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하나 짓고 있다, 햇볕이 망설이지 않고 드는 그런 집.

그러면 족한 걸,

장삼이사 살림집조차 자본과 허영의 정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집짓는 날들이었다.

11월 30일까지 놓았던 공기는 12월 10일도 지나고 16일까지 이어질.

그러고도 정리하느라고 또 날이 갈 테지.

마음이 좀 바빠지고 있다, 1월 1일 바르셀로나행 비행기표를 쥐고.

오는 전화도 받지 못하기 흔하고

해야 할 연락도 밀고만 있는.

누가 죽을 래도 없다는 시간이라더니, 참말 짬이 어렵다.


밤새 눈 내리고 이른 아침 또 눈을 쓸었다.

무산샘이 먼저 일어나 홀로 달골 다리까지 내려가 있었더라.

쓴 위로 계속 펄펄 나리는 눈.

차가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큰 길이야 괜찮겠지만 역시 달골 마당 들머리 돌아나가는 응달길이 문제라.

발이 묶여 못 가노라, 올 마지막 바깥수업인데, 전화기를 만지작거렸다.

두려웠다.

“제가 해드릴까요?”

샘 하나 차를 끌고 내려주었다.

눈 내리는 산마을을 겨우 빠져나갔더라.


예술명상 마지막 수업.

2017학년도의 마지막 바깥수업이다.

저학년들 수업은 2주 전에 끝난.

안식년이네 하고도 여러 교육일정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호흡명상-거울보기-손풀기-찰흙명상-갈무리글.

번번이 할 말이 없고, 말이라도 할라치면 더듬거리거나 소리가 죽거나 하던 석민이

오늘은 돌아가며 나눔을 하는 데 곁에서 내 몸을 제 쪽으로 끌며 그러는 거라,

“누나들 먼저 하고 나면 저도 할게요.”

모두 눈이 동그래졌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 같은... 감동이.

그가 그런 마음을 내고 말을 내는 게 얼마나 큰 일인지

곁에서 보냈던 우리는 알지.

갈무리글을 쓰는 아이들의 연필 소리에도 마음 먹먹.

끊임없이 재잘대는 이 아이들이 만든 고요라니.

그런데, 샘 하나가 아이들에게 서둘러 끝내라 했다.

급식실 사정으로 교직원들이 점심을 우리 교실에서 먹어야 한다기,

교장선생님 식판들고 서 있다시며 샘들이 바빠하시기

넘의 학교라 암말 못했네...

아이들이 글을 쫓겨 쓰게 돼 아쉬웠던.


물꼬로 들어오기 전 황간까지 돌아가서 필요한 자재를 사다주고.

자재만 해도 어쩌다 모자라는 걸 사러가는 게 아니라

번번이 규모 없이 사러 다니기 일쑤,

현장의 그 뒷바라지를 무산샘이 다 해내고 있었다.

일을 잘 한다는 건 그런 동선까지 줄여내는 것일.

현장은 현재 사람 셋,

어제오늘 이틀 일한 종빈샘, 일 하나 보고 다시 주말 이틀 들어와 마저 손을 더한다 하고.

하오엔 거기 페인트 칠에 손 보탰다.

건축에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어도

여기저기 때마다 필요한 사람들이 붙어주거나 돕거나.

“물꼬 무슨 대단한 권력을 끼고 있는 것 아냐?”

행정적인 절차에서까지 순조롭도록 여러 어르신들이 도운.

이제 막바지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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