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다. 첫날이다. 아주 무심하지 않다면 대개 또 어떤 선언 혹은 마음을 다잡는다,

그것이 또 우리 삶의 무수한 날 가운데 하루일 뿐이란 걸 알고 말더라도.

자신의 삶에서 뿐 아니라 관계에서도 또한 그러하다,

(하기야 이것이야 어디 달을 시작하는 날이라고만 하는 일이겠는가만)

자기가 되고 싶은 모습이거나 자기가 어떠하다 라고.

누구나 자신이 보여 지고 싶은 모습이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보여지고 싶은 모습일 뿐이지 사실은 아니다.

우리는 그 모습과 상대가 아는 내 모습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 안간힘을 쓴다.

난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야, 네가 아는 게 다가 아냐,

나를 띄엄띄엄 아는군, 그렇지 않아, 나는 말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수고는 거의 헛되고 만다.

그 애씀과 진짜 내 모습이 다르다는 걸 상대가 이미 알고

무엇보다 내가 그렇지 않음을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 한

애석하게도 우리는 결코 그런 사람이 될 수가 없다.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거니까.

하지만 선언조차 할 수 없다면, 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기대 나아갈 수 있단 말인가,

빈약한 자신이 그런 것조차 않는다면 그래서 땅바닥에서만 꿈틀댄다면

도대체 무슨 기대로 오늘을 살고 내일을 맞는단 말인가.

끊임없이 돌아오고 말지만 조금씩조금씩 내가 좀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

설혹 오늘 네가 지금의 내 모습으로 떠나고 말지만

그래도 나는 살고, 나는 애쓸 것이고, 대단히는 아니더라도 나는 나아질 것이고, ...

그렇게 또 살아가보는 거다.

자, 영차!

또 한편, 이런 건 어떨까.

그래 나는 그런 사람이야. 그런데 그것이 포기이거나 체념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면, 그래서 비로소 자신과 화해하고

그래도 그렇게라도 잘 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갈 힘일 수 있으리.

자, 그렇게도 영차!


치료는 병원을 기대지 않는다고 해도

진단은 그래도 전문가라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렇게 혹독한 골짝 아니어도 늘 겨울을 건너가는 일이 지나치게 힘이 드니

수월하기 위한, 이 상태를 더 이해하기 위한 다른 기재가 좀 필요하겠다 싶을 때,

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 계절정서장애, 계절성우울증)를 듣는다.

겨울에만 있는 것도 아닌.

겨울철 우울증은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의 부족이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을 일으키는 생화학적 반응을 유도하고,

여름철 우울증은 신체의 열에 대한 반응에 관여하는 신경해부학적인 경로 이상인 듯.

지금은 겨울 우울증을 말하려는.

햇빛이 줄어들게 되면

신경전달물질인 멜라토닌의 분비도 줄면서 신체리듬이 깨져 우울증을 부른다.

멜라토닌은 뇌 속의 송과선이라는 부위에서 밤에 집중적으로 분비하는 호르몬으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

일반인들 대부분 이 멜라토닌 양이 줄더라도 일시적으로 우울한 마음이 드는 정도라고.

뭐나 그렇듯 심하면 병인 거지.

해마다 가을과 겨울에 우울증상과 무기력증이 나타났다가 봄과 여름이 되면 나아진다.

이 증상은 일조량 차이가 적은 적도부근에서는 드물고

위도가 높아질수록 더 많아져 북구 유럽에서 가장 많이 보고 되고,

남성에 비해 여성 환자가 두 배 이상 된다고.

뇌의 한 부분인 시상하부는 외부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이 환자들은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적합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

일반 우울증과 계절성 우울증은

우울하고 원기가 없고 쉽게 피로하고 무기력하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전자가 불면증과 함께 식욕저하를 부르고 후자는 과수면에 식욕 왕성.

잠이 너무 많이 와서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고

식욕도 왕성해져 단 음식과 당분을 포함한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살이 찌게 된다는.

(겨울철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증 기간 동안 신체적으로 늘어지는 느낌을 갖는데 반해

여름철 우울증 환자들은 초조감을 느낀다고)

“낮에 활동량을 늘리고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하세요.

또한 긍정적 생각과 즐거운 마음까지 있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 입니다.

심하면 항우울제를 투여하고 정신치료도 합니다.”

자료집에선 그리 조언했다.

음, 병이었군.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어. 치료법을 찾으면 되지.

일찍부터 옴작거리기!


여러 날 마음을 같이 챙겨주고 품앗이 샘 하나 일상으로 돌아가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대를 기대고 또 얼마쯤을 살아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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