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도 한 살림, 규모가 적어도 계자입니다.

서른 규모, 교사와 아이 1:1, 환상적인 학교이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깊습니다.

물론 그것이 모든 이들의 긴밀함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생김대로 섞이고 얽히고 자연스런 날들이 되고 있단 말이지요.

물꼬의 계자는 이벤트성보다 일상성의 질감이 두텁습니다.

그래서 흔히 계자에 대해 ‘공동체를 이루고 지내면서’라는 말을 하게 되는 거구요.

재밋거리보다 삶의 질감을 나눈다고 표현하면 되려나요.

 

‘백배를 잘 끝냈다. 뺀질거림 지수 0%다. 물꼬에 오면 싫은 것들 중 하나로 느껴졌는데 이제 싫지 않고 그러려니 한다. 더욱 신기한 것은 내 눈이 6시 48분이 되면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는 거다. 좋다.’(해인 형님의 하루 정리글에서)

샘들은 그렇게 서로를 고무시키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움직임이 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안 하는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지요.

누구랄 것 없이 모두 ‘기꺼이 마음을 내게’하는 이번 계자의 샘들입니다.

어른들 수행이 끝난 뒤 아이들이 해건지기를 위해 고래방에 들어섭니다.

해가 떠서 일어나 움직이는 아침이 아니라

내가 해를 건져올려 아침을 시작한다는 의미; 주체적 삶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들어오는 아이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지요.

“괜찮아?”

반석이가 머리가 좀 아프다던 간밤이었습니다.

콧물도 조금 흘리기에 감기 기운인 듯하여

꿀에 한재를 끓여 만들어놓은 엑기스를 섞여 먹였더랬습니다.

괜찮다네요.

고맙습니다.

(한데모임에서였던가요, 이 반석이, 소란스런 두 아이 사이로 옮겨 앉데요.

 형아로서의 몫을 그리 해줍디다.)

여느 날처럼 첫째마당은 몸살리기, 둘째마당은 마음키우기, 그리고 셋째마당,

‘오늘은 하루 일어나서 아이들과 특별한 해건지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해건지기 셋째마당에 다같이 풀뽑기를 한 것인데요, 아이들이 자연을 맞고 느끼는 게 좋았습니다.’(상규샘)

“내 깊은 걱정이 뭐라고?”

“샘들요!”

그렇습니다.

아이들 백 명은 낮은 목소리로도 얼마든지 전달이 되는데,

이눔의 어른들은 다섯만 모아놔도 시끄럽고 말 안듣고... 하하.

침묵하며 풀을 매고자 한 시간이었는데,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샘들 목소리가 더 놓고 샘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더 많이 새어나와

좀 아쉬웠네요.

그래도 잠깐 일하고 밥 먹는 아침, 좋았습니다.

 

오줌싼 이불이 세 개나 나와 있습니다.

그게 뭐 대술까요, 빨면 되지요.

집 떠나 이 불편한 곳에서 지내기가 어른인들 쉽던가요.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다 괜찮습니다.

 

‘손풀기’.

‘아이들의 그림솜씨가 점점 늘어가는 느낌이 들어 신기했다.’(도영 형님)

‘손풀기 시간에 애들 실력이 좋아져서 놀랐다.’(주인형님)

그렇다니까요.

우리가 무언가를 어디에서 배우느냐에 따라 그리 달라진다니까요.

공간, 그거 중요합니다.

배움이 아주 자연스럽고 기껍게 일어나는 곳, 그래서도 물꼬가 참 좋습니다.

‘오늘 손풀기 시간에 굉장히 놀랐다. 손풀기 시간을 소극적으로 보내는 친구들과 자신의 것을 보여주기를 꺼려하는 친구들이 그 하루가 뭐라고 더욱 나아지고 자신의 그림에 대해 자신있어하는 태도가 너무 보기 좋았다.’(해인 형님)

‘반석이 곁에 앉아 잘 그려서 칭찬도 하고 자기도 좋아했는데

여러 번 지웠다 그렸다 반복하며 완성은 못했다...’(주인 형님)

완성이 이 시간의 목적은 아니니...

“진이랑 제제, 잘 그리네.”

“진아랑 제제는 원래 이 정도 그려!.”

주인 형님의 말에 진이가 한 대답이었더랍니다.

 

‘열린교실 2’.

계곡에서 보낸 오전이었습니다.

고기 잡고(‘팔딱팔딱’), 댐쌓고(‘텀벙텀벙’), 배 띄우고(‘출렁출렁’),

잠수하고 물수제비 날리고(퐁당퐁당), 그리고 봉숭아 꽃물도 들이고,

마지막 하나 ‘다 좋다’, 그렇게 여섯 개 교실.

근데 크게 세 덩어리로 정리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교실마다 선이 있다가

어느새 다른 교실을 기웃거리며 전 교실이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지요.

 

텀벙텀벙(댐쌓기):

‘재언샘이 굉장이 즐거워하셨다’(도영 형님)

출렁출렁(배띄우기)이 폐강되면서 합류한 재언샘이 아주 신바람났더랍니다.

아, 퐁당퐁당(잠수와 물수제비)도 폐강.

애들 좋아라고 만든 교실에서 샘들이 더 즐거웠더라나요.

상엽 선재 지훈 반석, 모두 체격 좀 있는 애들이라서 좋았다 합니다.

반석이가 아주 적극적으로 댐을 만들 돌을 찾으면서 아이들을 도왔다지요.

‘반석이의 매력적인 웃음과 또 다른 모습을 발견했다. 전에는 나서지 않던 아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니 기뻤다.’(도영 형님)

‘댐을 쌓는데 일등공신은 반죽이, 반석이었다. 반석이는 눈에 보이는 돌을 가져오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물안경을 끼고 물속에 있는 돌들을 주어왔다. 큰돌, 적당한 돌, 작은 돌 요구하는 것마다 만족할 만한 돌을 가져오고 쉬지 않고 물속에 잠수했다.’(태환샘)

그 모습이 제주도 해녀와 닮아서 ‘해남’이라는 별병도 또 얻었다는.

해남 반석이는 그러다 나령형님 안경도 찾아주었다지요.

상원 선재 윤성이도 어느새 와서 돌을 나르거나 쌓고 있었습니다.

 

팔딱팔딱(고기 잡기); 혜준 건호 진이 제제

뜰채로 아무리 열심히 해봐도 안 잡혀서 다슬기를 잡기 더 바빴다 합니다.

여경,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샘들이 적이 마음 쓰여 하고 있었는데,

진이랑 손발 맞추 고기잡이 아주 열심이었다지요.

‘내가 준비한 강의는 ‘잠수 및 물수제비’였다. 이름도 귀엽다. 퐁당퐁당! 하지만 폐강.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물고기 잡기에 합류해 열린교실을 진행했는데 물고기가 생각보다 많이 잡혀서 좋았고 모두 한 공간에서 굳이 개설된 강의에 구애 받지 않고 다함께 어우러진 것 같아서 좋았다.’(해인 형님)

 

봉숭아 꽃물; 미래 민서 은서 정윤 상원 무량

계곡 밤나무 아래서.

마침 계곡 가는 길 봉숭아도 피어있었고.

밥바라지 성진샘이 백반과 비닐장갑을 챙겨

아이들을 좇아 계곡으로 휴가를 떠나기도 한 시간.

‘봉숭아잎을(꽃이 아니라) 찧어 물들여서 빨간색으로 물든다는 게 신기하였습니다.’(상규샘)

처음엔 자리를 못 잡아서 또 재료가 부족해서 어떠나 했다는데

봉숭아 잎도 그렇게 물이 든다는 걸 알고

다른 교실 아이들도 건너와 다 물들일 수 있었다지요.

봉숭아를 따러 뜨거운 해를 이고 왔던 길을

다시 한참 돌아갈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합니다.

 

열린교실 신청 때 먼저 신청한 무량이, 뒤에 들어오는 윤성이가 영 싫습니다.

윤성이가 좀 괴롭힌 두어 차례 일이 있었더랬지요.

(아, 우리 무량이, 지난 겨울 계자는 건호 때문에 또 속상했는데,

 우리 건호, 내내 입에 올려지던 이름이더니

 이번 계자는 강력아 등장으로 거론도 안 됩니다요.

 그 사이 건호 그리 컸다는 뜻도 될 게고.)

그런데, 이 시간들이 무량이에게 상처가 될 것 같으면 개입하겠는데,

우리 무량이 그런 시간 오히려 단련되겄다 싶어

‘지켜만’ 보기로 합니다.

 

계곡을 누빈 아이들 출출도 해졌겠지요.

샘들이 이미 짐작하고 계곡 가장자리에 불 피워 삶은 감자를 내고 있었습니다.

냄비까지 들고 갔던 길.

그리고 아이들은 돌에 넘어지고 미끄러져, 상처 한두 개쯤은 인사 같은,

다리 절뚝거리기도 하며 돌아왔답니다.

 

아, 그런데 우리들의 디지털사진기가 물에서 오래 멱을 감았더랬네요.

그리고 묵묵부답이 되었습니다.

“재언샘아, 돌리도오오오오.”

다행히 비상용이 있긴 합니다, 낡았으나.

여튼 제 깊은 걱정은 늘 샘들이라니까요.

 

아이들이 계곡에서 푸드득대는 사이,

마을에서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서울 갔어?”

“애들 있는데 어딜 가?”

“그럼, 차 갖고 와! 바구니도!”

수확 중에 상처 난 복숭아 준다고.

그 편에 성한 것도 한 상자를 주십니다.

“두 번은 못 주니까 줄 때 많이 주는 겨.”

“아이고, 내내 밭(당연히 그 댁 밭)에 들어가 있어야겠네.”

고맙습니다.

이런 마음들이 또 계자에 보태지고, 그 마음 아이들에게도 갈지니.

 

‘구들더께’.

계자 중간, 단비 같은 시간이라고들 합니다.

구들장 지고 뒹구는 거지요.

아, 날씨가 지난주처럼 흘렀습니다; 고마운 하늘.

갑자기 거친 바람이 비 몰고 왔지요.

멀리서 우레, 가까이서 번개.

계곡 다녀오고 오후 한갓져 안에서 뒹굴거리는데 말입니다,

우리 구들더께 있는 줄 어이 알고.

이 절묘한 물꼬의 날씨를 어찌 표현할지요.

몇이 이불을 깔고 있기도 하지만

책방에서 가마솥방에서 그리고 모둠방에서 두런두런 겨울밤 같습니다.

샘들도 기타 치는 도영이 곁에서 노래도 하고...

윤성, 주인 형님께 조용히 다가가 나지막히 물었다지요.

“저랑 게임하면 안돼요?”

‘잠결에 뭐라 대답했나 모르겠지만 상냥하고 바르고 진심이었다. 흠, 좀 놀랐다.‘(주인 형님)

 

‘우리가락’.

일채,이채, 삼채 중심의 풍물을 하다가

이번엔 아리샘이 별달거리를 해보기로 합니다.

아이들은 장구를, 샘들은 북을 쥐었지요.

상장구는 옥영경, 쇠는 아리샘이.

그찮아도 전교조 조합원 아이들과 일주일 풍물 캠프를 하고 온 그입니다.

그걸 30여분에 하자니 아이들이 좀 바쁘긴 했을 겝니다.

‘원래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새로운 장단을 배우면서 하니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도영 형님)

윤성이가 잘 안되지만 열심히 따라하고 있었지요.

‘박자가 길고 빨라 옆에 앉아있던 정윤이가 걱정스러웠지만 오히려 잘 해내었다.’(재언샘)

하하, 오늘 완전 우리 반석이의 날이군요.

중연샘은 하루 정리글에서 이리 쓰고 있었습니다.

‘우리가락, 흥미를 가지고 끈기, 의욕 높고, 너무너무 열심히 함. 집중력이 최고’

‘비는 오고 우리는 우리끼리 장구치고... 되게 뭔가 한가로이 느껴졌다.’(해인 형님)

진이는 보고 배우는 것도 빠르고 곧 잘 따라합니다.

아이들은 활동들마다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지요,

우리 안에 우리가 너무 많으니.

상협이도 오늘 그랬습니다.

주인 형님,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궁채 잡는 법을 거의 끝까지 모를 정도.

자존심이 세서인가 내말보다는 자기의 의지와 생각대로 했고,

몸도 불편하고 생각대로 잘 따라주지 않자 폭력적인 모습’이었다 전했습니다.

마음이 바빠 그럴 테지요.

그때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지를 ‘인지’하도록 도울 것.

‘옥샘이 진행해야 참맛인 시간들이 있는데, 이 시간 역시...’라고 아리샘은 쓰고 있었지만

아리샘의 진행은 우리가락에 대한 또 다른 구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그간 20여 분만에 공연까지 하게 하는 신명에 집중한 풍물이었는데,

조금 더 내용에 대해 생각해본 시간.

그리고 장구는 치고 또 치면 재미도, 있고 또 있다는 새삼스러운 생각 들었지요.

오랜만에 두들기고 신났댔습니다요.

장구는 빗소리를 옮긴 겁니다.

어울린 시간이었습니다, 아직 바깥에 비 후두둑거리는 하늘과.

 

‘한데모임’.

재미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설전, 그리고 조율.

윤성이가 진이와 제제의 고양이 소리를 싫어하는 까닭에 대해

지혜 형님이 정보를 주고,

그렇게 우리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오해를 풀고 그런 자리.

그리고 동네 아줌마들 모여 떠는 수다처럼에 이르고,

고백의 자리가 되기도.

아리샘, 번개 번쩍이는데 굳이 교무실 메인컴퓨터 켰다가 망가뜨리고,

도언샘, 카메라 빠트리고...

그리고, 오늘은 아주 반석이의 날입니다.

자꾸 나령 형님을 향해 눈짓을 하길래 뭐냐 물으니

나령샘도 할 말이 있을 거라나요.

계곡에 빠뜨린 나령샘 안경을 반죽(반석이가 보글보글에서 얻은 별명)이가 찾아냈던 것.

옆구리 열심히 찔러 모두의 박수를 받은 우리들의 반죽이 덕에

아주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습지요.

아, 이런 따듯한 자리, 그게 또 한데모임입니다.

‘한데모임 때 윤성이의 태도가 한결 얌전해져 보기 좋다.’(희도샘)

그래요, 윤성이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네요.

‘무엇보다 윤성이가 첫날보다 많이 좋아진 게 눈에 보이기 시작해서 기분이 좋다.’(지혜 형님)

아이언맨을 사랑하는 아이.

사람, 그거 참 안 변합니다.

그런데 한편,사람 그거, 분명히 변합니다.

그러기에 물리적인 시간과 애정은 필수!

 

‘대동놀이’.

하고나서 열이면 열,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역시, 대동놀이!

고래방 바닥이 한 부분 그예 내려앉습니다.

그래도 노는 데야 무엇이 어려울라구요.

‘오늘에서야 비로소 조금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아이들과 교감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아이들과 교감하며 아이들의 순수한 기운이 그대로 나한테 전해졌고 그 감정은 대동놀이 때 발산되었다. 아이들보다 더 신나게 게임에 참여했던 것 같다.’(태환샘)

애들 좋으라고 판 벌여놨더니 샘들이 참말 어깨 덩실거립니다.

그 신명이 아이들의 즐거움을 배가 시켰지요.

보기 좋습니다, 참 좋습니다. 같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대동놀이 때 신나게 한바탕 논 것도 좋았다.’(희도샘)

‘다같이 뛰어놀아서 좋았다’(지혜 형님).

참, 무량이가 어지럽다고 해서 지훈이한테 챙기라 했더니

큰 형님답게 의젓하게 무량이를 데리고 재우러 다녀왔습니다.

설거지도 군말 없이 그리 하는 그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지훈이랑 있으면 유쾌해집니다,

때로 얘기 중 그만 산만해져버리거나 농담이 저기 멀리까지 가기도 하지만.

여경이는 주인형님을 따라 다니고 있습니다.

친구들보다 샘들을 편해합니다.

여경이를 위한 길이 뭘까 여러 샘들이 고민하지요.

지켜봅시다려.

지켜보는 거지요, 위험지대에 있는 것만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이놈의 교사라는 직업은 자꾸 제가 먼저 뭘 하려든단 말이지요.

아이가 홀로 스스로 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주어봅시다.

우리는 샐린저의 소설에서처럼

그저 아이들이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킬 호밀밭의 파수꾼이면 됩니다.

 

‘모둠 하루재기’.

‘오늘은 무엇보다도 윤성이의 변화가 눈에 띄게 돋보여 놀랐다. 어제까지는 변했어도 잘 느껴지지 못했는데, 오늘은 확실히 짜증도 덜 내고, 하루재기도 잘 따라주었다....

오늘은 아이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멋진 하루였다.’(재언샘)

그렇고말구요.

그래서 아이들을 만나는 게 재미난 일이지요.

그들의 놀라운 세계를 보는 즐거움!

선재는 한가지 일 혹은 자신의 계획에 대한 집착이 큽니다.

일기가 그렇습니다.

오늘도 빈방에 혼자 앉아 쓰고 한 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요.

반가워하고 기특해만 할 일이 아닙니다.

저 강박을 또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리고 샘들이 머리 맡에서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며 잠자리로 가는 시간.

엄마가 보고 싶다 우는 상원입니다.

오늘은 선재랑 윤성이까지 합세했네요.

뭐 잘 시간에만 그러니, 자고 나서 놀면 또 잊으니,

다쳐 피를 흘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시간이 흐르면 될 일입니다.

“낼모레 볼 건데...”

“나도 우리 엄마 보고 싶거든.”

“그리 보고파 하는 엄마가 그 마음을 딛고 훌쩍 커서 오라고 보냈어!”

지나며 샘들이 다 한 마디씩 보태지요,

곁에서 아이들도.

참, 무량이가 손으로 이를 닦고 있었습니다.

옷방의 아이들 여벌 옷처럼 가마솥방 곳간에도 아이들을 위해 준비해둔 칫솔 있는데,

하루쯤 안 닦는 게 무슨 대술까요,

내일 자기가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합니다.

 

‘샘들 하루재기’.

윤성이에 대해 이미 고착화된 시선을 가진 건 아닐까 잘 살펴보기로 합니다.

중연샘, 무량이랑 윤성이가 말싸움 할 때

상황에 대해 잘 듣지도 않고 윤성이를 나무라고 있었더라지요,

알고보니 무량이의 잘못이었다는데요.

그런 낙인이 두려워 우리는 때로 아이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는 부모를 봅니다.

그런데, 그건 또 하나의 편견 아닌지.

안경을 꼈다, 혹은 건강상의 그가 가진 어떤 조건처럼

장애라거나 특정 사실도 그 아이가 지닌 특성 하나라는 겁니다.

‘윤성이가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아지는 모습이 많이 보임.

 설득하면 설득이 되고, 친구들에게 사과하는 일도 수월해지고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 것, 함께 놀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크게 작용한 것도 있고

 이곳 생활에 적응해가고 재미도 많이 느끼는 듯.

 아빠에게 하루 만원(물꼬에서 지내는 동안) 돈 받기로 했다고,

 “너를 이렇게 재밌는 곳에 보내주신 부모님께 고맙다고 돈을 드려야는 되는 것 아니냐?”

 그렇다는 반응을 보여준 것은 대단한 변화라고 생각한다.’(아리샘)

 

아리샘, 오전에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더랬습니다

‘계자에서 자기 몸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

이곳에서 일을 도우러 온 사람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

쉬는 동안 일을 나눠서 맡아준 샘들에게 매우 감사 그리고 미안하다.’

샘들은 그렇게 서로의 자리를 메우며 계자를 꾸리고 있습니다.

우린 결코 저 아이들의 에너지를 따를 수가 없으니

서로 돌아가며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니까요.

 

가마솥방에선 우리들의 밥바라지, 성진샘을 도와 희도샘이 힘을 쏟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일어나 100배를 하고 맑은 마음으로 계란을 부쳤다. 점심은 비빔국수로 채소를 썰었고, 저녁은 카레였는데 부침개를 부쳤다.”(희도샘)

고맙습니다.

커다란 밥솥과 국솥을 번쩍번쩍 들 남자손이 가마솥방에선 더 필요하더라니까요.

‘편식하는 친구들 주변 선생님들이 일대일로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희도샘)

밥바라지가 되면 그렇습디다.

그 마음이 아이들을 잘 멕여

여기 오면 밥도 맛나고(뭐 활동량도 많으니), 살도 붙지요.

 

여기 사는 9학년 류옥하다가 오늘 달포 만에 대해리에 왔습니다.

그런데, 내일 다시 가야할 일이 생겼네요.

하다, 그간 계자를 관성으로 해왔던 듯하다며 관찰하게 되더라고.

흥분되고 희열을 느끼게도 되더랍니다.

이 좋은 에너지의 정체가 뭘까 싶더라고,

이곳이 단 일주일이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

샘들과 아이들의 유기적 관계도 인상 깊더라고.

선함이 배가 되는 공간이란 의미의 말도 했지요.

물꼬가 성찰하는 자리가 되는구나 새삼 느끼게도 되었다 합니다.

달포를 도시에 나가 있었던, 그러니까 물꼬를 아주 오래 떠나 있었던 아이는

돌아와 이 공간의 긍정성을 읽으며 아주 아주 달떠있었습니다.

 

‘샘들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연장자 대접해주는 새끼일꾼들 고맙다.’(희도샘)

우리, 그런 예절 좋아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관계를 건강하고 오래 지켜주지요.

그리고, 역대 가장 깨끗한 욕실과 서걱거리지 않는 복도를 걷고 있습니다.

샘들의 움직임 덕입니다.

고맙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손발이 주는 감동이 서로를 밀어갑니다.

거기 아이들이 둥실거리고 있지요.

아이들이 예서 어찌 안 좋을 수가 있겠는지요,

둘러친 자연도 자연입니다만...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516 2012. 5. 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2-05-12 1130
4515 2월 빈들 이튿날, 2009. 2.21.흙날. 눈 내리다 갬 옥영경 2009-03-07 1130
4514 2006.12.11.달날. 맑음 옥영경 2006-12-15 1130
4513 8월 23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5-09-11 1130
4512 2012. 5.16.물날. 맑음 옥영경 2012-05-23 1129
4511 2012. 2. 3.쇠날. 흐려지는 저녁, 눈 옥영경 2012-02-17 1129
4510 가을 몽당계자 갈무리글(2011.10.23) 옥영경 2011-10-31 1129
4509 2011. 2.13.해날. 맑음 옥영경 2011-02-26 1129
4508 2010 겨울, 청소년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1-01-01 1129
4507 140 계자 닷샛날, 2010. 8.12.나무날. 갬 / 산오름 옥영경 2010-08-26 1129
4506 4월 14일 나무날 봄바람이 예전에도 이리 거칠었나요 옥영경 2005-04-19 1129
4505 2011.10.15.흙날. 어제 종일 오던 비 그치고 말짱한 하늘, 그리고 다시 밤늦게까지 또 내리는 비 옥영경 2011-10-21 1128
4504 2009. 6.15.달날. 맑음 옥영경 2009-06-24 1128
4503 2009. 4. 9.나무날. 때 모르고 찾아든 여름 같은 옥영경 2009-04-14 1128
4502 2009. 1.16.쇠날. 맑은 속에 눈발 잠깐 옥영경 2009-01-29 1128
4501 2008.12.10.물날. 맑음 옥영경 2008-12-26 1128
4500 2006.4.13.나무날. 안개비 옥영경 2006-04-15 1128
4499 159 계자 여는 날, 2015. 1. 4.해날. 흐리다 햇살 퍼지다 옥영경 2015-01-07 1127
4498 2011.11.26.흙날. 비 오다가다, 그리고 찬 기운 없는 옥영경 2011-12-05 1127
4497 2011.10. 5.물날. 맑음 옥영경 2011-10-16 112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