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소집령이라고들 했다.

계자 없는 대신, 샘들 연수에 준할 샘들 미리모임도 없는 여름,

그래서 같이 수행할 시간 마련키로 했다, 물꼬 내부자(?)들끼리.

“알아서 챙겨먹을게요.”

기표샘, 휘령샘, 연규샘이 먼저 들어온 저녁.

장을 보러 나갔다 귀환이 더뎌지고 있는데,

연락들을 넣었다.

맞이해야 할 손님이지 않아도 되는 식구, 고마움 든든함 그런 감정들 일렁였다.

 

늘 그렇듯 다 준비해둔 곳으로 들어와 일정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먼저 들어온 이가 다음 들어오는 이들을 위해 맞이 준비를 하는 이곳.

이른 아침 묵었던 샘 하나 보내고, 아침뜨樂을 거닐며 하루를 열다.

쓸어놓았던 햇발동 구석구석 걸레질부터,

연어의 날 이후로 손을 대지 않았던 창고동도 여러 시간 청소.

이불들도 거풍을 시키고.

창고동 난로에 불도 지폈다, 사흘째.

멀쩡한 날로 보이는데, 별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날씨로 보이는데

한 발만 움직여도 바로 땀이 홍수, 비틀어 짜야 될 만큼 옷이 젖었다.

 

학교로 내려와 무언가를 떼고 붙이고.

앞선 일정에 있었거나, 미처 손대지 못한 것들 붙어있는 것들 갈아주기.

어떻게 ‘미처’ 못한 일은 이리 널렸는가.

‘미리’ 하지는 왜 좀 못하는가.

미처 챙기지 못하고 미처 깨닫지 못하고 미처 발견치 못하고

내성이 미처 생기지 못하게 마주하는 삶의 해일들.

미리 챙기고 미리 알고 미리 찾고 미리 보고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런데,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이제라도 한다면 다행하고 다행할 일일.

부박한 삶에 그나마 이제라도 깨달을 수 있다면.

오늘 장을 보러 나가며 병상에 있는 벗에게 유기농 먹을거리들을 챙겨 보냈다.

미처 알지 못했던 내 마음이었고,

미리 어루만져주지 못했던 그의 건강이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샘들이 고래방을 정리하는 동안 부엌살림을 살폈다.

부엌 곳간이랑 부엌 선반이며도 샘들이 들어와서야 하기 쉽더니

이번 일정에는 맡기지 않아도 되었네.

고래방에서는 연어의 날 바뀐 위치들을 바로 잡기.

대기실에서 나와 있던 책걸상을 제자리로 보내고,

그 자리로 본관으로 와 있던 매트들을 보내고.

늦은 밤 아리샘도 닿았다.

 

번에는 말린 연꽃차가 아니라 얼린 연꽃차를 내보려 한다.

연꽃향을 바탕으로 하고 녹차를 따로 우려 더한다는데

마침 좋은 철관음 있으니 더하면 좋으리.

말린 것은 우리고 났더니 약간의 비릿함이 있었는데

그 향을 밀어도 내 줄.

 

물꼬의 주요 샘들이 함께할 수행의 시간들에 오랜만에들 설레고 기뻐한,

그리고 자분자분 요새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들 나눈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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