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날 땔감을 마련하고 있다.

나무는 여러 모습으로 해체된다.

톱밥이 쌓이고 작은 조각들이 떨어지고

손으로 분지른 잔가지,

굵기대로 나뉘어져 쪼개진 장작.

여럿 그대로 있는 통나무들을 끌어다

‘새벽의 동그라미’라 일컫던 명상자리를 살려보다.

고래방 앞 운동장 쪽으로 툭툭 하나씩 둥글게 놓은.

좀 다듬어야겠지만 서로 엉덩이 붙이고 잠시 따스하게 도란거릴 수 있을.


벗의 조심스러운 전화를 받다.

누구에게라도 먼저 전화란 걸 안 하는 그런 친구,

아이 소식을 물어오다.

아, 수능이 큰일이긴 하구나,

수시 합격 소식에 얼마라 좋아라 해주는지.

기쁨을 진심으로 나누는 이야말로 친구라던가.

“금룡샘한테는 문자 드렸어요?”

아차차, 자주 들어오셔서 두루 물꼬를 살펴주시는데.

“제게 번호 있어요. 제가 연락드릴게요.”

아이가 소식 전했고, 그 편에 물꼬 달력 만들자고 답이 왔단다.

늘 이리저리 물꼬 형편과 살림을 둘러봐주시는.

물꼬 노래집 <메아리>도 그렇게 만들어졌고,

여러 해 계자마다 글집을 엮어주시고,

6월 시잔치에 필요한 출력물들이며도 역시 거기서 챙겨주셨던.

그런데, 그런 도움을 이리 쉽게 쓰면 안 되지.

정말 더 요긴할 때 써야지 한다.

“고맙습니다!”


30년 유기농장 광평에 건너갔다 오다,

여러 해 물꼬의 김장 배추를 길러주시는.

아이가 학교를 안 다니고 있던 9학년까지의 시간 중

열두어 살 때 세 학기를 그 댁에서 주마다 하루 건너가 머슴살이랍시고 했다.

말이 일을 거드는 거지, 아이 봐주신 것.

특수교육을 공부하던 때여서 물꼬 일에 더 바쁜 날들이었다.

그야말로 친정에 아이 맡기듯 거기 부려놓으면 ‘잊었버렸’다.

식사 준비도 거들고 설거지도 하고, 심부름도 하고 ,

굴삭기도 ss(농사용 소형 트럭)도 몰고,

저녁이면 어르신들 팔다리도 주물러드리고.

그랬다 해도 아이 하나 있는 게 얼마나 마음 쓰였을 일일지.

이만큼 크는 데 큰 힘주셔서 고맙다, 인사드린.

근데 늘 친정 다녀오듯

아이 손에 들려준 용돈에, 과일즙이며 밑반찬에 주전부리에 잼이며들을 잔뜩 실어주신.

우린 겨우 작은 유리병에 모과차와 유자차 조금 나눠드렸을 뿐.

두 분 건강이 올해는 수월치 않았고, 그래서 농사도 많이 줄이신 해였다.

건강하시옵기!


영동에도 영화관이 생겼다.

여러 달 되었는데 갈 일 쉽지 않던.

해날 밤 가보았더라.

누가 올라치면 그 결에 같이 가도 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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