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25.쇠날. 구름 좀

조회 수 455 추천 수 0 2019.12.10 12:00:04


새벽 도둑비가 다녀갔다.

종일 사람 만날 일 없이 일만 하는 되는 날이었다.

이런 날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사람답게 산다는 느낌.

오전에는 사이집 마당 자갈돌을 골라냈고,

오후엔 명상정원 아침뜨樂에 들어가

감나무 아래 벽돌을 깔기 위해 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콩나물 대가리처럼 그렇게 시작해서 옴자 사이사이로 길을 내고

아고라를 거쳐 달못으로, 그리 그리 걸음을 따라 벽돌을 깔 계획이다.

올해의 절반은 아침뜨락에서 보내는 듯.


몇 해 전이었을 것이다.

한의원을 가서 그곳에서 쓰이는 환자에 대한 응대의 말들에

어색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더랬다.

존칭어는 맞는데 접미사가 희한하게 붙은.

- 누우시께요.

- 옷을 좀 올리시께요.

어느새 곳곳에서 그런 말투는 넘치고 있었고,

나 또한 그 사용자가 되어 있었다.


시카고에 살았을 적 한인 부부를 만난 적 있다.

남편은 1.5세로 한국말이 서툴고는 했다.

어느 날 그이가 집안일하는 아주머니를 모시고 가면서 아내에게 던진 말,

“아줌마 가지고 올게.”

bring을 그리 번역했을 터였다.

더하여 일본어가 침투해 있는 우리말에 해방 이후 영어가 범람하면서

피동형이 넘치게 된 것 또한 그런 예.

- 주문 도와드릴 게요.

- 소개시키다

- 양해 말씀드립니다.

“주문하시겠어요?” “소개하다” “양해를 구합니다.”라고 써야 할.


오늘 요새 흔히 쓰이는 우스꽝스런 존칭어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말법을 다시 가지런히 해보나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36 대해리 미용실 옥영경 2003-12-26 1818
6435 9월 26-8일, 방문자 권호정님 옥영경 2004-09-28 1808
6434 97 계자 닷새째, 8월 13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4-08-15 1803
6433 2015 여름, 160 계자(8.2~7) 갈무리글 옥영경 2015-08-13 1802
6432 계자 열 나흘째 1월 18일 해날 눈싸라기 옥영경 2004-01-28 1799
6431 39 계자 열흘째 2월 4일 옥영경 2004-02-05 1781
6430 2월 28-9일 : 영화 보다 옥영경 2004-03-04 1764
6429 116 계자 닷샛날, 2007. 1.11.나무날 / 바우산 옥영경 2007-01-16 1763
6428 학교 문 여는 날 무대 오르실 분들 옥영경 2004-03-24 1763
6427 2007.12.14.쇠날. 맑음 / 학술제가 있는 매듭잔치 옥영경 2007-12-29 1762
6426 6월 19일, 월남쌈 옥영경 2004-07-03 1762
6425 3월 21-2일 주말 옥영경 2004-03-24 1759
6424 가족 들살이 하다 옥영경 2004-02-20 1758
6423 5월 5일, 우리들의 어린이날 옥영경 2004-05-07 1757
6422 2006.5.26.쇠날. 가끔 해 구름에 가리우고 / 백두대간 15소구간 옥영경 2006-05-27 1745
6421 영동 봄길 나흘째, 2월 28일 옥영경 2004-02-29 1738
6420 123 계자 닷샛날, 2008. 1.10.나무날. 맑음 / 달못 옥영경 2008-01-17 1737
6419 39 계자 첫날 1월 26일 달날 옥영경 2004-01-29 1731
6418 5월 13일 류기락샘 귀국 옥영경 2004-05-21 1726
6417 계자 39 열 하루째 2월 5일 옥영경 2004-02-07 172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