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샘이며 문자들을 했다, 어버이 날이라고

요새는 스승의 날보다 어버이날을 더 챙기는 아이들.

고마울 일이다.


다시 아침 8시, 밥상 앞에는 연규샘과 학교아저씨만 나타났다.

어제 달골 ‘아침뜨樂’에서 12시간 일을 하고 모두 쓰러져버린.

그래도 아침수행을 대신한 몸풀기들은 같이 했다.


다시 땅을 패기 시작한다.

미궁 자리에 남아있는 부분을 고르기 시작하고 잔디를 심었다.

낮밥을 먹을 때까지 내리 꽉 채워 움직였지만

일이 익은 어른들과 하던 속도에 견주면 턱없다.


‘아침뜨樂’의 ‘꽃그늘 길’을 만들 파이프도 들어왔다.

장순샘이 실어왔다.

그네 밭 자두밭에서 쇠를 굽히는 기계를 쓸 때 같이 하리라던 일인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어렵겠다 했다.

그래도 ‘물꼬 연어의 날’ 전에는 할 수 있으리라 하는데...


나가야 할 샘들은 흘목으로 나가 물한에서 나오는 버스를 타고들 떠나고,

연규샘은 투표 날까지 머물다 가기로 했다.

‘물꼬 연어의 날’ 움직임에 같이 머리도 맞대야 하고.


달날.

반복해서 '다시' 달골 ‘아침뜨樂’. 역시 8시부터.

드디어 연규샘도 쓰러졌다.

쉽지 않은 일.

조금 더 쉬게 두고 학교 아저씨와 달골로.

곧 연규샘도 뜨락으로 들어와 또 잔디를 심었다.


점심에는 겨울신발들을 그제야 빨았네.

담가두고 여러 날을 그냥 보내고 있었다.

그거 한 번 손 댈 짬이 쉽지 않더라.

정말 너르고 너른 살림.


오후 다시 달골.

오늘은 달빛도 좋네.

그래서 어둑해서 더는 뵈지 않을 8시가 한계일 걸

우리는 한참을 더 지나 뜨락을 나왔다.


늦은 밤, 드니 빌뢰브 감독의 <그을린 사랑>을 보았다.

고단했으면 일찌감치 잠자리로 가지 싶겠지만

이게 또 우리 식의 쉼이었다.

몰입도를 높이는 시작,

창으로 보이는 풍경과 락 음악이 긴장과 궁금함을 불러일으켰고,

영화는 마지막까지 지루할 새 없이 그리 이어졌다.

좋아하는 들머리 방식이었고,

가슴 뛰는 뛰어난 연출이었다.


“1+1=1”

그럴 수 있을까?

기독교계의 학살에 분노해 친이슬람테러리스트가 되었던 어머니와

남편과 아버지와 형제와 아들딸의 관계가 마구 뒤엉켜버린 이야기.

내전으로 황폐해진 중동의 비극과 역사가 할퀸 개인사가 거기.

정녕 인간이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아프게 하는.

‘과거란 목구멍에 박힌 칼처럼 빼내기 힘든 것’이지만

결국 고통스런 과거를 함께 헤쳐 나가고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고 사랑하기에 이른다.

이루어지지 못하면 하늘을 볼 수 없으므로 시신이 땅을 향하도록 하라던 유언은

비로소 주검을 하늘로 향하도록 한다.

그러니까 사람이 또 살고,

그러니까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해서 미움을 녹여야 할 사람의 생이라.


연극이었던 작품은 그렇게 영화가 되었고,

뛰어난 작품은 말하기에 성공한.

연규샘의 훌륭한 선물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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