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적당히 잘하기’에 집중함.

뭘 그리 꼭 잘해야 하나!


비가 많다. 가을 장마다.

어제그제 벗어나 있던 수도권까지 오늘은 비에 젖고 있다 한다.

더하여 주말에는 가을태풍까지 올라올 거라는데.


본관 앞의 줄 선 포도나무 앞으로, 그러니까 깔아놓은 매트 사이

말꿈하게 매 놓은 풀에 맨살의 땅이 너른데,

거기 이랑을 만들고 무씨를 뿌렸다.

현관 앞 바깥수돗가 뒤로(책방 바깥현관 앞) 뿌려놓은 무씨에서 자란 싹을

툭툭 끊어다 샐러드로 잘 먹었던 8월 한 달이었더랬다.

담 밖 무밭 것들이야 무를 먹는 게 목적이지만

담 안에서 키운 것은 나물로 먹을라지.


몇 번을 망설이다 생각나는 대로 쓴다는,

앞뒤 맥락없이 온 뜻밖의 문자 받았다.

할 말이 있으면 하면 되고 털 일이지만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도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다가 옮겨보면,


이야기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2년 전 제가 의아했던 건?

 남편 분이 먹을 때만 모습을 보이시고 일할 때는 안 보이시는 거였어요.

 노동이 중요하다 강조하시면서 정작 남편 분은 편히 쉬시고

 객들이 너무 열심히 일을 하시는 거였어요.

 두 번째는 옥샘이 가진 땅이 너무 많다는 거였어요.

 내세우는 가치관과 맞는 건가 싶었지요.”

(음... 기대가 크셨군...)

또, 얼마 전 그가 지인과 함께 물꼬를 방문했는데

‘영업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덧붙여 내 아들 이야기를 하였다.

그가 7월 물꼬에 잠시 방문했을 때, 청소년 계자 때를 말하고 있었다.

내가 글 속에서 알고 있는 아드님과 실제의 아드님이 너무 달랐어요.

 제가 본 아드님은 그냥 엄마 말 잘 듣는 평범한 대학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만들어진 아이 같았어요.

일일이 옥샘한테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물어보더란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막연한 피로를 느꼈고,

그런 가보다 하고 지나치려는 마음과 그래도 반응을 하는 게 예의 아닌가 하는 사이에서

주춤거리다 답문자를 보냈다,

오해를 시작한 사람에게는 어떤 팩트도 무용지물이겠다만

그냥 나는 나의 일을 해야 하는 거겠거니 하고.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 그것을 믿는 줄 압니다”로 답문자를 시작했다.

“남편은 저를 사랑할 뿐, 또 열심히 사는 아내를 지원할 뿐

 아내의 가치관대로 살 생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근본주의자, 생태주의자들에 대한 환멸까지 지니고 있지요.

 남편이라 하여, 또한 아들이라 하여

 제가 그들에게 제 가치관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남편은 제게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 도시로 나와 글쓰고 살면 좋겠다’면서도

 ‘밑 빠진 독이므로 물꼬를 보태줄 생각은 없고 다만 아내의 품위유지를 위해((남편 표현)

 자신이 제게 줄 수 있는 최대치로 돕는 것으로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살아보려는 아내를 존경’(이 역시 그의)합니다.

 그 돈이 고스란히 어디로 갈까요...

 제가 뭔가 처신을 잘못해서 남편 욕먹였네요.

 그는 자신의 삶터에서 주중에 죽으라 일하고

 주말에 가족을 만나러온 가장이었을 뿐입니다.

 누구도 그에게 노동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가슴이 저려 한 마디 더 남기면,

 남편은... 좋은 일에 아내를 내놓은, 어떤 의미에서 큰 희생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물꼬의 공간에 대해서는... 거참...

학교라고 학교 공간이 필요했고, 아이들을 재우려니 기숙사가 필요했고,

걷기수행을 위해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공간이 너르니 일이 참말 많다. 작았으면 좋겄다!

밥하고 돌아서면 밥이고,

이 끝에서 청소를 시작해서 저 끝에 이르면 다시 이 끝의 먼지가 보인다.

낡기는 또 얼마나 낡은가, 여기를 고치면 저기가 문제이고...

아, 풀은 또 어떤가...

그런데, 무소유를 주장하는 커다란 절집이나 교회에 대해서도 그는 같은 생각이실까?

무엇보다 이곳은 그저 물꼬의 공간, 거기 내가 깃들어 살 뿐이다.


지인과 함께 온 일은...

“연락도 없이 온 손님을 환대까지 했건만 듣는 소리라니...

 제가 상담료를 받은 것도 아니고 찾아온 벗에게 기꺼이 낸 시간이었습니다. 그게 전부.

 그걸 인연으로 다시 만난다면 좋겠다 했을 뿐.

 좀 억울하군요. 이른 새벽부터 어둠이 밀어낼 때야 호미를 놓는 삶에서

 사람맞이로 공을 들였건만... 그날도 아주 바빴던 날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우리집 아이...

청계가 있었던 그날 그는 중앙 진행자의 안내를 받는 품앗이일꾼 하나였다.

평범하다. 그것도 말도 잘 안 들어먹는 아들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사유를 놓치지 않으므로 저는 그를 훌륭하다 여기며,

 그는 언제나 제게 누구보다 큰 스승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저도 살면서 사람 잘 못볼 때가 있습니다.

 하여 잘못 본 제 눈을 찌를 때가 있지요.

 또 그걸 반복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또한 사람이지요. 우리 존재가 그렇습니다...”


다시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큰일을 하는 게 무엇인지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잘 모릅니다.

 딱히 그들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존경할 부분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것 하나는 확실하게 압니다.

 지식인이고 지식인에 대한 자부심이 넘칠 대로 넘쳐 자신들이 엄청 잘 났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조금이라도 귀에 거슬리는 말은 새겨듣질 않는다는 겁니다.

 ...

 그렇다고 옥샘이 나쁘다거나 실망했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요즘 조국을 보면서 느끼는 그런 거라 생각합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현재의 심정들이 이런 것이겠구나 싶었네.

(이 말이 조국의 삶이 문제 있다는 데 동의하는 건 아님.

 그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특히 법리적으로)

그가 해온 말에 비해 그 삶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실망감들일.

그 실망은 사회정치적 진보를 내건 이들이 자신들의 삶에서도 그러기를 바라는

바로 그 열망에서 나온 것일 것.

그러니까 '내가 먼저 내 생각을 내 주장을 살아내는 것'이 필요한.

없이 살지만 품격을 잃지 않는 삶을 부디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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