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허리춤이 허옇게 덕지덕지, 소금 얼룩이었다.

 

서너 시간 혹은 두어 시간을 자고 일어나서도 눈을 뜨는 샘들이었다.

아이들이 온다는 사실이 우리를 벌떡 일어나게 하는.

밥상을 물리고 두 패로 나뉘어 한패는 달골 아침뜨락 풀을 긁으러 갔다.

애들은 원래 이런 줄 알겠지?”

우리 삶 뒤편에 얼마나 많은 노고들이 있을 텐가.

계자만 해도 새끼일꾼이 되어 그걸 알고 놀란다 하고,

품앗이가 되니까 새끼일꾼 때 알았던 건 또 아무것도 아니었다고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네.

나머지 한 패는 아래 학교 본관 청소.

모여서는 마당에 천막 하나 더 치고.


'2023학년도 여름, 백일흔두 번째 계절자유학교 - 돌려받을 마당'의 문을 연다. 

아이들맞이’. 정오 대문에서.

아이들이 왔다! 그 많던 걱정을 날리는.

그렇지, 우리가 저것들을 믿고 하지.

문제라도 만난다면 우리(구성원 모두)는 머리 맞대고 의논하고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다.

우리 일이니까.

다시 만나 우정을 쌓는 것도 기쁘고, 새로 맺는 연들도 또한 고맙다.

7학년이 된 큰도(유도윤)가 맨 마지막에서

작도(김도윤)랑 여러 아이들의 짐을 옮기는 걸 돕고 있었다.

7학년들 셋 큰도 현준 태양이 예비 새끼일꾼으로 등장한 계자이기도.

언제나 아이들 속에서 함께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나의 마음을 울린다.’(휘령샘의 날적이 가운데서)

 

안내모임’.

자유학교 물꼬 교장샘의 환영사? 그런 걸로.

사이좋은 자유, 배려가 있는 자유, 안 하는 자유보다 하는 자유에 대해 말하다.

모둠방은 선풍기도 없이 여름을 난다.

고통스럽게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여름은 덥다, 겨울이 춥듯이.

지나치게 쓰고 사는 삶에 대해 우리는 좀 다른 생각을 해본다,

조금 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통의 물은 아주 차지 않다. 많이 마셔야 하는 물을 차게 먹는 거 위에 안 좋더라,

대신 찬물과 얼음이 준비되어 있다, 원하면 말씀하시라,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시라, 전하다.

내내 이리 지낼 수야 없겠지. 그저 엿새를 그리 한번 살아보려 한다.

아이들에게 계자 교장 휘령샘을 인사시키다.

물꼬에 여러 번 와본 사람들이 있으니 물꼬를 잘 몰라도 물어보며 같이 하자,

좋은 공간에서 같이 놀고, 맛있고 실한 밥을 먹는 자체만으로 충분하다는 휘령샘의 말은

공간 안내를 하는 것으로 끝났다.

각자 제 짐들을 확인하고(돌아갈 때 잘 챙겨갈 수 있게),

아이들이 쏟아져 논다.

저 아이들을 보시라, 저 생기 넘치는!

우리는 걱정해야 했다. 저러다 쓰러질까 봐.

불볕더위도 아이들을 막지 못했다.

공도 차고,

책방에서도 놀고(책을 읽는 게 아니라. 이번 계자의 특징 하나이네.)

도현은 날렵하게 자기 몸을 쓰며 종횡무진하다 그래도 부르면 돌아보며 다가와 앉는다.

가마솥방에 새들이 날아들었다.

가지 끝에 앉은 새들, 돌아보니 아이들이더라.

이야기가 넘치는 삶, 아이들이 그렇다.

봇물처럼 터진 말들이 학교를 메워 더위를 밀었다.

민준, 엄마도 아빠도 담임선생님도 다 좋은데

누나 은우와 자기는 남한 대 북한이라나.

윤진 수범 환희 도현 혁준이는

부레옥잠 연못 둘레의 돌까지 다 치우고 개구리랑 놀았다.

곤충들이 손의 열기에 화상을 입을까 장갑을 끼고.

샘들이 일하고 벗어서 널어둔 장갑이 흙투성이 돼버렸는데,

새끼일꾼 채성 형님이 그걸 또 빨고 있네,

죄송해요!”, 혁준이가 인사하고 가더라.

 

큰모임

시작 전 부엌의 물건 세 개를 소개하다.

검은 때가 무엇으로도 빠지지 않는 20년도 넘어 된 수세미 거치대,

금이 간 설거지 그릇 엎는 바구니, 윗부분들이 깨진 음식 찌꺼기통.

버리는 순간 쓰레기가 되므로 아직 쓰고 있는 물꼬의 생각에 대해서.

가끔 우리는 착각한다. 낡음과 더러움은 다른 문제다.

물꼬가 낡았으나 정갈하다고들 하는 까닭은 바로 그것일.

아무리 윤을 내도 윤이 나지 않은 낡음이지만

안하면 바로 표 날 더러움이라.

창으로 불어드는 할 줄기 바람이 시원하고 귀한 줄

우리는 선풍기도 없는 방에서 알았더랬네.

(간밤에도 논의가 깊었다. 대형 선풍기 두 대를 각각 방에 갖다 놓을 것인가 하고.

안 하기로 했다. 다른 방식으로 해보자고.

더 자주 씻어 열을 내리고, 개울에 가고, 그늘에서 움직이고, ...)

이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논의하고,

저마다 받은 글집의 표지를 만들며 자기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

 

동쪽개울’.

두멧길을 따라 걸을 참이었다. 볕이 뜨거웠다. 못간들!

일정이라고 해서 저 뙤약볕으로 굳이 걸어갈 게 무어겠는가.

우리는 바로 물꼬 뒤란 동쪽개울 수영장으로 향했다.

오늘도 현철샘이 풀 상황이며 오가는 길이며를 챙겼다.

실망하는 아이가 없지도 않았지만

아이들은 발목이 찰방거리는 물만으로도 행복해한다.

작은 일에 크게 기뻐하고, 상처에서도 굳건하게 새 살을 만드는 존재들,

무너진 자리에서도 새 삶을 세우는 생명력의 존재들. 그래서도 아이들이 좋다.

아이들을 통해 위로받는다. 그렇게 우리 어른들을 가르치는 아이들.

휘령샘도 그랬다. 나도 꼭 그렇게 지내야지 하고 다짐하게 하는 존재들이라고.

 

물에서 끝까지 남은 무리들의 저 대 공사가 무언가?

약상자를 들고 성빈샘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고.

수범의 지휘 아래 건설조직체를 꾸렸는데,

진흙팀, 큰돌팀, 중간돌팀, 작은돌팀, 분업을 해서 수심을 높여보려 하고 있었다.

비버가 댐을 만들 듯 말이다.

아이들에게 다 주는 게 아니다.

조금만 주어도 나머지는 그들이 채운다.

그게 창조 아니겠는지.

큰 수영장이 주는 즐거움도 있겠지만 이건 또 다른 멋진 세상.

거듭 하는 말이지만, 아이들에게 앞서서 너무 다 챙겨줄 것 아니더라.

그들이 요청할 때 해줄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은 우리 힘을 키우고 있어야지.

그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말할 때 비로소 주어야 고맙고 귀한 줄도 알고.

 

그래, 저 아이들을 보시라!

눈물이 다 차올랐다.

동쪽개울을 다녀온 뒤였는데,

어떤 계자든 특별하고

어떤 계자든 그 계자를 대표하는 장면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루하루마다 선명하게 각인되듯 하는, 그런 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밥상머리무대에서, 살인적인 더위에 그나마 볕이 없다고는 하나

저리 다닥다닥 붙어서 피아노 소리에 맞춰 북을 중심으로 앉아서는

사방에서 두들기며 합주를 하는데...

시작은 그랬다. 밥상머리무대에 악기로 쓰라고 목탁을 하나 얻어다 놓았는데,

가끔 아이들이 그걸 두드리더라.

거기 소리북도 하나 가져다 놓았다.

오늘 지율이가 피아노를 치고 있었는데 하랑 도현 빛나가 그 북을 두드리는 거라.

그러더니 현준이가 붙고, 작도가 붙고,

만든 악기 두어 개를 더해주었더니 소리는 더 풍성해지고.

지율 하랑 정인 은우 도현 작도 큰도 빛나 현준이들이 연주단을 꾸려놓은 풍경.

태양 빛나 지성도 곁에 앉아 몸을 흔들고.

...

이래서 내가 계자를 한다. 이런 거 보자고 한다니까!”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거대한 예술세계,

사진만 겨우 남기는 물꼬인데 영상을 안 남길 수가 없었더라지.

 

때건지기’.

점심은 먼 길 오느라 애썼다고 밥바라지가 설거지를 해주었다.

저녁부터 1모둠이 시작한 설거지, 정인과 빛나가 힘 많이 썼다.

옥샘은 우리를 잘 한다 칭찬, 격려하시지만,

사실 한 끼에 반찬 5가지가 나온다. 부모님들이 해주신 것도 있지만, 거기다 밥과 국과 후식.

나는 그렇게 주고 싶어하시는 ... ... 감동이다.’(휘령샘)

부모님들이 보내주신 반찬들이 있다.

이 더위에 불 앞에서 저 많은 두부를 부쳤을 수고와 그 마음,

잼을 졸였을 그 마음, 거기 내 마음도 보탠다.

덜어주신 힘이 있어 이 여름 불 앞에서도 거뜬한.

 

한데모임’.

밖이 더 시원한 시간이 돌아왔다.

저녁이 내리는 마당에서 둘러앉아

모기향(모깃불까지는 못 피웠다만)으로 모기를 쫓으며 부르는 노래가 하늘까지 닿았다.

잘 말하고 잘 듣고 잘 의논하고.

한데모임의 중요한 공부하나는 그런 거.

안 씻으면서 덥다하고,

뛰고 또 뛰면서 덥다하고,

굳이 붙어 앉아서 덥다하고,

열을 시킬 수 있는데 덥다 말고 열을 시키는 것들 하면서 움직이기로.

노는 데 정신없는 이가 있으면 서로 그늘로 불러도 주기로.

너무 더운 볕 아래는 좀 피해가기로.

작년만 해도 그 볕 아래 마당에서 축구를 하고 또 했는데,

이번여름은 좀 말리고는 한다. 갈수록 기후위기는 심각해지고,

그래서도, 우리 좀 불편케 살아도 얼마든지 삶에 신명을 낼 수 있다 말하고 싶은지도.

작도가 땀 뻘뻘 흘리며도 책방의 숄을 뒤집어쓰고 있는 걸 재밌어 해서

성빈샘이 같이 가서 샤워를 하고 돌아와 앉았네.

혁준이가 신아외기소리를 따라 부르고 싶어,

팍 인상을 쓰고 옥샘의 손짓을 따라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음.’(해찬샘)

손으로 악보를 그려주면 아이들이 따라하는.

지민은 잘 모르는 노래라도 소리를 낸다. 잘하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다 소리를 잡을 테니까.

우리 공간 안에서 더 확장되고 충만해진 느낌. 의자에 앉아서 진행하는 모임이라서인지 방보다는 좀 더 진지한 느낌도 있었다.’(아리샘)

아리샘은 마당이 공동체 공간으로 확인된 느낌이 들더라고도 했다.

아마 안내모임, 큰모임으로 이어진 연습의 시간이 있어서도 더 자연스러웠을 수.

아이들의 생명력 친화력이란 게 그렇다.

바로 해버린다. 그래서 무섭다. 보고 바로 따라하는. 온 피부로 흡입하는.

그래서 건강한 삶을 보여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무어라 하겠는가,

그들에게 모자란 게 있다면 모두 우리 어른들 모습일 거라.

애들 잡지 말고 우리나 잘하자니까.

우리 어른들의 삶을 정작 걱정하노니.

 

오늘 같은 날은 아무리 밤이래도 뛰고 구를 대동놀이도 쉬는 게 맞으리니.

그래서 밤마실나섰다.

물꼬 천문대까지.

어둡고 널찍한 곳에 드러누워 하늘의 별을 좇고,

사람 말고도 세상을 채운 소리들에 귀기울여보는.

멧골 어르신들이 깨지 않을 만큼만 소리를 낮춰

도란거리며 걷는 길은 선선한 바람으로 얼마나 달던지.

나란히 걷던 환희가 별처럼 쏟아내는 이야기가 재미났다.

작도는 성빈샘 손을 꼬옥 잡고 걸었다.

제 손이 워낙 두텁고 크다보니, 도윤이가 두 손가락만 다소곳이 잡은 것이

마치 제가 어릴 적 아빠 손을 잡는 듯했습니다.’(성빈샘)

삼촌이 되고 아버지가 되고, 교사가 되고, 우리 그렇게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려고 자란 게 아니라 자라서 어른이 된.

아이들은 어른이 되려고 크는 게 아니다. 다만 자란다.

서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서로의 존재를 의지하며 밤길을 불도 없이 편안하게 걸어갔다.

가로등이 있기도 했지만 대개는 깊디깊은 어둠이었다.

거기 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몸으로 부대끼며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 말고

밤산책을 하며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친해지는 경험이 참 좋았음.’(해찬샘)

돌아오는 길 환희는 밤 두멧길을 앞뒤로 내내 뛰어다녔다,

넘치는 즐거움을 다 쏟지 못해서,

맨 끝과 맨 앞의 샘 사이에서만 걸어야 했으니.

1학년 윤진이 장난치다 넘어져 무릎이 까졌는데, 울지도 않았다.

형님들이 극진히 모셔주고.

샘들이 모두 아이들을 씻기거나 잠자리를 준비하고 있어

현철샘이 치료해주었더라.

 

물꼬의 불편을 안쓰러워도 하고 안타까워도 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줄기차게 문제제기하는 현철샘.

그런 다른 생각이 있어 물꼬의 생각을 점검해보는, 이 다양성이 또한 좋다.

손발은 거들지만, 끊임없이 조금 더 편하게 살아라고 권한다.

이 더위에 뭔 고생들이냐고,

당장 벽걸이 선풍기 두 대가 있는 가마솥방에 반대편으로 두 대의 선풍기를 더 달려했다.

말렸다.

지낼 만했기 때문이다. 곧 처서, 신기하게도 그즈음이면 모기 입이 비뚤어질 테다.

이 속에서도 아이들이 재밌는 일들을 발견하고 있잖아요!”

불편하데 행복한 역설이라니.

생에는 다양한 즐거움과 기쁨이 있다.

어떻게 모두 같은 것에 즐거워하고 기뻐한단 말인가.

한 가지 기쁨으로 우르르 몰려가고,

모두 그거는 해줘야 하고(예를 들면 방학마다 가족 해외여행 가줘야 한다거나),

심지어 그것이 소모적이거나 대단히 즉자적인 것에다

그걸 얻기 위해 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저당 잡히기까지 하고, ...

그런데 그런 거 말고도 소소한 기쁨이 얼마나 많은지.

물꼬의 이런 작업은 그런 다양한 기쁨 다양한 삶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겠다.

이 더위에서도 발견되는 생의 빛나는 순간들.

더위를 물릴 만큼 우리, 재미 좀 있다.

아이들이 저렇게 놀아야지!

사람이 저렇게 생기가 있어야지!

놀이를 통한 아이들의 성장을 절대적으로 지지함.

 

정작 덥다는 얘기는 없고

저들 보낸 시간을, 보낼 시간에 대해 기대에 찬 목소리들이 모둠 하루재기에 쌓였다.

씻고 들어온 아이들이 누운 아이들 머리맡에서 책 읽어주는 여자방 남자방의 샘들 목소리가

복도에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샘들 하루재기’.

준비하는 오전은 금세 가더니 아이들이 오며 시간이 정지된 느낌이 있었다고.

일이 많았다는 거다. 날씨가 미친 영향이 컸을.

자정이 넘어가는 데도 건물은 열을 먹고 있었다.

이 밤에도 우리는 함께한 아이들 이야기(선생들이 그런 사람들 아닌가!).

그들에 대해 수다 떨고, 그들을 염려하고, 내일을 준비하고.

참 좋은 일을 참 좋은 동료들과 한다. 그래서 이 뜨거움 속에서도 할 만했을.

다음 여름에는 두어 밤쯤 마당에다 멍석 깔고 자는 걸 생각해보아야겠다.

최근 유행한 sns의 한 숏폼 영상의 한 유행어를 모든 아이들이 따라 하는 걸 하루종일 들으며

세상이 즉각적인 쾌락으로 채워지는가?에 대한 위기감과 이런 유형의 sns에 취약하게 노출돼 있구나...’(성빈샘)

민준이의 잠옷을 보고 태준이가 2주 전에 나온 신상이라고 했다.

해찬샘, 아이들에게 신상의 개념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고.

 

머리가 아파요...”

혁준이 쓰러지고 말았더랬다. 예상하던 바다. 온열환자.

저녁밥을 못 먹었다.

일단 눕히고 얼음팩을 싸서 안겨주고 잠시 뒤 소금물을 멕이는데,

눈 뎅그랗게 뜨고 진짜 당장 살아났다고, 신기하단다.

좀 더 쉬게 하고 그 못 먹은 밥을 밤 10시에 멕였다, 언제라도 오랬더니.

그때 지나던 민준, 자기도 한 숟가락 먹어도 되냐고,

그랬더니 따로 주지 말고 혁준이가 제 접시의 밥을 나눠먹겠단다.

근데 그 한 숟가락이 열 숟갈도 넘을 줄이야.

지나던 큰도도 달걀 한 쪽 집어먹고,

작도도 지민이도 수저를 들고 붙고.

때건지기에서 먹었던 반찬 혹은 먹을 반찬을 하나씩 얹어주고 또 얹어주고.

그렇게 한밤 도깨비들의 작은 잔치가 있었더라.

 

자기 전 서윤이가 아토피가 올라왔다.

마침 괜찮은 크림이 준비되어 있었다.

하랑이가 절차가 좀 있는 약을 먹고 있는데,

샘들 도움도 필요도 하지만 혼자서도 잘 챙긴다.

하랑, 빛나, 밤에 끼우는 렌즈를 가져와서도 챙기던데.

여기까지 가져와 신경 쓰이지 일거리는 아니기를.

 

열대야라면 두어 밤이나 겨우 있을까 하는 이곳.

바로 그 밤이었다.

아이들도 너무 놀아서, 첫 밤이어서, 더워서도, 재밌어서도.

물을 열심히 마시러들 드나들고 있는 한밤이었네.

첫날이라 흐름을 만드는 데 힘이 많이 드는 날.

간밤에 잠들도 잘 못잔 샘들.

낮에 딱 15분 등을 붙였어도 피곤치가 않더라.

저 아름다운 아이들이 있는데,

그리고 저이들이(샘들) 저리 하는데,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서로를 그리 고무시키는 동지들이라.

중늙은이인 나는 갈수록 낱말을 잊거나 잃는데

바쁠 땐 거의 말이 지시대명사로만 쓰인다, 낱말이 생각이 안 나서.

그런데 그걸 알아듣고 대화가 되고 일이 되는 오랜 관계들이 벅차게 눈물겨웠네.

이 공간의 불편과 열악함을 샘들 손발로 채우는데,

그래서 객관적으로 적어도 있어야 할 샘들 수가 있는데,

오늘 이번 계자 가운데 가장 성긴 날이었던.

휘령샘과 그런 얘기를 나누었더라.

물꼬가 질적으로 좀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

샘들이 보다 정예화되는 느낌이 있다고.

서로의 성장이 서로를 또한 성장케 했을.

그리고 내일 더 나은 우리가 있을 것을, 그게 생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을 믿음.

언젠가 이 아이들도 우리의 동지가 될 날이 오리,

이미 그런 부분들 없잖지만 어른이 된다는 의미에서.

, 내일은 또 어떤 날이 기다리는가...

 

* 10시가 좀 넘어 학교로 먼저 들어오신 분들 계셨다.

아이 하나가 화장실이 급했던 모양이다.

약속된 시간이 있는데 불쑥 들어올 수밖에 없었을 그 마음을 헤아려본다.

그런데 샘들 편에서는 이렇게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오늘 같은 날씨에 걸어만 다녀도 땀인 걸,

청소하느라고 땀에 절여, 헝클어진 머리로, 젖은 옷으로, 벌게진 얼굴로 말이다.

이곳에서의 교사란 앞에서 가르치는 것만 하는 이가 아니라

보육도 하고 청소도 하고 밥도 하는 전인적 활동가.

계자 알림에 화장실 이용에 대한 안내가 있어야겠다.

바깥 해우소 재래식 화장실을 쓰도록 하는 것도 방법,

오기 전 대해들머리의 간이화장실을 쓰는 것도 방법.

혹 불가피하게 먼저 와야 할 때는 미리 말씀 주십사 해야겠다. 약속한 시간에 뵐 수 있기를.

미리 다 해놓고 기다리면 되지 않냐고?

물꼬는 물꼬의 특수성이 있다. 모두 자원봉사로 돌아간다.

상주인원이 있지만 너른 공간에 견주면 턱없이 손발이 모자란다.

미리 준비를 하지만 샘들이 와서 또 보이는 게 있고,

같이 계자를 꾸린 사람들이 함께해야만 하는 부분들이 또한 많다.

무엇보다 더 많이, 할 수 있을 때까지 아이들맞이를 준비하고파하는 순정이라.

체크인은 정오? 그런 걸로, 하하.

마을주차장이 있는 삼거리집 창고를 책방으로 만들 계획이 있는데,

물꼬 들어오는 대기실로도 쓸 수 있지 않을가 가늠해보는 계기도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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