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몸에서 독을 다 빼는 시간이 되고 있다 하였으니.


햇살 퍼져서야 아이들을 깨웠다.

‘싹’ 일어나기,

우리들이 그렇게 구들을 빠져나왔듯

날마다의 삶 속에서도, 절망 앞에서도 그렇게 일어나기로.

따숩게 잘 잔 아침이었다.


'해건지기'.

나부터 잘 살기, 나로부터 평화 만들기, 나로부터 일어나 투쟁하기,

내 삶을 온전하게 가꾸어 좋은 세상 만들기,

이 아침은 오직 자신의 삶을 걸고 기도하기로.

몸을 풀고, 대배 백배를 하고, 호흡명상하고,

어떤 생각들이 나를 스쳤는가 나누었다.


‘환조(丸彫; 덩어리새김)’- 한 덩어리의 재료에다 물체의 모양 전부를 조각해 내는.

‘선조(線彫; 선새김)’로 시작했던 우리들의 시간은

‘부조(浮彫; relief; 돋을새김)’ 거쳐 환조에 이르렀다.

이 아이들에게 놀라운 것은 그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살핌이었다,

친하든 그렇지 않든, 어리든 선배이든.

물꼬에 오래 걸음하는 아이들이 대개 그렇더라.

자신이 온전하게 받아들여진 느낌,

그리고 타인을 받아들인 느낌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인간적 충만감,

그 속에 같이 느꺼웠다.

늘 불편한 이 공간을 샘들 손으로 메우듯

그걸 또 이 아이들이 채웠던 시간이었다.

"샘은 어떻게 늘 그렇게 당당하실 수 있으세요?"

당당함, 어디 늘 그렇겠냐만, 물꼬에서 길러진 힘이다,

일하고 청소하고 수행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정성스럽게 살기,

그런 일상이 나를 단련시켜주더라.

세월호를 타지 않아 살아남았던 우리들,

거기 빚진 것을 우리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도 나누다.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

그리하여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그리고,

미국의 한 저술가가 세계 역사를 바꾼 스물일곱 권의 책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헬리 데이빗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을 같이 읽기로 한다.

무관심에 방치 되어 있다 톨스토이가 발견하고

간디에게, 영국의 노동운동가들에게, 나치 아래 레지스탕스들에게, 마틴 루터 킹에게 용기를 준 글은

이제 우리를 밀어 주리.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

우리 아이들이 만드는 세상은 분명 보다 나을지니.


그나저나 꼭 하나씩 빼먹는 게 있는 이번 청계일세.

“양파도 다져 넣고 싶었는데, 머리 안에서 넣어서 드시기로!”

그렇게 어제 낮밥을 시작하더니

저녁에는 시래기국에 들깨가루를 빼먹고,

오늘 아침은 떡국에 깨소금 솔솔 가운데 뿌려주고 싶었는데...

그예 점심 도시락은 시간에 쫒겨 빵을 한 덩어리씩 밖에 넣어주지 못한.

좀 더뎌지고, 잊고, 나이가 그렇게 들더라.

산골 할머니라 늘 말해왔는데, 이제 정말 그리 되었네.

그만큼 우리 아이들은 또 자랐을 것이라.


"야아, 니네들 물꼬 애들 맞다!"

버스시간에 좀 좇겼는데, 둘러앉아 '마친보람'까지 여유 있게 다 하고,

후두둑 갈무리글 쓰고,

도시락까지 다 챙겨

먼저 끝낸 이가 버스를 잡으러 뛰어가고

외려 버스 오기 전 사진까지 한 방.

훌륭들 하다.

일로 단련된 우리 아이들,

그래서 보다 건강한 우리 아이들일세.

다시 삶터로 돌아가 또 열심히 살아낼 것이라; 서울 경기 천안 영동 전주 광주 마산 부산 제주.

각자 잘 사는 게 서로를 돕고, 세상을 또한 건강하게 만들지니.

이들로 나는 산골 삶을 또한 견디리니(어디 좋은 것만 있겠는가. 때로 '견딘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내 벗이고 동지이고 동료이고, 아들딸이고 제자이고 스승인 그대들이여!


올 겨울 초등계자에 아이들이 얼마 되지 않은데

샘들이 넉넉하게 짜여져 있어 새끼일꾼 자리는 한둘로만 놓았다.

헌데 청계를 참여한 아이들 가운데 새끼일꾼 신청이 줄줄이.

빈 초등 아이들 자리를 저들이 메워가자는데,

우리 모여서 하는 연수 같애도 좋으리.

음, 밥하기는 좀 힘들겄지. 밥바라지 따로 없을 계자인데.


얼마동안 다른 나라의 한 공동체 가서 한 달을 지내다 오려는 이를 돕고 있었다.

가기 전 마지막으로 와서 그간 한 어학공부도 정리하고,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 점검도 하고,

끼고 갈 책도 챙기고.

그리고, 3년 제도학교 공부 만에 수시에 합격한 아이에 대한 전화 인터뷰가 길게 있었다.

아이가 저는 않고 어미한테 공(ball)을 넘겼던 까닭에.

누군들 흥밋거리로 전락하게 싶겠는가,

그저 우리 목적이 하나 있었던.

교육서 하나 준비하고 있다; [<너는 네 삶을 살아, 나는 내 삶을 살게>(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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