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집 앞 생강나무 꽃 몽오리...

겁이 더럭 났다. 봄은 늘 그렇게 달겨들듯 덮쳐온다. 하기야 어느 계절이라고 다를까만.

설레임보다 앞서 무섬증이라니.

한해가 또 그렇게 종종거리다 다 가버릴 거라는.

쌓여있는 일들이 짓누르듯 한다.

한 발씩, 모든 일은 그렇게 가는 것이니, 그저 한 발씩!


제도학교 지원수업 ‘예술명상’ 여는 날. 게다 어른들까지.

초등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중등 5교시부터 7교시까지, 그리고 저녁 4시간의 어른모임.

두 학교의 전교생을 모두 만난다.

초등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5학년부터 6학년까지,

두 패가 돌아가면서 한 주씩 하고

중등은 5교시 1학년, 6교시 2학년, 7교시 3학년.

아, 아이들 속으로 간다!


'예술명상', 예술을 통한 명상이라고 풀 수 있을 테지.

무언가에 집중하면 명상일 것.

몸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운동을 하듯 마음의 근육을 붙이기 위한 수행.

물꼬에서는 춤명상 그림명상 걷기명상 소리명상 차명상들이 있다.

한 중학교의 교장선생님께서 그걸 몽땅 뭉뚱그려 ‘예술명상’이라 이름 붙여주셨다.

귀한 수업이라고 발견해주시고, 이름까지 주신.

봄학기는 춤명상과 그림명상, 더하여 약간의 소리명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야말로 ‘쉬는’ 시간이고,

아름답고 따뜻하고 정성스럽고 자유로운 시간이다.

그리하여 행복한.

행복도 습관이라던가.

이 시간의 경험이 그렇게 되리.


'춤명상'은 다른 이의 안무도 있고, 그 안무를 아이들에게 맞춰 변형한 것도 있으며,

직접한 안무도 있다.

명상춤이라 하지 않는 것은 춤인데 명상춤이라는 말이기 보다

명상인데 춤을 쓴다 라는 의미.

흔히 춤의 종류 가운데 명상춤인 것이라면

물꼬에서는 여러 명상들 가운데 춤명상인.

24절기를 따라 추기도 할 것이고,

때로 나무라든지 바위라든지 자연물과 하나 되어 추기도 한다.

오늘은 경칩춤과 느릅나무춤을 추었다.


익어진 물건들이 손 뻗으면 닿을 곳인 물꼬를 떠나

넘의 집에 가서 하는 수업이 만만찮을 수도 있을.

물꼬의 명상엔 그 명상을 돕기 위한 소품들이 동행한다.

향도 있고 꽃도 있고...

그걸 다 싸 짊어지고 가니 짐도 많은.

미리 알려놓은 것들을 그 쪽 학교에서 준비하기도 하지만.

손에 익은 물건이 아니어 작은 불편이 일어나기도.

또, 물꼬에서는 흐름이 긴 데 반해

제도학교는 교시의 흐름이 있으니 한 차시만 할 경우 매우 짧은 시간.

오늘은 시간에 좀 쫓겼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늘 그리 많이 하고픈 욕심이 인다.


낯선 곳은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다. 교문을 나서자 고단이 좀 몰려오기도.

나눔 시간, 대개 즐거웠고 기대된다고들 하였으나

앞으로 보낼 시간이 깜깜하다는 삐딱한 평가도 있었다.

“가지 않은 내일을 어찌 알아! 한번 가 봅시다.”

아이들은 어떤 마음들이 들까, 설렌다(결국은 물꼬 수업을 사랑하는 아이들이었다).

지루할 수도 있을 시간을 재밌어 하는 아이들이 많아 다행하고 고마웠다.

아이들과 이 봄날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 기뻤다!

아무렴 아이들과 하는 일이 정토, 극락, 천국 아닐 일이 있을까만.



세월호가 인양되었다는 소식을 한 품앗이샘이 전해왔다,

제때 언론을 챙겨보지 못하는 이곳 삶을 아니.

가슴이 먹먹하고 막막하다 했다.

‘누구보다 제 스스로가 다른 이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했고,

‘어줍잖은 위로 같은 것 말고

존재로서 이해하고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했다.

그대의 존재가 내게 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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