자리를 한 번 직접 만들어봐야겠네, 그런.

나란 사람 참...

 

고래방 앞을 비추는 바깥등이 망가졌더랬다. 바꿔주고.

삼거리집 큰 채 청소. 바닥을 네 개의 걸레로 네 벌 닦다.

냉장고를 어제 닦았더랬고,

먹을거리를 들고 드나들자면 적어도 바닥이라도 깨끗해야지 하고.

사람이 오래 비운 집은 손만 대도 무너져 내리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라.

수도가 여기 손보면 저기가 새고, 저기 고치면 여기가...

뒷채 수전이 새서 마침 학교에 있던 것으로 갈아주고.

배관은 어느 날 한 번에 다 손을 보아야. 우선은 이리만. 당장 계자니까.

 

낮기온이 가라앉은 뒤 아침뜨락으로 다시 들어가다.

아고라는 아침뜨락을 걸을 때 모두가 잠시 앉아서 머문다.

남쪽으로 가장자리 층층나무며 뽕나무며 퍽 울창한.

가지를 자르고 치고.

한 문장으로 썼지만 땀은 비 오듯 하고, 한 가지 다음 한 가지, 그 다음 또 한 가지...

너무 우거져 잔디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던 곳,

이제 오후 볕이라도 한껏 들이겠다.

아침뜨락을 나오면서 뜨락으로 오르는 계단, 감나무 아래,

지면패랭이 사이 풀들을 뽑다.

그리고 복수하러 갔지. 말벌 그놈들!

골풀에 묻힌 개구리 아저씨(사기로 된 서 있는 인형)의 텅텅 빈 배에 집을 지었더라.

벌레 퇴치 약을 뿌리고 연잎으로 덮어두었는데,

얼마쯤 뒤에 가니 무더기로 죽어 있었다, 혹 아이들이라도 탈날라 걱정이었더니,

172계자 액땜하고 들어간다네.

나 좀 동안임. 얼굴 피부 팽팽해서리.’

수진샘 왈, ‘어쩌다 말벌 테러를... , 말벌 리프팅인가요?”

 

늦은 밤에야 계자 사전 통화.

계자 구성원 보호자들과 하는 통화.

궁금한 게 있을 테고, 처음이라면 걱정도 될 테고,

계자 뒤 14일에 사후 통화하자고도 전하고.

한 분은 물꼬에 오는 학교 동창과 30년 만에 물꼬 대문에서 만나게 될 거라지.

그 친구의 인품을 아는데, 그 친구가 딸을 보내는 곳이면 믿을 수 있다,

그렇게 물꼬를 알고, 알아보면서 더 좋아졌다고.

좋은 관계가 넓혀지는 것 참 좋다.

그렇게 둘러싼 관계가 만드는 안전과 평화를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물꼬라.

그런 게 우리 삶에 얼마나 귀한 것인지 가르쳐주고픈 거라,

그게 사람살이를 얼마나 살고 싶게 하는지!

자정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나머지 분들께는 문자로 내일 낮 통화하자 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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