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2. 6.달날. 맑음

조회 수 795 추천 수 0 2017.02.16 10:56:20


다시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하는 기온.

이번 주가 아마도 겨울 막바지 추위이지 않을까 싶은,

우수가 머잖으니.


영월 곰봉 아래로 가는 길은 멀다. 퍽 멀다.

이번에는 그곳 토굴의 주인장한테 문제가 좀 생긴.

벌써 세 차례 무산되었다.

전화가 닿지 않는 곳이라 누리집에도 이미 그리 알렸다.

하지만 이른 아침 출발 직전 온 문자로,

이번에는 폭설에 길이 끊어져도 기어서 가리라 비장하더니,

결국 대해리를 나서지 못했다.

가마솥방 상 하나엔 짊어지고 갈 먹을거리들로 한가득이었는데,

여기서 띄운 청국장에서부터 간장이며 양념들까지 쌀이며 곡식이며 화장지며

거기서 요긴하고 아쉬울 물건들까지 뎅그라니 남았다.

“영월이 좋은가 봐!”

누가 그랬다. 정말 그래서 가기가 어려운가 보다.


덕분에 한 출판사와 원고검토가 있었다.

지난번 수시 원서 접수 무렵 쓰기 시작하고 손을 놓고 있던 글들이었다.

2017학년도에 하기로 한 일의 목록에 교육서 출간도 있다.

원고 일부다.

흐름이 끊어졌으나 다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이 하나 키워온 이야기, 별반 한 것도 없지만

어쨌든 그 아이 컸고, 나는 엄마였다.

그 시간들에 대한 정리: "Do루 Do루 HADA; 두루두루 '하다'"


물꼬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활동확인서를 잘 챙기지 않는다.

그런 것 없이도 기꺼이 오는 걸음들.

하지만 해두면 쓰일 데가 있잖나, 신청들 하라고 하라고 하라고 한다.

근데 정작 필요한 이가 빠뜨리는 경우가 있다.

오늘 새끼일꾼 하나가 학교에 제출을 해야 했던 모양.

지나간 일정은 이편에서는 수정이 어려워 어제 담당기관에 연락을 취했는데,

오늘 해결.

샘들아, 제 때 잘 신청하기로!

나중에 장학금 신청이며에도 필요할 때가 있더라.

그제야 부랴부랴 부탁하지 말고 미리 챙겨두시게들.


깊은 산 홀로 들어가 사는 이가 도시로 나와 전화를 해왔다.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아는 법.

한 마디 하면 그거구나 한다.

산에서 살아내는 일의 고단함...

전기도 없던 그곳에 태양광으로 세탁기도 놓고 냉장고도 들였는데,

사람들이 와서 실망한다지.

정말 오지처럼 불도 없어야 한다며.

“그거 너무 이기적이지 않습니까, 옥샘?”

맞다. 이기다.

“그렇다니까요. 나는 거기 가서 못 살지만 당신은 계속 살아줘, 그런.”

그런데 누구를 위해서 사는 삶이 아니다.

귓등으로 듣자 한다.

사실 나야 “그래 기꺼이 살지, 살아주지!”, 기쁨이니.

다 나 좋자고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게 너까지 좋으니 하는 일!


솟대!

학교 마당 소나무 곁 소도 가운데 있는 대나무의 머리엔 새 한 마리 있었다.

그런데 지난여름 계자 때 우리 한결이가 그만 망가뜨렸네.

썩어 있던 나무가 마침 그 아이 손댔을 때 떨어져 내렸을 것.

언제 하나 만들어야지, 그렇게 가을 가고 겨울 와버렸다.

언 땅이 녹아야 나무를 빼내고 달지, 그래놓고 있었던 걸

한밤 문득 그 일 해야지 하고 가마솥방에 신문을 깔아놓고

학교 뒤란들을 돌며 적절한 나무들을 찾아다녔다.

차칙이며를 만들어볼까 하고 살구나무 부러진 가지들을 가져다 놓았던 거며,

제법 굵은 가지를 쳐냈던 나무 흔적들을 끌고 들어왔네.

톱질하고 모양내고 구멍도 뚫고 못질도 하고.

얼어 아직 대나무를 뽑아낼 수 있을지 모르나

낼 오후 짬에 해보고 안 되면 따순 날을 기다려 꽂아야지.


밤 이웃마을에서 막걸리와 봄동을 들고 벗이 왔다.

늦도록 차를 달여 내고,

솟대 만드는 일에 손도 보태고 떠났네.

거칠어도 산 삶이 좋은 깊은 겨울밤이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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