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3.쇠날. 흐려지는 저녁, 눈

조회 수 1128 추천 수 0 2012.02.17 04:43:11

 

 

마을에서 농협간담회가 있는 오전입니다.

한동안 집을 비울 거라 단도리를 하느라고

소사아저씨가 모임에 대신 갑니다.

거나해져 1시께 돌아오셨지요.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를 점프합니다.

한 대의 배터리로는 어림도 없었네요.

비상용 또 한 개를 꺼내

2대의 배터리를 이용합니다.

그러고도 40여 분이나 구동.

고속도로에서도 비상등을 켜고 선 차들이 줄을 잇고

길 한 가운데서 멈춘 차까지 있었지요.

모진 날씨가 그리 여러 날이었던가요.

 

덕소행.

“이런 거 다 있어요. 갖고 가실 필요 없어요.”

몇 가지 목욕용품이며 챙기는 곁에서

성빈이가 손을 가로막으며 얼른 말합니다.

저네 집에 다 있단 말이지요.

 

우리들 대해리를 나선 뒤에야 택배 도착했다는 전갈이 있었습니다,

눈으로 오지 못하고 묶여있다.

선정샘네서 산골서 보기 귀한 것들, 아이들 좋아하는 냉동식품들 챙겨

진즉에 보낸 것이었지요.

성빈이 있을 적 먹이지 못해 안타까웠네요.

 

덕소 성빈이네엔 인교샘이 건너와 있었습니다,

건호 윤호도 함께.

‘이 많은 음식을 종일 했겠구나...’

거의 목욕탕 수준의 샤워를 하고

잔치상 앞에서 우리는 푸지게 먹었더랍니다.

선정샘의 솜씨야 일찍이 계자를 통해서도 알았지만,

퍽도 맛났지요.

근데 애쓰는 시간 길어도 먹기는 어찌 그리 금세인지.

 

덕소엔 일한샘도 삽니다.

대학 때 물꼬의 품앗이였던 그이,

혼례를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 드디어 여덟 살이 되어 이곳에 온 겨울 계자였습니다; 혜준이.

밖에서 만나 차를 마셨지요.

창가로 눈이 굵게 내리고 있었더랍니다.

아, 세월이 고마웠습니다.

 

류옥하다와 성빈이 여섯 살 차이,

그리고 성빈이와 세현이 또한 그 나이 차입니다.

셋이서 우르르 몰려다니며 아파트를 휘젓고 있습니다.

한 집에 아이 셋 정도는 키워야겠다, 그런 생각 들데요.

좋은 형제들도 자라길.

 

선정샘과 3시 넘도록 이야기.

우리의 차이도 있었을 테고

한편 공유점들도 있었을 테지요.

분명한 건 우리가 서로를 존중한다는 것,

그리고 연대한다는 것.

(좋아한다, 라고 말하는 걸 서로 쑥스러워하는? 하하)

오래 그리 만날 겝니다.

고마운 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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