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지도 못한 감이 떨어진다. 물들지도 않은 감잎이 떨어진다.

비가 많다. 여러 날의 가을장마다. 바람도 세다.

오늘은 멎었던 비이더니

잔뜩 흐린 하늘에서 소나기처럼 퍼붓는 저녁답이었다.


농협에서 전화가 왔다.

농관원(농산물품질관리원)에 가서 농지원부를 떼서 제출하란다.

오늘? 그렇단다.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인데요...”

그러면 농관원에 전화를 넣어 팩스로 보내달라 한다.

아니! 그래도 되는 거라면 처음부터 그리 알려주는 건 어떤지.

차로 30분을 달려나가 서류를 떼서 20분 달려 제출하고

멧골로 다시 돌아가라는 과정이 달랑 전화 한 통으로 처리가 되는!

배려 받아 고맙다는 생각보다

왜 굳이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는 방식으로 일을 해야는가 화가 좀.


영화로 여는 가을학기;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

그의 전작 <우리들>이 준 감동이 얼마나 컸던가.

감독을 신뢰하도록 했던.

카메라 앵글을 아이들 키에 맞추고,

아역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방식에 대해 전범을 보여준 그였더랬다.

상황극 속에서 아역배우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했던.

신작 역시 아이들이 꾸려가는 이야기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이 가는.

우리집을 지키기 위한 세 아이의 분투.

부모가 헤어질까 두렵고, 이사를 또 갈까 두려운,

각자의 고민을 가진 아이들이 만나 서로 돕고 상처를 안아주는 연대와 성장담.

먼 길 가기 전 운동화끈 매듯 밥을 먹지.

그 분투 또한 밥을 같이 먹기 위한 것 아니겠는지.

식구란 그런 것.

그래서 밥을 같이 먹으면 피가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을.

생활(일상의 일)을 견지해내는 힘은 사람을 강하게 한다.

생활의 자립이란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힘을 준다.

아이들도 일을 통해(머리로 하는 공부 못잖게) 성장한다는 물꼬의 강조처럼.

세상이 어째도 아이들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존재적으로 어른으로 성장하는.

우리는 어른으로 멈춰있을 때 말이다.

바닷가에서 세 아이는

가장 집 같지 않은, 허름한 텐트에서 이곳이 우리집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집이란 그런 것이다, 단순히 형태가 아니라 구성원들과 우리 마음을 부릴 수 있는 곳.

여기서도 아이들은 흔히 그렇듯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다.

'우리집'은 가족 구성원들의 마음이 담기고 오가는 그릇이라.

우리집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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