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을 1,600장 들이다.

많게는 3천 장도 들이는 살림이다.

올해는 작년 한 해 쉬었던 난로가 많아 그리만 들여도 되겠다 했다.

해마다 들어오는 살림이라고

연탄배달 아저씨는 학교아저씨를 위해 곡주 몇 병이 든 ‘검은봉다리’도 내밀더라.

물꼬스테이가 있는 이틀 동안 굴착기도 들어와 일을 했다.

오후에는 굴착기가 긁어놓은 땅에서 자갈들을 골라내고 잡초들도 정리하다.


주말에 들차회가 있었고,

물꼬로서는 또 물꼬 삶이 있으니 가보지는 못하였더라.

일을 주관한 이가 애쓴 사람들을 위해 손수 염색한 손수건을 돌렸는데,

그걸 받은 한 사람이 제 것을 내밀며 손도 안 보탠 내게 물었다, “샘 드릴까요?”

‘선뜻’ 그리하는 마음에 놀랐다.

“샘이 더 잘 쓰실 거 같아서...”

물건을 잘 쓰일 수 있는 이에게 전하는 것도 그 물건을 잘 쓰는 것이라.

그 ‘선뜻’이 오늘 또 나를 깨우쳤나니.


사람 열둘이 차를 마신다.

세계의 홍차들을 여럿 놓고 마시다

마지막으로 송이를 찢어서 우려낸다. 송이가 다녀간 철이라.

우려낸 송이는 누군가 들고 온 컵라면에도 넣어

한 젓가락씩 맛을 보네.

향도 좋고 맛도 일품이라지만

그게 뭐라고 1kg에 이십만 원도 넘어 된다니!

그런 거 평생 먹을 일 없이도 그리 아쉬울 것 없을.

그거 먹어야 하고, 그거 있어야 하고, 뭐 그리 ‘~야 할 것’들이 많은지.

된다, 없어도! 살아도 지고, 심지어 더 멋나게 살아질지라.


- 저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오늘입니다.

오늘 긴 글을 읽는다.

이곳에서의 삶은 그렇게 무거운 걸음으로 걸어오는 말이 닿는 곳.

그 짐을 가볍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저 글 한 줄로 혹은 기도로 마음을 써보는 거라.

- 오늘 우리는 오늘치의 삶을 살아냈고

  설혹 어리석었다 해도

  내일은 내일 삶을 살면 될 것.


“그렇게 좋아?”

너무나 하고 싶었던 일을 잠시 하게 된 이가

기쁨으로 만연한 얼굴을 보이는데,

빛이 나더라.

하고 싶었던 일, 그건 사람을 그리 만들더라.

오늘 글 한 편을 쓰다가

주말에 몸을 많이 쓰고 고단해서 늘어지던 몸이

막 활기가 생기는 거라.

아, 내가 이걸 좋아하는구나,

좋아하는 일은 사람을 이리 만드는구나 싶더라.

물꼬가 지난 세월 내게 그러하였나니.

오래 이 일을 하고 살 것 같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442 2023. 8.30.물날. 비 옥영경 2023-09-06 291
6441 2023. 8.29.불날. 비 옥영경 2023-09-06 308
6440 2023. 8.28.달날. 흐림 옥영경 2023-09-05 269
6439 2023. 8.27.해날. 구름 / ‘멧골 책방·2’ 닫는 날 옥영경 2023-09-03 305
6438 2023. 8.26.흙날. 맑음 / ‘멧골 책방·2’ 여는 날 옥영경 2023-09-03 291
6437 2023. 8.25.쇠날. 맑음 / 저 애는 무슨 낙으로 살까? 옥영경 2023-08-29 377
6436 2023. 8.24.나무날. 몇 차례의 소나기 / 대둔산(878m)-동학최후항전지가 거기 있었다 옥영경 2023-08-28 372
6435 2023. 8.23.물날. 작달비 / 면회 옥영경 2023-08-26 334
6434 2023. 8.22.불날. 비 소식 있었으나 / 그대에게 옥영경 2023-08-26 343
6433 2023. 8.21.달날. 오후, 걷힌 하늘 / 그대에게 옥영경 2023-08-22 343
6432 2023. 8.20.해날. 흐리다 얼마쯤의 비 / 2023 멧골책방·1 닫는 날 옥영경 2023-08-21 308
6431 2023. 8.19.흙날. 구름 꼈다 맑음 / 2023 멧골책방·1 여는 날 옥영경 2023-08-21 287
6430 2023. 8.18.쇠날. 저녁 빗방울 좀 / 어린이 문화라고 하면... 옥영경 2023-08-20 355
6429 2023. 8.1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3-08-19 306
6428 2023. 8.16.물날. 맑음 / 산청 왕산(923m)에 들다 옥영경 2023-08-18 363
6427 2023. 8.15.불날. 맑음 / 청소에 대한 기록 하나 옥영경 2023-08-17 353
6426 2023. 8.14.달날. 맑음 / 노력은 우리 어른들이나 좀 할 것 옥영경 2023-08-16 350
6425 2023. 8.13.해날. 맑음 /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옥영경 2023-08-15 318
6424 2023. 8.12.흙날. 흐림 옥영경 2023-08-14 324
6423 2023 여름, 172계자(8.6~11) 갈무리글 옥영경 2023-08-14 33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