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19.달날. 맑음

조회 수 1129 추천 수 0 2007.04.06 10:31:00

2007. 3.19.달날. 맑음


어머니가 다녀가신 흔적은 먼지 없는 구석구석만이 아닙니다.
삶아 볕에 넌 새하얀 행주에서만은 더욱 아니지요.
뒤란 구석 포대에 들어있던, 손이 못다 가던 대파꾸러미와
언제 먹어야지 하면서도 겨우내 손도 대지 못하고 있던 시래기,
그리고 곱게 다져진, 까기가 여간 까탈스럽지 않았던 잔 마늘들이
죄 나와서 쓰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가마솥방을 들어서며 눈시울 붉어지데요.
부모 그늘이란 저승에서도 이승에까지 닿는 게 아닐는지요.

올해 달날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일을 합니다.
집안일도 거들고 부엌일도 거들고 학교일도 같이 하고 농사일도 하고...
한 주를 시작하는 준비 ‘첫맛남’에 이어
명상과 몸다루기를 하는 ‘아침고요’가 이어지고
사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것을 스케치북에 옮기는 ‘손풀기’를 끝낸 뒤이지요.
오늘은 콩나물콩을 가렸습니다.
해를 넘긴 쥐눈이콩이라 싹을 낼 수 있을까 싶은데,
요리를 할래도 정리를 해야 하니
그릇과 쟁반들을 가져다놓고
버릴 것, 삶아 짐승 먹일 것, 요리할 것, 콩나물로 키울 것으로 나눕니다.
오후에는 뼈대만 세워둔 표고장하우스에
비닐도 덮고 차양막도 치고 가장자리 마감일을 아이들이 도왔습니다.

목공실에서는 널린 나무들을 정리한 뒤 농기계를 돌렸고,
농사부에서는 잘려져 바닥에 널린 포도나무가지를
달골에서 연일 묶고 있습니다.
땅이 기지개를 켜는 봄날,
산골 논밭, 어른들 손발 움직임도 잦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494 2009. 4.19.해날. 바람 부는 날 옥영경 2009-04-29 1130
4493 2008.11. 8.흙날. 흐림 옥영경 2008-11-24 1130
» 2007. 3.19.달날. 맑음 옥영경 2007-04-06 1129
4491 8월 23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5-09-11 1130
4490 106 계자 나흘째, 8월 11일 나무날 비 옥영경 2005-09-06 1130
4489 2012. 5.16.물날. 맑음 옥영경 2012-05-23 1129
4488 2012. 2. 3.쇠날. 흐려지는 저녁, 눈 옥영경 2012-02-17 1129
4487 가을 몽당계자 갈무리글(2011.10.23) 옥영경 2011-10-31 1129
4486 2010 겨울, 청소년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1-01-01 1129
4485 140 계자 닷샛날, 2010. 8.12.나무날. 갬 / 산오름 옥영경 2010-08-26 1129
4484 2008. 8.26.불날. 맑음 옥영경 2008-09-15 1129
4483 2006.11.11-12.흙-해날 옥영경 2006-11-16 1129
4482 4월 14일 나무날 봄바람이 예전에도 이리 거칠었나요 옥영경 2005-04-19 1129
4481 2022. 2. 3.나무날. 맑음 / 능력주의 신화를 다루는 책 두 권 옥영경 2022-02-24 1128
4480 159 계자 여는 날, 2015. 1. 4.해날. 흐리다 햇살 퍼지다 옥영경 2015-01-07 1128
4479 2011.10.15.흙날. 어제 종일 오던 비 그치고 말짱한 하늘, 그리고 다시 밤늦게까지 또 내리는 비 옥영경 2011-10-21 1128
4478 9월 빈들모임 갈마무리글 옥영경 2011-10-07 1128
4477 2006.11. 3.쇠날. 맑음 옥영경 2006-11-07 1128
4476 [바르셀로나 통신 16] 2018.12.29.흙날. 맑음 / 도시 이야기 2; <바람의 그림자> 옥영경 2019-01-10 1127
4475 2011.11.26.흙날. 비 오다가다, 그리고 찬 기운 없는 옥영경 2011-12-05 112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