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의 통증으로 더딘 아침이었다.

어제 운전석 옆좌석에 앉아 있었던 교통사고의 뒤끝인가.

그래도 어디 부러지고 한 건 아니라 굳이 병원까지는...

얼굴도 화끈거렸다.

농약 치는 일을 이틀 동안 돕고 돌아온 뒤

얼굴에 뾰루지가 나더니 어제부터는 더 심해진.

몸의 내부에서 일어난 문제가 그렇게 밖으로 드러났을 수도.

찬찬히 자신의 생활을 살펴보면, 이어 몸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시작점을 찾을 수도.

찾을 수 없어도 몸에 귀를 기울이면 해결점을 알 수도.

오전은 천천히 움직였다.


이웃 절집에 물꼬 식구들도 내려가 낮밥도 저녁밥도 먹다.

거기 주목을 심는 날.

신도들의 보시를 받아 나무마다 이름표를 걸고.

그 편에 달골 햇발동에도 주목 셋 모셨다.

심는 건 낼모레 굴착기 들어올 때 작업하기로.

인근 도시의 공원 공사에서 잔뜩 실어온 철쭉도 심어야 하고.

안의 식구들만으로는 일을 다 못하리.

인부들도 두셋 들어와야 될 게다.


책(<내 삶은 내가 살게...>) 사인회 하다.

많은 수까지는 아니어도 책들을 사왔기.

“저자 소개가 인상적이었어요.”

“두 딸이 있는데, 딸들보다 저를 더 많이 생각나게 해서... 많이 울었어요.”

다 읽었다는 한 사람은 다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떤 대목에서일까, 결국 자신에게 얹히는 감정으로 그리 했을 것인데...

부모는 어째 부모라는 이름으로 죄인이 된다.

보이차를 냈다.

다화로 국화를 물 위에 띄웠네. 가을이라!


손전화가 없으면 인터넷도 안 되는 달골이다.

추운 밤 교무실까지 가야 일이 되는.

그래서 손전화는 이곳에서 단순히 전화기 이상인.

일이 안 되니까.

간밤 늦게 돌아오며 타고오던 승용차가 어둔 시골길에서 접촉사고.

그 후유증으로 온 통증이 머리까지 어지럽게 하더니만

밥을 먹던 식당에서 손전화를 두고 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그래도 먼 도시가 아니어 다행이었다.

정오께 들어오던 이가 전하기를 찾아서 왔더랬네.


주말의 물꼬스테이 준비.

가마솥방을 시작으로 먼지를 닦고.

달골 기숙사는 내일 청소해야지.

내가 평생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청소다 싶은.

날마다 쓸고 닦을 산업먼지도 아닌 멧골이니

그런 일이라도 있어야 청소도 하고 살지.

저기 한 사람이 걸어온다, 그의 과거가, 그의 미래가 걸어온다.

온 우주가 걸어오는 일.

사람을 맞는 일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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