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골 창고동 뒤란 경사지에 구절초 하야니 눈부시게 곱다.
자정,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일송이 혹은 일능이로들 싸운다.
버섯 가운데 최고는 송이라느니 능이라느니.
썩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맛도 잘 모르는데
산마을에 와서 사니 그 무성한 소문과 채취로 덩달아 좋아라 하는 버섯들이다.
향이 강해서 여전히 잡버섯들은 잘 못 먹는다.
식용이라는데도 독이 있을 것만 같고 뭐 그런,
다른 먹을 거도 많은데 뭘, 그런.
뜨겁고 가물었던 오랜 여름 뒤끝이라 통 버섯이 없다고들 하더니
그래도 비 한번 든 뒤 더러더러 누구네가 무슨 버섯을 얼 만큼 따 왔다더라 소문 무성하다.
한가위 즈음엔 1kg에 25만원까지 한다던 송이버섯이었다.
그런데 비 여러 차례 이어오고 난 뒤 제법 쏟아져 나온 모양,
어젠가는 십 몇 만원으로 내렸다는 송이.
오늘은 그 송이로 차를 마셨다.
어르신 한 분이 두어 송이 주셨네.
가늘게 찢어 다관에 넣고 우렸다.
향이 좋더라.
몇 차례 차로 달인 뒤엔 건져들 먹었네.
밤, 바깥수업 하나 논의하러 인근 도시로 넘어갔다 왔다.
한 학기만 하기로 했던 일이 여러 학기에 이르렀고,
이번학기는 그만하겠다던 수업인데,
고3 아이의 정서적인 안정을 도와달라는 요청.
결국 물날마다 치유수업을 하나 하기로 한. 당장 내일부터!
한밤 달골에 닿았는데, 막 전화가 들어와 차 안에서 오래 통화를 하다.
멀지 않은 곳에 사는 품앗이샘 하나,
얼마나 자주 전화하고 싶고 얼마나 자주 보러 가고픈지를 전해왔다.
우리가 누구와 소원하고 있다고 그게 또 다가 아니겠다.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그 시간에도 그는 나랑 같이 있기도 하다.
샘들이며 아이들이며 우리 늘 함께하지 못하여도 또한 그와 같을지라.
언제든 이곳이 우리들 해후의 장일 수 있도록 오늘도 건사하고 있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