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혹은 황사쯤 때문이지는 않았을까,

어제 종일 풀 맨 뒤의 코피도.

오늘도 맑았으나 뿌연 대기였고,

종일 풀 맸다.

‘아침뜨樂’의 ‘온 우주; 옴’ 가운데 일부인 회양목 심은 곳에 놓은 띄엄띄엄 잔디,

그것도 언젠가 장순샘과 어딜 다녀오는 길에 뜻하지 않게 얻어왔던,

두 차례의 봄을 보냈는데 풀에 묻혀 도대체 세를 넓히지는 못하는.

잔디 전문 조경업자가 그럴 땐 오히려 중앙부터 한 번에 심어 기세를 기르는 게 좋다,

어제 조언을 해주고 갔다.

그럼 당장 해야지.

그런데 풀과 엉킹 잔디,

너는 잔디니 풀덩이니 물어가며 잔디를 패야 했다.

그 가운데도 제 세를 잘 피운 것들 있어

아이구, 기특하게 새끼들을 쳤구나, 칭찬도 하며.

이제 자리 좀 잡을라 했는데 또 옮겨지는 구나 하겠다.

이건 잔디가 아니라 숫제 풀숲에서 보물찾기다.

잔디가 있기는 한가 싶던 지대가

적어도 가운데 바위를 중심으로 모여지니 잔디가 있는 줄은 알겠다.


다육들 분갈이도 좀 했다.

처량했던 것들이었다. 지난해 마른 날들에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했더랬다.

얼마전 새로 들여온 것들로 몇 있었다.

돈 얼마 들이지 않고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을...

흙을 갈거나 순을 지르거나 다듬어주다.


아침뜨樂.

기계로 하는 일은 그만하고

어차피 끝도 없는 일이니,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제 땅이 스스로 자리 잡을 때까지 좀 기다리고

사람의 손으로 할 일들을 하자,

그렇게 정리했지만

그래도 머리 쪽에서부터 좀 정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

그런데 그 소리를 들었는가, 아침부터 전화가 한 통 들어왔다.

먼 곳인데, 한 이틀 손을 보태보겠다는 어제 다녀간 조경사.

멀리서 장비가 실려 오자면 또 얼마나 일일까,

부담스러움도.

그래도 또 필요하니 고마워라하고 오십사 했다.

다음 주 달날과 불날로 날을 받았다.

연재까지 하느라 힘들겠다고들.


마르디 히말 트레킹기를 쓰고 있다.

주에 두 차례로 시작했으나 세 차례로 늘이기로 했다. 30회 짜리.

세 차례를 매달리려면 일이니 아예 한 주 분량을 하루에 보내기로 한다.

“무슨! 그거 겨우 일주일마다 하룻밤일 뿐.

나, 산골 큰살림 사는 사람이야!

풀 매가며 너른 이 살림 여전히 어찌어찌 잘 살아내고 있음.”


언덕의 마른 흙으로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는데

눈길처럼 그만 힘을 빼고 미끄러져버리면 될 걸

먼저 손으로 바닥을 짚어버렸네.

으윽, 손목과 어깨, 밤이 되니 시큰거리는...

어제 벌레 물린 자리도 퉁퉁 붓고.

그 탓인가, 끙끙 앓는 몸이다.

참 익어지지 않는 산골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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