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곳의 제도학교를 드나들었다.

대도시이기도 했고, 시골 작은 분교도 있었다.

넘치는, 지나친 물자에 대단히 놀랐다.

아이들이 학용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게 취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풍요가 아니라 낭비였다.

포장을 뜯지도 않은 학용품들이 버려지기까지 하고 있었다.

지난해 낸 <다시 학교를 읽다>(한울림, 2021)는 제도학교에서 보낸 경험을 담았다.

하지만 나는 그 문제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특정 학교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오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었고,

자칫 내가 몸담았던 곳을 비난하는 것으로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학교는 왜 그렇게 돈이 넘쳐났는가?

(물론 교실을 좋은 환경으로도 만들어야지!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

그건 풍부한 물자와 그와 상응하는 온도와 습도 같은 류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가끔, 우리 아이들이 지나치게 풍족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지

요새 아이들이 지나치게 많은 걸 가졌다고, 아쉬운 줄도 아까운 줄도 모른다고 말이다

물론 우리와 세대가 다르다. 이들은 보편적 인권으로서 교육과 복지를 경험한 세대이고, 그야말로 풍요의 시대에 자란 이들이다

학교에 넘치는 학용품은 처음에는 그것이 없어서 겪는 어려움이 없게 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부족함이 없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지나친다면 얻는 것 못잖게 잃는 것도 적지 않다 싶다

아이들이 제 것만 아는 것도 문제지만 때로 부족한 속에서 나누고 아끼는 것도 또한 훌륭한 공부가 아니겠는지

여기서 또 균형을 말하게 된다. 또한, 풍족한 시대라고 해서 거기에 애씀이 깃들지 않은 물건이 어딨겠는지.

우리가 자주 하는 말들이 있다, “이거 버려. 얼마 안 해.”

그렇다, 쉽게 싼 가격에, 그것도 예쁜 상품들을 구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하지만, 낡은 물건을 그래도 더 써야 하는 것은 그것이 쓰레기를 덜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풍족한 이 시대에 그걸 버리더라도 누가 가져다 쓸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그건 내 손을 떠나는 순간 대체로 쓰레기가 되니까

그 쓰레기를 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니 더 써야 한다!

더하여, 물건에도 예()가 있다. 그 쓰임이 다할 때까지 써야 하는. 그건 결국 환경문제에 손 하나 더는 일 아니겠는지

학교의 물질적 풍요가 때로 환경문제에 대해 민감함을 떨어뜨리게 하는 건 아닌지

쓰레기 분리수거, 그것만큼은 잘한다고? 쓸 거 다 쓰고서? 마구 쓰고서?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오늘 서울에서 KDI(한국교육개발원)가 개최한 인구구조변화와 교육재정의 개혁토론회가 있었다.

교육재정(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이하 교부금)에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것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학생 1인당 이 비합리적으로 늘어나는 현행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교부금 사용이 초중등 교육재정으로 제한돼 거기 과대 투자되는 경향(세계 최고 수준)이 있는 반면

고등교육 지출은 하위권이라고.

교부금은 국가가 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지방에 지원하는 것으로 시·도교육청 재원의 약 70%를 차지하고,

그 재원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육아교육지원특별회계 전출 제외)로 마련한다.

1인당 교부금 산출방식은 전년도 교부금에서 당해연도 GDP에 성장률을 곱해 산출.

그러니까 GDP가 증가하면 교부금도 늘어난다.

그런데 학령인구(617)는 줄고 있으니 교육비는 늘 수밖에.

2012년에 540만원이었던 1인당 교부금은 8년 사이 2배로 증가.

2020년 학령인구가 546만명, 206032만으로 44.7% 감소하는 데 반해

20201인당 교부금이 1천만원, 2060년 약 5.5배인 5440만원으로 늘어날 전망.

이렇게 증가하는데 교육재정의 성과는 미흡해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인당 평균 교육교부금이 2012년 540만원에2020년 1천만원으로 연평균 8.1%(경상) 늘었는데도

··고 모든 학교급에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증가했다"

 

하여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교부금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교육부에서는 학교·학급·교원 수가 늘고 있고 교육 투자 소요도 많아 줄이면 안 된다고.

정말 그럴까?

"학급당·교원 1인당 학생 수가 2013년 대비 2021년 감소한 것은 학령인구의 자연 감소에 기인하고

학급과 교원 수를 더 늘리지 않아도 2030년 이전에 주요 20개국(G20) 상위 기준보다 개선된다"KDI의 반론.

 

최근(지난해) 한국판 뉴딜의 일부인 그린스마트스쿨 사업으로 학교환경개선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결국은 교실 재건축 사업을 하고 있다고.

미래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그래서? 그래서! 초중등교육비에 학령인구 감소를 반영해서 줄이고

(그렇다고 해도 초중등교육비에 대한 교부금 비율이 주는 것도 아니니)

그 비용을 고등교육으로 보내면 대학의 질을 높일 수 있지 않겠는지.(대학 수는 줄이고, 대학 질을 높이고!)

결국 입시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지.

없는 돈 억지로 투자하자는 게 아니라,

세금을 걷어 교육부에서 지방재정으로 보내고 단위학교로 보내는 1인당 교육비가 어마하게 늘고 있지만 

어찌 써야 할 지 모르고 그린스마트스쿨 같은 사업이나 하니

이걸 합리적으로 구조조정해서 고등교육에 투자하자 그런 이야기.

옳소!

이럴 때마다 그거 물꼬에 나눠주면 우리 참 잘 쓸 수 있을 터인데, 라고 말한다지.

사람이 쓰지 않으면 금세 무너지고 말 폐교를 심지어 학교라는 원기능을 살려 쓰고 있는데,

관리비를 줘도 시원찮을 판에 외려 우리한테 임대업을 하는 교육부라니.

그래서 물꼬가 꼭 20년을 쓰고 도교육청과 협상테이블을 만들어 임대료를 줄일 수는 있었으나

그마저도 다른 길을 모색하려는 게 내년 학년도의 큰 계획 하나. 생각하고 있는 방법은 아직 공개 못함:)

 

169계자를 끝낸 뒤 품앗이샘들이 평가글을 보내오는 시기.

마지막으로 근영샘의 글월이 닿았다.

같이 땀을 흘리면서 뜨겁게 움직이는 경험이 너무 값지고 소중하다며 살아있다 느끼게 한다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너무 행복해서 교사로서의 목적의식도 단단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기도 하다는.

그는 물꼬에 오는 이유를 사람들 때문인 것 같단다. ‘너무 좋은, 선한 사람들이 모여서 선한 일을 하는 곳이기에

학교에 친한 친구들에게 물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도대체 어떤 정신교육을 받고 온 것이냐(?)는 반응들을 보입니다

물꼬에 환경, 활동 방식 등에 대해 설명하면 이야기를 듣기만 한 사람들은 물꼬라는 장소를 매번 방문할 정도로 좋은 곳이라고 

인식하기 힘들 겁니다. 도대체 왜 갔다오면 몸살을 앓으면서 매 방학때마다 물꼬에 가고싶다고 하냐는 친구들에게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공감하지 못합니다.

'장소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정한 '공간'에 개인의 기억이나 경험, 감정을 부여하게 된 것이 '장소'이며, '장소'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장소감'이라고 합니다. 물꼬에 대한 저의 장소감은 '그리움'인 것 같아요. 계자에 세 번밖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아직 초짜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햇수로는 4년째더라고요. 대학교 1학년에 처음 방문한 이후로 방학 때마다 물꼬가 

그리웠습니다. 어린 시절에 왔던 것도 아닌데, 고향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계자를 하는 동안에는 바깥 사회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온전히 하루하루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네요. 그러면서 마음을 온전히 쓰게 된 장소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물꼬 생각하면 괜히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하고, 물꼬에서 나올 때면 항상 눈물부터 납니다. 그만큼 저에게 진한 장소감을 

주는 곳입니다.’

내 학생이고 벗이고 동지고 동료였던,

그리고 때로 내게 선생이었던 샘들로 물꼬가 또 한 시절을 잘 살아낸.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참, 계자를 마치자마자 진즉에 보낸 하다샘의 평가글도 있었네.

아이들과 샘들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는 꼼꼼하고 따뜻한 글이었다. 

"성실, 그리고 애정, 모다 고맙습니다."

다시 이런 시간이 올까 싶을 만치 온 힘을 쏟아주었음을 안다.

그로 얼마나 든든했던지, 어찌나 수월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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