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인 간밤이더니 이 밤 새벽 2시 영하 2도.
그들은 단단하다.
향기로우나 손대기 쉽지 않다.
울퉁불퉁하긴 하지만 한편 매끄럽다.
작년에는 서현샘이 손을 더해 한 바구니 모과를 썰었다.
나박김치에 들어가는 무처럼 썰었더니
주전자에 한 번에 넣고 끓이기는 좋았으나
컵에 넣고 우려내기는 모양새로도 별로.
장순샘네에서 온 모과로 올해는 채를 썰어 차를 담갔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견고하더라.
이들은 단단하다.
풋풋한 내 머금었으나 이 역시 손을 대기 쉽지 않다.
올해도 예닐곱 덩어리 들였고,
부엌장 위에 올려둔 것들 가운데 하나를 내렸다.
미끈하나 껍질째 쓰는 것이 아니어 벗겨낸다.
나머지들도 대보름 전에 다 먹게 될 것이다.
그게 신기한 게, 어르신들이 대보름 지나면 맛없다더니 정말 그러하기.
큰 솥단지에 끓여낸다 해도 반 덩이로 족하겠어 절반은 냉장고에 넣어둔다.
늙은호박죽을 끓이는 중.
마침 묵은 팥녹두도 있고, 남은 찹쌀가루도 있고.
여러 끼니에서 전채로도 잘 먹을 테고, 아침 밥상으로도 오를 수 있을.
이들은 견고한 처음이었고, 무른 끝이었더라.
대학 합격 소식을 듣고 홀가분해진 아이랑
마을 어르신 부부 입원해있는 병실에 문안도 가고,
눈이라도 내린 날이면 발이 묶인 아이를
건사해주거나 살펴주던 읍내 어르신들 몇 분 인사도 넣다.
같이 다니며 그간 못다 한 얘기들을 몇 마장이나 풀어낸.
어린 날 한 때 정치가가 되겠다고도 하던 아이는
어느새 정치혐오자에 가까워져 있었다.
김천을 봐라,
그토록 보수적인 지역에서 사드배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치의식이 성숙하더라,
정치의식 성장 중요하다,
정치로부터 결코 우리는 무관하지 않다,
내가 나서서 못하더라도
진실을 알고 움직이는 이들을 위해 지원해줄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이야기들 꺼내며 다시 의기투합하는 모자였네.
날 몹시 추웠고 잠깐의 나들이에 목도리와 팔토시를 하며
그것을 장만해주고 떠난 벗을 생각했다...
사람은 가도 옛날은 그렇게 남는다.
나고 죽는 일, 만나고 헤어지는 일, 일찍이 허망함을 노래들 했고,
남은 이는 남은 대로 또 살아가는.
계신 곳도 그리움이 꽃잎처럼 날리는 곳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