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봄꽃이 더딘 이 멧골에도 진달래가 환하다.

미궁에서 올려다 보이는 건너편 언덕의 마고 소나무 아래엔

마치 심어놓은 듯 가지런히 줄지어 진달래가 벙글었다.

나날이 기온이 달리는 속도로 오르고 있다.

 

만화가 갔다.

그의 아픈 눈을 결국 치료해주지도 못한 채 보냈다.

20141215일 달날, 밤눈 내린 날 물꼬로 왔던 그였다.

벗의 어머니가 가신 날,

멀리 전주를 다녀오던 그 때 이웃마을에 들러 데려왔던.

때때마다 마을에 와서 개들을 실어가는 이 편에 보냈다.

무거운 쇠사슬을 질질 끌고 다니던 그였다.

혹 줄이 풀려 사람을 물까 그리했다지만

더 적절한 걸 찾아줄 수 있었을 텐데,

다른 일들에 번번이 밀려 오늘에 이른.

보내서도 그렇고, 보낼 때까지 그래서 또한 불편했다.

살면서 내가 하는 숱한 방기에 대해 생각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걸로 하는 해결,

많은 환경문제가 그렇게 야기되는 것일 게다.

 

근래 만화 혼자 지키던 학교였다.

가습이를 학교로 내렸다.

왜 가습이만 데려가는 거냐, 도대체 어디 가는 거냐 묻는 제습이,

대문 밖으로 더는 안 나가겠다는 가습이.

뒷좌석에 학교아저씨를 앉으라 하고

안아서 학교아저씨 쪽으로 넣어주고 가습을 잡으시라 했다.

잠깐인데도(학교에서 달골까지 1km)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운동장에 내리니 아주 낯설어하지는 않았다.

장순이가 쓰다 사과도 썼던 호텔 캘리포니아에 묶어주었다.

 

개학이 연기되는 속에 교육 공백에 대하여 특수아동 학부모들의 민원이 급증,

각 교육청에서 여러 움직임들이 있는 모양.

특수교사들의 움직임이 왜 더디냐,

비장애아동도 그렇겠지만 특수아동 부모님들이 더 애가 탈.

개학을 못하고 있는 날이 이리 오래일 줄 몰랐던 모두다.

이번 학기 특수학급 담임을 맡기로 한 분교 쪽에서도

부장 샘들의 연락이 이어졌고,

본교 특수 샘이랑 여러 논의가 오가다.

 

군대를 가는 한 친구가 연락을 했다.

수능을 치고, 대학 합격을 하고, 졸업하면서, 이성친구가 생기면, ...

때때마다 소식들을 전하는 물꼬 인연들이다.

군대를 갈 때도 제대하면서도 연락들을 한다.

스물셋, 일곱 살부터 보았던 현진이(물꼬에 현진이 여럿임)

내일이면 입대를 한다.

통화라도 하고 싶다고 한 걸 문자로만 그쳤네.

오랜만에 손글씨 편지들를 쓸 일이 생기겠다.

부디 건강하시라, 아들!

 

아침뜨락에서는 꽃그늘 길에 줄장미 네 포기(라기보다 주라고 말해야 하나?)를 심었다.

얼마 전 들일을 도와주고 오는 길에 얻어온 장미였다.

파이프 기둥의 한쪽 편으로 뚝뚝 띄워

가지가 늘어지면 크게 원을 그릴 수 있도록 했다.

구덩이를 넉넉하게 파고,

숲에서 부엽토를 긁어다가 채우고 물을 흠뻑 준 다음

장미를 심고 다시 낙엽토를 덮고 물을 주다.

학교에 내려와서는

운동장 남쪽 도랑을 쳐서 올려 쌓아두었던 흙을

본관 뒤란으로 옮겼다, 땅이 얕은 곳.

마치 쓰레기더미 같아서도 치우려 한.

 

해가 남은 동안 아직 더 해야 할 일 있다.

교문 위 자유학교 물꼬현판,

서각한 글씨의 배경이 시커매져 먹 글씨가 거의 묻혀있기 오래.

배경에 흰색 페인트칠하기.

높은 곳이다, 사다리도 부실하고.

작업조건이 쉽지 않다. 후들거리는 다리.

현판 뒤편에 사다리를 대고 몸을 앞으로 넘겨 거꾸로 칠했다.

오늘은 여섯 글자 중 네 글자.

 

늦은 저녁밥상을 물리고 달골로 왔네.

가습이를 학교에 홀로 남겨두고 온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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