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여름 청소년 계자를 함께했던 이들이 남긴 갈무리 글입니다.

늘처럼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고치지 않았으며,

띄어쓰기도 가능한 한 원문대로 옮겼습니다.

다만 의미 전달이 어려운 경우엔 고치고, 띄워줌.

괄호 안에 ‘*’표시가 있는 것은 옮긴이가 주(註)를 단 것.

글 차례는 대체로 나이순, 그리고 글이 쌓여있는 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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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학년 이건호:

2019 여름 청소년 계자에 참여하기 위해 20일 아침 일찍 일어나 8시 10분 차를 타고 3시간 만에 영동역에 도착했다. 또 버스를 1시간 정도 더 타서 대해리에 왔다.

대해리에 오자마자 내 집 온것같이 몸과 마음이 편안했고 즐거웠다.

물꼬에 들어갈 때 우리를 반겨주는 사과와 만화. 정말 기분이 좋았다.

또 오랜만에 만난 원년 실타래 멤버.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박혜준씨와 성빈이 형과 류옥하다 형, 이윤호. 다시 그때의 메주방 추억이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또 여원이와 정은이를 보니 계절자유학교가 생각나서 좋았다.

새롭고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물꼬의 기능 중 하나이다. 이서영, 김도영, 오현제 등 많은 새로운 사람들과 동지가 되었다. 모두 좋은 사람이었고 새로운 이들과 함께하니 훨씬 즐거웠다.

걸음마다 시간에 비를 맞으면서도 우리는 아침뜨락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깜짝놀란다. 아침뜨락 구성도와 거의 비슷하다. 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아침뜨락에서 마음의 평안을 다시 찾았다.

야단법석때에는 더 놀고 싶어 아쉬웠고 지금은 가야해서 더 아쉽다.

이 인연이 더 이어져 물꼬에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옥샘 예뻐요.(* 이 문장은 초등 계자 갈무리 시간에 ‘정히 할 말이 없으면 옥샘 예쁘다’라고라도 쓰라는 말에서 비롯됨. 뭐, 진짜 예뿔 수도 있음.)

옥샘 항상 애정합니다.

삼촌도 애정합니다.

영차!!(* 건호가 자신의 집에 있는데도

이번에 발간한 <내 삶은 내가 살게...>를 자신의 책으로 샀고,

거기 사인을 하며 ‘영차!’라고 써주었댔네 - 옥영경)


8학년 이서영:

친구를 따라 물꼬를 가게 되었는데 일을 많이 할 것 같아서 걱정한 것과 다르게 정말 푹 쉬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기회가 된것 같았다. 그리고 난생 처음 엄청난 비를 맞으며 다니기도 하고, 지진도 느끼는 등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 것 같다. 제일 새롭던 경험은 폰이 없는데도 한번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 것이다. 평소에 폰을 항상 잡고 사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허전하다고 느낄 새도 없이 즐겁고,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화장실이나 벌레는 무서워서 불편하긴 했지만 옥쌤이 말씀하신대로 불편할 뿐이였다. 또 책에 대해 깊게 생각을 잘 안하는 나인데 실타래 시간을 통해 책을 좀 더 깊게 읽고 좋은 책을 많이 알게 되어 좋았다.

1박2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다. 맛있는 밥도 먹고 자주 안하는 설거지도 하고 친구도 사귀게 되고 옥쌤도 너무 좋으셔서 더더욱 아쉬운 것 같다. 다른 물꼬 행사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고 너무 즐겁고 좋은 시간이었다.


8학년 김도은:

처음 버스 정규장에 도착했을 때 나랑 내 친구 빼고 진짜 다 아는 사이같고 너무 친해보여서 아 친해지긴 글렀구나 어떻게 친해지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물꼬에 왔는데 와서 자기소개도 하고 서로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며 마주보기를 했을 때 버스 정류장에서 보지 못했던 아니면 못 알아봤던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되게 반가웠고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 후에 때건지기를 하고 휴대폰을 냈는데 평소에는 휴대폰이 없으면 빈자리를 정말 크게 느꼈는데 이번에는 친구들이랑 웃고 떠드는 시간도 모자랐다는 생각이 들만큼 휴대폰의 빈자리도 전혀 느껴보지 못했다. 평소에는 친구를 만나도 휴대폰을 보는 시간이 더 많고, 대화를 많이 한 적이 거의 없는거 같은데 이번 기회에 휴대폰을 보지 않고 친구들과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휴대폰을 낸 거에 대해 불만은 전혀 없었다.

이번 청계 때 비가 많이 와서 야외 활동을 못할 거 같고 걱정되었는데 우산 쓰고 다같이 나가서 같이 비를 맞고 웃고 떠들고 하는 상상도 못한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물꼬에서는 날씨가 어떻든 정말 즐겁구나란 걸 느꼈고 사실 힘들고 지치긴 했지만 이번 물꼬 청계 하면 생각나는게 다같이 우산 쓰고 나가서 비 맞으면서 논 것이 가장 먼저 생각날만큼 정말 후회없이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야단법석도 정말 기억에 남을거같다. 평소에 사람들이 모여서 12시쯤에 다같이 노래부르는 일은 정말 흔하지 않는데 이번 물꼬에 와서 다같이 노래도 부르고 야식도 먹고 하는 평소 일상에서 정말 흔하지 않은 일을 한거같다.

촛불잔치를 할 때는 기분이 되게 이상했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내가 힘든 일이 생기면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힌든 그런 기분이 드는데 이번에 평소에 내가 보지 못하는, 볼 일이 없는 그런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들어보니 세사에 아무것도 아닌 고민은 없지만 내 고민이 진짜 별거 아니구나,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캠프를 가면 끝나고 소감문을 쓸 때 이렇게 느낀 게 많거나 쓸게 많지 않았는데 여기서 물꼬는 생각을 덜어주기도 하지만 또 여러 생각을 만들어주는구나 라고 느꼈다.

이 글을 쓰면서 다같이 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들어갔는데 그 이유가 진짜 한순간도 물꼬에 와서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다같이라는 단어를 쓸수밖에 없었어서 많이 쓴거 같다. 1박2일 동안 웃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거같고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좋은 말 많이 듣고 모두 웃고 즐거운 모습을 많이 보고가는 거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고 절대 못잊을거같다!! 너무 즐거웠어요!


8학년 김무량:

물꼬. 7살 때 엄마와 형과 와본 것으로부터 ‘물꼬’를 알게 되었다.

올 때마다 각각의 사연이 있었고 요번엔 아빠 and 형과 싸우게 돼서 아무 생각 없이 편안히 쉬러왔다. 그냥 그저 쉬러왔다. 단지 그것뿐인 이유였다.

하지만 역시나 물꼬는 내 마음대로 쉴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일은 해야되서(* 안 해도 되어서?) 쉬는 일도 있었고, 놀고 싶어 쉬지 못한 적도 있었다. 요번 계자(* 청계)에는 “책”을 중심적으로 생각했다. 숙제도 그것이었고 힘들어서 그런 것도 있었다.

뭐 어쨌든 나는 물꼬와 옥쌤과 하다형을 사랑한다. 나에게 있어 가족 그 이상의 사람(전재)이니까.

옥샘이 장난으로 말하신 것들도 나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무량아, 뭐지? 가을학기에 네가 물꼬에 좀 머물렀으면 하는 거?”)

ㅎㅎ 솔직히 나는 글을 못쓴다. 차례대로를 못하는 건가? 별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필체, 말더듬기 등등이 있지만 옥쌤이 말한대로 사람은 행동보다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물꼬를 생각하니 그냥 웃음이 나온다.

보는 사람이 많은 이곳에서 나는 이때는 그저 옥쌤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물꼬를 사랑한다.

여기에 오는 있었던 느낌보다는 평소 생각을 털어놓은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다.


8학년 장여원:

사실은 이번 청소년계자의 시작은 별로였다. 엄마가 보내신 문자를 제대로 못 읽어서 택시비로 내가 가진 돈 대부분을 날려버렸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한데 늦기까지 해서 들어올 때 민망했따. 나는 낯을 상당히 가려서 오기 전에는 다른 친구들에게 말을 열심히 걸겠다며 나름에 계획을 세웠지만 잘 안된 것 같다. 모자른 영어공부도 하고, 숙제도 하고, 놀기도 열심히 놀다보니 쉴 시간이 부족했는데 물꼬에 와서 비도 맞고, 걷기도 하고, 책도 읽고, 놀기도 하다보니 정신적으로 여유를 찾은 것 같아 참 좋았다. 오늘 아침에는 108배를 했다. 다른 곳에서 108배를 해본적이 있어서 조금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바로 후회했다. 가뜩이나 요즘 한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과 등하교 때 걷는 정도인데 그냥 절도 아니라 바닥에 엎드리기까지 하니 힘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절한 횟수나 세다가 나중에는 힘들어서 무얼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땀은 흥건하고 몸은 더웠는데 또 명상을 하라니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숨쉬는데 집중하니까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고 방금 전과는 다르게 정신이 확 깼다. 가까운 일이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명상을 하고 정신이 맑아지는 게 너무 신기해 기억에 남는다. 오기전날에도 피곤해서 그냥 가지말까라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오니까 유식도 하고, 놀기도 하고, 신기한 경험도 많이 해서 정말정말 좋았다. 다음에도 기회가 되면 또 오고 싶다.


8학년 상촌 김도영:

첫날 물꼬에 오면서 다 처음보는 사이라서 불편했는데 한번 대화하고 나니깐 계속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대화를 해서 좋기도 했고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아침뜨락에 갈 때 비가와서 우산을 쓰고 갔는데 사람이 많다보니 그냥 다른 사람 주고 서영이랑 비를 맞으면서 장난치며 갔는데 새로운 경험이라서 재미있었다. 아마 내가 물꼬에서 무엇을 했냐고 물어보면 비맞은 것을 제일 먼저 말할 것 같다.

아침뜨락을 다녀와서 다같이 축축한 상태로 책방에서 별 의미없는 대화를 하는 그 느낌도 좋았다.

밥을 먹고 씻는데 나는 벌레에 놀란 게 아니라 도은이의 비명소리에 놀랐다. 잠을 잘 때 비가 오는 소리에 자주 깨긴 했는데 그렇게 많이 피곤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새끼일꾼인가 그런 청소년 품앗이...?에 대한 소개랑 이야기를 듣는데 내 꿈인 중고등교사에 대해 좀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이번에도 신청할 생각이다.


8학년 이정은:

처음 물꼬에 왔을 때는 타고 온 택시에서 잠을 자서 정신이 잠에 취해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신 후에 아침뜨락에 가 걸으니 잠이 쏙 달아났다. 산책하는 데 미로에서 옥쌤은 맨발로 걸으시고 그 뒤에 3명 정도도 맨발로 걸었다. 물론 나는 비에 젖는 게 싫어서 신발을 신고 걸었다. (결국에 신발은 나중에 푹 물에 절어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산책을 마친 후에는 창고동에서 몸을 녹였다. 창고동에서 차도 마셨는데 그 차가 0000(* 놀라실까 봐 땡땡으로...)원 이라고 하여 매우 놀랐다. 확실히 가격대로 물건의 가치를 보는 것 같다. 또 찻잔들의 모양들이 같은 게 하나도 없는데다가 모양도 특이했다. 물꼬에 올라가는 길에서도, 내려오는 길에서도 잡담하며 내려와 즐겁게 갔다왔다.

요즈음 하는 것도 없고, 핸드폰만 붙들고 살면서 머릿속에 온갖 고민들은 가득 차 있어 괜히 짜증났는데 물꼬에 오니 아무 생각없이 지내고, 놀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잔뜩 있어서 좋았다. 자유시간에 학기 중 책 읽고 있던 여원이를 방해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당했다. 역시 세상 일은 돌고 돈다.

둘째날에는 아침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잘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을 느껴 놀랐고, 대배시간에는 졸리고, 피곤하고, 힘들어서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려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 하고 긍정적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름 뿌듯했다. 밥으로는 떡국이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떡국을 안 좋아하지만 먹을 만했다.

밥 먹고 난 후(자유시간을 가진 후) 모두 다 같이 모여 새끼일꾼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그리 오랫동안 물꼬에 다닌 것은 아니다만 그 얘기를 듣고 새끼일꾼에 대해 갈피도 못 잡던 것이 이정표 정도는 생긴 느낌이 들었다. 정말 머리를 비우고 놀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 어제 저녁에 하도 책을 읽어서 각성제 효과가(반절정도지만) 났다.


8학년 김영광:

오랜만에 옥쌤을 뵈러 보은에서부터 2시간 정도 걸리는 영동에 있는 자유학교 물꼬에 왔다.

올 수 있었던 계기는 이모부와 이모의 추천이었다.

물꼬에 오면 항상 재미있는 활동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는 어떤 활동을 할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물꼬에 조금 있다보니 모르는 사람들이 오는 것 아닌가!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을 보면 부끄러움을 많이 타기 때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기만 하였다.

하지만 옥쌤이 ‘마주보기’라는 활동을 하자고 하였고 이 활동으로 인해 이름, 오게 된 계기, 나이 등을 알 수 있었다.

서먹서먹했던 만남을 뒤로하고 맛있는 점심시간!!

디저트로 주스와 쿠키, 견과류를 먹고 ‘걸음마다’라는 활동을 한다. 우린 비가 와서 춥기도 하고 꿉꿉했지만 힘을 내서 달꼴에 도착했다.

‘아침뜨락’을 구경하고 창고동에 들어가 불을 피우고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꼬르륵!” 저녁시간! “우와! 맛있는 김치찌개와 고기반찬이다.”

“후루룩”, “쩝쩝” 급하게 먹었다.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고 노래부르고 생각하는 ‘야단법석’시간!! 책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알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야식을 먹고 이제 잘 시간!!

물꼬에 오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벌써 하루가 지났다니 너무 슬프다.

다음날! 아침에 피곤했는데 절 100번을 했더니 개운하고 숨쉬기를 했더니 상쾌했다.

아침을 먹고 새끼일꾼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로운 사실을 알고 부족했던 것들을 생각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도 새끼일꾼이 되고 싶다는 다짐이 생겼다.

자유학교! 옥쌤 사랑해요!!


9학년 안성빈:

의미깊은 1박2일이 끝이 났다. 나는 이 갈무리글에 오직 나의 관점에서만 써보자 한다. 어차피 옥샘께서 읽으실 거니 청계동안 한 일을 구구절절 쓰고 싶지 않다. 7.20. 토요일에 어찌저찌 하여 집에서 나왔다. 00(* 원 글에서는 이름이 있지만 여기서는 이리 옮김)와의 다툼을 뒤로 한 채 나오는데 준비하는 과정 중 00는 ‘나 화났어!’를 말하기 위해 모든 행동을 시끄럽게 한다. 8시 10분, 기차에 올랐다. 찝찝한 마음으로 올랐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책임감없이 내팽개치고 왔다. 11시경에 영동역에 도착했는데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혜준이를 보았다. 옛날 물꼬에 왔던 혜준이가 이 혜준인건 알고 있었지만 청계에 온다는 생각은 눈꼽만큼 해본적도 없다. 아니, 어쩌면 나는 물꼬에 대한 생각을 안했을지도 모른다. 물꼬에 도착해서 서로 자기소개를 했다. 물꼬에서 가장 형식적이었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나에게 의미 깊었던 시간은 아마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찌보면 매우 쉽고 가벼울 문제들을 쌓아놓으니 마치 개학 하루 전 날에 밀린 일기를 써야하는 아이와 같은 심정이었다. 그러한 가벼운 문제를 차를 마시거나, 씻거나, 혹은 책방에서 뒹굴거나 조금씩 풀어헤쳤다. 어쩌면 친한 친구에게도 못풀던 문제를 물꼬라는 공간에서 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걱정없이 사는 것도 없어보이고 걱정도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니 혼자 해결할 문제는 가지고 가서 해결해보자 한다. 내 비밀을 털고, 내 이야기도 털고 웃음도 터니 하루가 훌쩍 지나 있었다. 참 좋았다. 덕소에서의 일은 곧 해결하기위해 출동해야 한다니 벌써부터 두렵다. 하지만 그 반면에 여태 들던 짐을 물꼬에서 버리고 재시작을 해서 노력한다면 크게 어려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조금 무서운 것이 있다면 난 할 수 있는데 내가 쫄아서 도망갈까 봐 그게 아직 조금 걱정이 된다. 그러기에 더 마음 꽉 잡고 다시 뛰어보자고 한다.


9학년 오현제:

2014년 겨울 계자 이후로 5년 만에 처음 오는 물꼬라서 오기 전에 긴장하고 1박2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오면 어쩌나 생각했다. 초반에는 아는 사람이 옥쌤이랑 혜준이밖에 없어서 내가 여길 왜 왔을까 하고 조용히 있었는데 서로 소개하고 밥 먹으면서 아이들이 다가와줘서 좋았다. 지금은 어제 이 시간쯤 와서 딱 하루가 되었는데 다들 서로 속깊은 얘기도 음식도 나눠먹고 같이 놀면서 많이 친해져서 정말 좋다.

내가 항상 모든 활동을 마치는 갈무리에서 좋았다,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좋다는 말을 계속 했는데 할 말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고 정말 좋다. 정말 많은 생각들도 들고 서로 얘기하고 공감해주며 많은 것을 느끼는데 말로 표현하려하면 그냥 자꾸만 ‘이 순간이 너무 좋다’는 생각이 속에서 올라와서 좋다고만 표현한 것 같다.

이번에 와서 참 좋다고 느낀 것 중 하나는 활동 중간 중간에 쉬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학교나 학원에서의 쉬는 시간이나 공부 중간 중간 숨 돌리는 시간은 잠을 자거나 할 이야기가 없어질 때까지 떠들 시간이 없는데 여기에 와서 쉬는 시간에도 배우는 것이 참 많다. 아무 생각없이 누워있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고 씻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게임도 하면서 서로 초면인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도 있어서 좋았다.

여기선 옥쌤이나 하다샘처럼 어른들에게 배우는 것들도 많지만 아이들끼리도 배우는 게 많다고, 아이들도 깊이 좋은 생각들을 한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어른들에게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도 배울 수 있다고 느꼈다.

물꼬에서의 가르침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을 가르치는 것 같다. 집에서는 안해본 설거지도 해보며 사람이 살려고 배우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좋았다. 난 미용기술을 배우고 있는데 이것도 벌어서 먹고 살려면 중요한 기술이지만 정작 내가 당연하게 살면서 해야만 하는 일은 못하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별일 아니게 생각하는 것을 배웠다. 도시에서는 비가 오면 집에서 잘 안나가고 밖에서 우산이 없으면 집에도 못가고 그랬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비를 맞고 비 맞으면 뭐 어때하면서 넘기는 것, 비를 온몸으로 느꼈다.(심지어 맨발로도 밟더라)

샤워를 할 때 벌레가 있다고 막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러다가 그냥 씻었는데 정말 아무일도 없이 깨끗하게 씻었다. 사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금방 죽이고 파괴할 수 있는 것들인데 무서워하는 게 너무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가장 의미 있었던 하루였다.


9학년 박혜준:

오랜만에 온 물꼬였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오랜만에 가는 물꼬’하고 말았지 가슴에서 나오는 두근거림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KTX를 타고 가던 중 다음역이 영동역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는 내가 다시 이곳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그 짧다고 말하는 1박2일이라는 시간은 의미있게 지나갔다. 모든 순간순간들이 헛되이 흘러간 것 같지 않았다. 이곳에서 먹는 밥들은 모두 정겹고 따듯한 맛이었고 새로운 인연들과 함께하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즐겁고 유쾌했다. 초등학교 방학만 되면 오던 물꼬의 딱 그 분위기, 그 느낌이었다. 어릴 때 봤던 친구들은 모두 성숙해져 있었다. 내가 보기엔 얼굴은 다들 그대로인데, 생각이 자라있었다. 다같이 둘러앉아 하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멋진 말들이 많았다. 특히 현제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알던 현제는 철없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못난 친구였는데 어제 오늘 보니 아주 크고 멋진 아이가 되어있었다.

역시 물꼬는 좋은 공간이었다. 매일 나에게 새로운 편안함을 보여준다. 이곳에 오는것만큼 질좋은 쉼은 도시 속에서 느낄 수 없다고 본다. 확실히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안정이 있다. 그동안 나에게 소홀했는데 나를 챙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몇 년간 변화없이 평화롭고 활기찬 물꼬에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짱


11학년 이윤호:

물꼬의 청계 명단을 확인하고 어김없이 기차로 올랐다. 기차에서 새로운 친구들의 만남이 기대되어 잠을 못잘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편하게 졸면서 도착했다. 설레이는 느낌으로 기차에서 내리고 습관처럼 건너편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버스정류장에서는 딱 봐도 물꼬스러운 청소년들과 익숙하지만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버스에 오르고 눈을 감았다 뜨자 대해리역이였다. 비가 오고 있어서 주변 풍경을 자세히 둘러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만화와 사과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였다. 비가 왔지만 고무보도블록덕에 신발이 더렵혀지지 않았다. 짐을 풀고 젊은할아버지와 언제나 그대로인 (내일모레 육십) 옥쌤을 보자 물꼬에 온 느낌이 잘 살아났다.

버스를 타지못한 두 명이 합류하게 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비가 오는 바람에 일은 하지 못했지만 대신 쉬는 시간, 이야기 시간을 길게 가질 수 있어서 나름의 매력이 느껴졌다. 특히 비가 오는데 아침뜨락을 걷는 일정을 물꼬 역사상, 내 역사상 처음이자 의미깊은 활동이였다. 신발이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과정을 쭉 지켜보면서, 말없이 앞사람의 발자취를 따랐다. 비를 맞고 있지만 서울에서의 느낌과 확연히 달랐다. 굳이 비교하자면 도시에서의 비는 가요에서 나오는 우울하고 찝찝한 느낌이지만 아침뜨락에서의 비는 시에 쓰여지는 봄비와 비슷한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마지막 계자가 지나고 2년이 흘러가니, 마지막 계자의 나는 막내(* 일꾼으로서)였지만, 지금은 맏이가 되어서 부담감(?)이 있고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막낸 때의 이윤호가 엊그제 같아서 이번 청계 멤버들과 더욱 비교됬던것 같다. 중 1~3때 나는 흔히 말해 망나니 같은 느낌이였지만 현 청계의 멤버들은 왠지 더 성숙하고 생각이 깊은 것 같았다. 때문에 과거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서 의미가 있었다.

이번 청소년 계자에서 가장 큰 의미는 내게도 “미안한 마음”이라는 속히 말해 물꼬의 족보가 내려왔다. 노트 안에는 희중쌤과 연규쌤의 계자준비에 관한 섬세하고 정확한 필기가 들어있었다. 옥쌤이 족보를 주면서 청계 멤버들에게 새끼일꾼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임무를 주셨다. 노트를 채우고 할 말을 정리하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감히 그들을 가르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말하기 전 일종의 밑밥을 깔아서 내가 가르치기 보다는 참고정도만 해달라고 말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쓸 말이 많지만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이쯤에서 마무리하겠다. 이번 계자(* 초등계자)를 못오게 되어서 너무 아쉽다. 옥쌤 예쁘다.


품앗이 류옥하다:

아이로 계절 자유학교를 참가했던 친구들이 새끼일꾼이 될 준비를 하는 모습이 참 뿌듯하고 대견했습니다.

불편하고, 습한 곳인데 즐거운 시간 가져준 친구들이 고맙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편한 시간이었습니다. 밥 잘 먹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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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6 2023. 7.26.물날. 비 옥영경 2023-08-05 291
6405 2023. 7.25.불날. 흐리다 소나기 지나고 옥영경 2023-08-05 337
6404 2023. 7.24.달날. 비 갠 오후 옥영경 2023-08-05 263
6403 2023. 7.23.해날. 비 옥영경 2023-08-05 223
6402 2023. 7.22.흙날. 밤비 / 소소한 출판기념회 같았던 북토크 옥영경 2023-08-04 237
6401 2023. 7.21.쇠날. 살짝 찌푸린 맑음 옥영경 2023-08-04 230
6400 2023. 7.20.나무날. 갬 옥영경 2023-08-04 246
6399 2023. 7.19.물날. 볕 옥영경 2023-08-04 242
6398 2023. 7.18.불날. 비 옥영경 2023-08-03 260
6397 2023. 7.17.달날. 해 짱짱 / 아이 어려 계자에 보내는 게 망설여진다시길래 옥영경 2023-08-03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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