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이틀의 교사 연수가 있다.

하루는 관리자 연수, 또 하루는 평교사 연수.

지금 대안교육판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가 궁금했다.

시원한 호텔에서 맛난 도시락 먹으며 하는 이야기나 듣는 그야말로 휴가가 되었다.

고백하면 교육부처에서 한 준비, 그리 기대도 않았다.(제도에 대한 불신이 오래인 관계로다가)

책 몇 줄 보면 되는 이야기나 늘어놓는 전문가들 구경하는 게 다는 아니었다만...


연수의 어느 한 꼭지에서 대안교육의 쇠퇴와 하락을 걱정들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대안학교가 있는 줄 몰랐고,

그 가운데 그토록 여럿의 학교가 문을 닫은 줄을 몰랐다.

(이름난 몇을 빼고는 학생 유치에 걱정이 크다 했다.)

그런데, 걱정을 왜? 필연 아니겠는가.

계속 대안을 고민하고 나아가면 되지.

대안학교란 그런 의미였던 게 아닌가.

마치 날개돋인 듯 팔던 상품들을 이제 더는 찾는 이가 없어

쌓아둔 재료들 때문에 걱정하는 꼴로 보였다, 장사치들처럼.

적어도 대안교육은 이윤을 먼저 생각하는 장사치는 아니다! 아니어야 하잖겠는가.


억수비 내리는 대해리, 05시 사이집 발.

읍내로 가는 시누이재를 넘는데 차가 덜덜거렸다.

펑크! 살피니 주먹 반은 하겠는 돌이 박혔네.

언덕에서 굴러 길에 떨어졌던 낙석인가 보았다.

긴급출동을 부르다.

서울행 무궁화호 05:53 영동발 기차로 미뤘다.

기차에서 잠을 내리 자리라 계획했던 직행을 놓치고

영동발 대전환승 KTX 07:05 다시 예매.


창대비 내리는 역 앞에 이른 승객을 위해 문을 연 빵집에 앉아 차를 마시다.

기차 시간 전 주차해 둔 차에서 책 하나를 챙겨올까 하고 가는데,

물 먹은 고무신이 자꾸만 미끄러져 빠져 나가려니

힘을 주며 걷느라 걸음이 더뎠다.

이럴 때 그 잘 다니는 맨발이 딱인데,

그러면 신발을 들 손이 또 필요하잖아,

비도 쏟아지는데 허리 숙이는 것도 귀찮고 에이, 하고 마저 걸어 역으로 갔다.

그런데, 아무리 비 쏟아지는 이른 아침이라지만

아무렴 이리 손님이 없을라구,

텅빈 플랫폼,

역무원으로 보이는 이만 걷고 있다.

뚤레뚤레 하고 있으니 그가 말한다.

- 방금 갔는데요...

- 아, 갔구나.

07:06 이었다.

앞선 차는 연착이었는데, 창대비에 있음직한 일이려니 싶더니

허허, 이 차는 또 어쩜 그리 딱 맞춰 와 버렸더라나.

그 흔한 연착도 내가 타려는 기차는 해당사항 없는 그런 일이 일어난 거지.

08:13 으로 다시 표를 바꾸었다.

기다리며 대합실에서 책을 읽네.

공선옥 소설집 하나 들고 읽다 마저 읽으려

가방에서 내 책을 꺼내 꽂아두고 그의 책을 챙겼다.

기증으로 이루어지고 굳이 분류표도 붙어있지 않은 책들,

돌아올 때 다시 바꾸거나 영영 바꾼 책을 제 것으로 여기거나.


대전역. 대-전, 커다란 활자를 보고도 태연히 기차에 앉았는데

여성 둘 와서 자신들 자리라고.

그제야 아차차 내려야지, 나는 내려서 서울 가는 KTX를 갈아탈 사람,

선반에서 가방을, 옷걸이에서 모자를, 앞 의자 주머니에서 물통을

부랴부랴 주섬주섬 챙겼다.

다행히 몇 분을 멈춰있던 기차였던 거라.

그리하여 연수가 있는 호텔에 닿았던 거라.

연수보다 오늘의 긴 탈 것의 시간이 더 이야깃거리인 하루였더라나.


낮 4시 연수가 끝나고,

휘령샘을 만나 명동을 걷다.

휘령샘이 모자를 하나 사주기도 하였네.

둘이 영화도 한 편 보고,

걷고, 밥을 먹고, 곡주도 한 잔.

휘령샘네서 연수 장소까지 걸을 만도 한 거리.

기표샘네 묵으라는 걸 뿌리치고 거기서 묵네.

물꼬가 아닌 곳에서 물꼬 사람들이 만나는 자잘한 재미가 또 있는 거라.

휘령샘과 같이 사는 벗이랑 주고받았다는 이야기.

“야, 옥샘 오시면 뭐하지?”

시골 노인네를 맞을 부담이 왜 없었겠누.

“TV 봐.”

친구가 그러더라지.

“옥샘 TV 안 봐.”

그래서 말해줬다. 멧골에 없는 TV,

어쩌다 식당에서라도 만나면 반가워 빠져 들어가듯 보고 앉았노라고.

휘령샘은 딴은 마음을 많이 썼던 거라.

또한 기표샘더러 물었다고,

옥샘 서울 오셨을 때 뭘 어찌 준비했냐고.

그래서 매트까지 거실에 딱 깔아둔 휘령샘.

아침수행하라고 말이지.

기표샘이 제 집에 와서까지 대배 백배한다고 궁시렁거리더니

그래도 정보라고 휘령샘한테 전했더란 말이지.

물꼬의 오랜 인연들이 찡하게 고마웠다.


서울 다녀가는 사이 하얀샘이 현가장치가 망가진 내 차를 끌고 가셨네.

15년 가까이 된 차에 수십만 원의 부품을 달기는 망설여지는 지라

폐차장에서 마침 부품을 구하였더라.

카센터에 공임만 주고 고치기로.


걷기여행 책을 같이 준비하고 있는 출판사에서

초벌 교정을 보는 중이라는 연락이 왔네.

9월 안으로 내려면 아주 달려얄 것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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