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수행, 저녁 수업으로 이루어지는 하루 사이

주로 살림을 돌보거나 들일을 하는.

그리고, 그 사이 사람을 맞거나 교무실 일을 하거나.

오늘은 새 목공실 정리.

한켠이 아직 창고로 쓰이고 있으니 꼭 목공실만도 아닌.

장화만 해도 거기 있어 사람들 드나들며 일을 하고 벗어두러 들어가니

장화에 넣어두었던 구긴 신문지뭉치도 나뒹굴고

닦이지 않은 장화가 들고 들어간 흙들이 말라비틀어지고...

다음에 ‘곧바로’ 쓰기가 좋게 잘 정리를 하자 하지만

서둘러 떠나는 이들에게 그것이 쉽지가 않고

남겨진 식구들이 또 바로바로 하지 않으면 쌓이면서

쇠똥구리 둥글리는 똥처럼 정리해야 할 일이 커져있는.

널린 것들 가지런히 놓고 쓸고 닦고.

현판이며 작업하는 사이 흐트러진 목재들도 크기별로 정리하고.

캠핑용품들도 거기 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꺼내 볕 바래고 털고 씻을 것들 씻고 말리고.

이어 주말에 다녀갈 어른들을 위해 본관도 ‘먼지풀풀’.

달골도 닦아내고.


- 별일 없으시죠? 아들 걱정 마세요. 잘하고 있어요. 어머니는 안 아프셔요?

- 응. 잘 있어. 그래, 서로 잘 지내는 게 돕는 거지.

   나는 내 삶을 잘 살게, 너는 네 삶을 잘 살아줘.

고3 수험생과 어미는 밤마다 같은 말을 반복하며 서로를 북돋운다.

요새는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버지의 무관심과 어머니의 정보력으로 대학을 보낸다는데,

어미라고 산마을에서 이 잘난 물꼬 일 한다고 도통 아이한테 하는 일이 없다.

심지어 다른 아이들 성적관리까지 해주면서도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래도 자라고 어른이 된다.

혹 내 아이 잘 크고 있다면 외려 내가 손을 대지 않아 그러할.

손대서 더 망치는 꽃들이 한둘이더냐.

우리 어른들은 굳건히 자기 삶이나 잘 건사할 일이다.

아이들은 질긴 생명력으로 자기 삶을 잘도 사니.

우리는 그저 낭떠러지로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게 지키는 파수꾼 역이나 제대로 할 일.

뭐 가르치려 들지 말고 저나 똑바로 살자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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