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넘어간다.

바람이 사납다.

결려오는 허리마냥 마음이 마친다.

기온이 급하게 떨어지는 밤이다.

영상 6도의 낮에서 영하 13도까지 내려가겠다는 예보가 있었다.

대개 그보다 2도는 더 내려가는 대해리이다.

고통만큼만 고통스러워하기,

온도만큼만 추워하기!

덜 끝난 굴삭기 일, 내일 들어오기로 한 보일러,

싱크대 짜는 일에 손을 보태겠다는 샘 하나도 들어오는데,

사는 사람이야 또 살지만

오는 걸음들은 거칠겠다 마음이 쓰이는 밤,

자, 일만큼만 걱정하기.

다음 일은 그저 다음 걸음에!


비나 눈이 온다던 하루였다.

최절정 추위가 다가오고 있다 했다.

잔뜩 긴장한 현장 상황, 그런데 내일을 짐작하기 어려운 오늘이었다. 퍽 푹했다.

아침에는 눈발 있었으나,

물꼬 땅 파는 줄 알고.

내일과 모레는 호되다지만.

그렁거렸던 눈물이 그예 떨어져 내리듯 여름날 소나기처럼 한 줄 비 지나고 해도 잠시,

또 우박 뿌리다 다시 환해진 하늘.

삽 들고 굴삭기 따라 밖에서 움직인 무산샘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다 젖어버린.

실내에서 작업한 동현샘과 종빈샘은 그나마 좀 나았던.

밥바라지 도움꾼 점주도 고생했지.

수도관과 전기선 매설 때문에 굴삭기 들어온 김에 땅을 전체 고르면 좋잖아,

그러자니 건물 앞쪽 작업현장으로 쓰이던 공간을 치워내야 했네,

타일도 거기 다 쌓여있어 둘이서는 그 짐을 옮겼다.

“야, 그대 없었으면 엄두도 못 냈다!”

“니 혼자서라도 할 거였잖아.”

그러한가.

아니다. 그런 거 다 옛말이다. 이제 그렇게 못한다.


집짓는 현장이 오래 이어지니 먼저 해놨던 작업들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더러.

데크(아직 없지만) 나가는 문 유리에 금이 갔네.

아마도 어제 우두머리샘이 혼자 이동식 비계를 옮기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던가 보다.

일전엔 현관문을 실어오는 과정에서 구멍이 뚫리기도 하고.

어제는 건물 서쪽 벽면 징크가 찌그러지기도.

금간 걸 긁힌 걸 어쩌겠는가.

- 다른 건축주들이면 바꿔달라고 해요!

그런가. 그러면 일한 사람들이 하루 벌이한 건 또 어쩌나.

어차피 포장이 뜯기는 순간부터 새 물건이 아닌 게고,

언젠가는 영락하고 어느 날엔가는 낙백하고 낙탁하는 게 사물일지라.


무산은 자재를 사러 또 나가야 했다. 화가 날만도 하지.

이틀 부여 일을 마치고 아침에 들어오며도 자재를 사와야 했다.

무엇이나 필요한 걸 사러 가자면 먼 이곳인데

너무 자주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우두머리샘한테 불만이 없잖을.

바라보는 이도 속이 참 상한다.

어제만 해도 기락샘이 들어오면서 두 곳을 들러야했고,

들어온 뒤에도 다시 건재상을 다녀와야 했으니.

무엇이 이토록이나 규모 없이 현장을 돌아가게 했는가.

일이야 다 못 끝내더라고, 적어도 지금의 지휘체계는 끝날 때가 머잖다.

그것이나마 위로라.


-간이 콩알 만해졌네...

무산샘만 가슴을 쓸어내린 게 아니다.

굴삭기가 이틀을 일을 마치고 나갔다.

무섭게 퍼붓는 눈에 등 떠밀려 마구 서둘러 달골을 빠져나간.

길 좀 쓸고, 내일이라도 내려가면 좋으련 싶은데,

앞에 살펴가며 이곳 사람들이 먼저 간다고 나섰으나

붙잡고 어쩌고 할 틈 없이 내려가는데,

아아아아아, 차가 그냥 미끌리는 거다.

달골 오르는 길 중간쯤에 아스팔트 포장 10m쯤의 구간이 악코스라.

아저씨는 그 앞서 굴삭기 실린 트럭을 멈추고 담배 한 개비를 다 태우더니

다시 트럭을 끌고 갔다. 무사통과했다. 그간의 가락이실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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