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쓰레기들을 줍고 대빗자루로 낙엽들을 긁어냈다.

가으내 날렸던 그네는 구석으로 내몰리는 삶처럼 가장자리로 몰려 있었다.

낙엽을 태우는 일은 마치 49재 지낸 영가의 옷을 태우는 것 같고는 하다.

모든 목숨붙이들, 매인 것으로부터 그리 훨훨 자유로우시라.


비 한 방울씩 떨어지는 저녁,

수능을 끝낸 아이들 몇에게 글월을 띄우다.

시험이 많이 어려웠다더만.

생각한 만큼 결과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으리.

하지만 열심히 한, 몸에 붙여진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대 삶에 힘이 될 것을 믿는다는.

그리고 세월호를 생각했네.

세월호에 타지 않아 살아남았던 우리들.

그래서 그 몫까지 살아내야, 아울러 그 억울함을 풀어야.

청계에서 우리는 또 그 문제를 다루리.


읍내 한 어르신이 직접 만든 손두부와 두어 가지 찬을 나누어주셨다.

올 겨울만도 두 차례나 보내주신 것.

어른의 품을 늘 가르쳐주시는 당신이다.

그 마음이 당신의 그 고운 얼굴을 만드셨다.

누구라도 그 환한 미소 앞에 마음이 누그러질.

가진 것이 많다고 되는 일이던가.

댁을 드나드는 이들은 그 댁에서 물건을 사고도 고맙다 하고 나온단다.

고맙다, 가까이 그런 어른(들) 계셔 보고 배우나니.


지난 7월 오랫동안 고민해오던 학교 관련 문제를 들고 충북도교육감과 만나고

좋은 답변을 들고 왔다.

하지만 교육지원청 실무진으로서는 부담되는 일거리.

충북도에서 아직 그 사례가 없기 때문.

“뭐나 처음이 어려워요.”

오랜 을이었던 물꼬는 20여 년을 이 학교에 살았던 그 힘으로

어떻게든 해결해보시라 갑처럼 굴 수 있게도 되었더라.

몇 주 씨름을 하다 드디어 마지막 관문 앞에 있었다.

오늘 전화 왔네, 지원청 윗분들이 최종 논의 중이라는.

그러니까, 기다리시면 되겠다는 긍정적 답변이었던.

방법들을 찾아내셨나 보다.


다음 주엔 영어 특강을 하기로.

물꼬 형편이 되는 시간으로 하루 한 차례씩 한주만.

인근 40대들 몇 같이 비행기 타고 여행을 간다고.

생존영어, 혹은 영어문화권 이야기를 나눌.

다음 주는 이번학기 바깥수업 마지막 한 시간만 남았으니 부담도 없는.

유쾌할 시간이겄다.

수업료는 거둔 농산물. 재밌다.


‘미안해’와 ‘잘못했어’에 대한 짧은 생각.

흔히 ‘미안해’에는 ‘잘못했으니’라는 말이 담겼다고 여기는.

그렇기도.

하지만 때로 그냥 숙이는 자세에서 나오는 말일 수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를 때도 미안하다는 말은 할 수 있는.

정말 사과가 되려면 내가 잘 못한 걸 내가 안다는 걸 충분히 전해야.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이 ‘미안해’보다 ‘내가 잘못했어’일지도.

그 다음 비로소 ‘그래서 미안해’로 이어져야 하는.

우리는 본의 아니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는 한다.

“의도는 아니었어. 미안해.”

사실 많은 경우 그것은 사과를 가장한 자기변명에 불과하기 쉽다.

누군가 말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삶을 절실하게 이해하는 만큼 자신의 삶 또한 엄정한 눈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

연민도 자신에 대한 혹독한 고통과 함께 할 때라야 비로소 진짜가 된다.

자기변명 뒤에 숨었던 내 ‘사과’들을 생각하였네.

“그때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나 역시 그 말을 또한 기다리나니.

어디 이 나라 탄핵 앞의 대통령에게만이겠는가.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물론 그 모든 것은 ‘진심’ 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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