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27.해날. 흐림

조회 수 803 추천 수 0 2016.12.13 17:08:04


교류하는 보육원에 지난해부터 영아방이 생겼다.

정서장애로 특화된 보육원.

물꼬가 몇 아이들의 치료를 돕기도 하는.

위탁교육도 여러 차례 있었던.

몇 해 사이 초등생들이 준 대신 영아들이 늘었다.

몇으로 시작했는데, 올 겨울 스물 셋.

대개 베이비박스(이 낱말의 어감을 어찌 다 표현할까...)에서 온.

아프다, 슬프다, 무어라 다 못할 말들.

이래서 어른들이 또 잘 살아야지 하는.

하지만 개인의 일로만 넘길 게 아니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 이 사회가 같이 거둘 수 있기를.

기관이다 보니 회계 말이 12월이고 행사 또한 많아

1월에야 방문하겠다.

겨울 계자에도 아이들 몇 또 건너오리라 하는데,

아이들 개별 사정들이 참...

법원에 갈 일도 있고, 정신병동에도 가 있고, 학교 측에서 거부하고, ...

이런 소식 건너오면 궁하고 작고 낡으나 물꼬가 참 편히 산다는 생각.

물꼬는 또 물꼬대로 그 아이들을 위해 할 일을 찾아내야 할.


어제그제 김장을 했다.

이 난리통에도 삶은 계속 되나니.

일의 끝은 정리라.

바깥수돗가 노란 천막 안 쓰인 통들도 정리하고,

고래방 앞에 남겼던 배추들도 들이고.

그리고 쉬고.


어제는 촛불시위에 전국 190만, 광화문에 150만이 모였더란다.

10월 중순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꾸린 ‘퇴진행동’을 중심으로

10월 29일부터 주마다 흙날 광화문을 밝혀왔다.

사람들은 무슨 단체가 아니라도 개별로도 갔다,

아이도, 노인도, 정치적으로 좌파가 아니어도.

그 많은 사람들이 폭력 없이 행진을 끝냈다.

축제이더라 한다. 노벨평화상을 들먹일 만한.

(이 변방에서도 나무날마다 촛불을 밝히고 있다.)

가까이에서도 내가 안 가면 시위가 작아질까 기차를 타고들 갔다.

정치적 성과를 누가 얻는 것으로 보이든 분명 국민의 덕!

‘그들’이 정말 나쁜 것은 우리 아이들을, 평범한 우리들을 깊이 무기력하게 만든 것.

촛불 민중 가운데는 학생단체 중고생연대도 있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잊혀져 가던 세월호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어떤 것보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다.

그 아이들이 평안히 떠날 수 있을 때까지 싸워낼 것.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516 2012. 5. 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2-05-12 1130
4515 2월 빈들 이튿날, 2009. 2.21.흙날. 눈 내리다 갬 옥영경 2009-03-07 1130
4514 2006.12.11.달날. 맑음 옥영경 2006-12-15 1130
4513 8월 23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5-09-11 1130
4512 2012. 5.16.물날. 맑음 옥영경 2012-05-23 1129
4511 2012. 2. 3.쇠날. 흐려지는 저녁, 눈 옥영경 2012-02-17 1129
4510 가을 몽당계자 갈무리글(2011.10.23) 옥영경 2011-10-31 1129
4509 2011. 2.13.해날. 맑음 옥영경 2011-02-26 1129
4508 2010 겨울, 청소년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1-01-01 1129
4507 140 계자 닷샛날, 2010. 8.12.나무날. 갬 / 산오름 옥영경 2010-08-26 1129
4506 2009. 1.16.쇠날. 맑은 속에 눈발 잠깐 옥영경 2009-01-29 1129
4505 4월 14일 나무날 봄바람이 예전에도 이리 거칠었나요 옥영경 2005-04-19 1129
4504 2011.10.15.흙날. 어제 종일 오던 비 그치고 말짱한 하늘, 그리고 다시 밤늦게까지 또 내리는 비 옥영경 2011-10-21 1128
4503 2009. 6.15.달날. 맑음 옥영경 2009-06-24 1128
4502 2009. 4. 9.나무날. 때 모르고 찾아든 여름 같은 옥영경 2009-04-14 1128
4501 2008.12.10.물날. 맑음 옥영경 2008-12-26 1128
4500 2006.4.13.나무날. 안개비 옥영경 2006-04-15 1128
4499 106 계자 나흘째, 8월 11일 나무날 비 옥영경 2005-09-06 1128
4498 159 계자 여는 날, 2015. 1. 4.해날. 흐리다 햇살 퍼지다 옥영경 2015-01-07 1127
4497 2011.11.26.흙날. 비 오다가다, 그리고 찬 기운 없는 옥영경 2011-12-05 112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